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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으면 노는 것도 노동이고 재미있으면 일하는 것도 놀이다”

<틀을 깨려는 용기가 필요해> 펴낸 노준용 카이스트 교수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ㅣ . | 승인 2016.01.14(Thu) 18:26:37 | 13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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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해도 취업하기 힘드니 고등학교 다닐 때 공무원시험이나 준비했어야 나았을 성싶다.” 젊은이들 사이에 이런 말이 나도는 시대다. 청년 실업과 수저 계급론이 언급되는 가혹한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어른들도 ‘각자도생’을 언급할 정도로 각박한 현실을 견디고 있으니 젊은이들의 멘토가 되어주기도 버겁다.

성공한 사람의 사례를 들려주는 것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한 교수가 용기를 냈다. 2006년, 컴퓨터그래픽(CG)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이목을 끌며 16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노준용 카이스트 교수. 그는 최근 <틀을 깨려는 용기가 필요해>를 펴내고, 젊은이들에게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며, 어떻게 하면 한 번뿐인 인생을 신나고 재밌게 살고,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지 알려준다. 결코 성공한 자의 여유가 아니라니 귀담아들어볼 만하지 않을까.

“나는 실패가 뭔지 모르고 승승장구하며 살아온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간절했던 모범생이었지만, 결과는 번번이 뒤통수를 맞는 쪽에 가까웠다. 이 세상이 저 혼자 밤새워가며 발버둥을 친다고 해서 들인 노력만큼 정직하게 결과가 나오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하며, 주변 환경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경쟁은 과거 또는 현재의 나와 하는 것”

노준용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USC에

서 컴퓨터 사이언스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미국 할리우드의 대표적 시각특수효과 제작 전문 회사인 리듬 앤 휴즈 스튜디오에서 그래픽스 사이언티스트로 활동했다. 대표적인 작품들로는 <해피 핏> <수퍼맨 리턴즈> <나니아 연대기> <가필드> <80일간의 세계일주> <리딕> 등이 있다. 경쟁이 치열한 할리우드에서 인정받은 능력자인 그이지만 한때 입시 실패자로서 스스로를 인생 낙오자라고 비하하며 지내기도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삶이 주는 모든 재미를 포기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12년 동안 TV 한 번 마음 놓고 본 적도, 친구들과 제대로 놀아본 적도 없고, 오직 공부에만 매달렸지만 결과는 번번이 대학 입시 실패라는 낙인뿐이었다. 한국에서는 진흙탕에 코를 박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게 미국의 명문대에서는 단번에 합격통지서를 보내왔다. 한국 입시만이 전부였던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유학을 떠나서 대학·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공학박사가 되었다.”

노 교수의 경험담은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라 해도 다시 한 번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현실을 당장 변화시키지 못한다 해도 문제점을 곱씹게 한다는 데 의의가 있지 않을까.

“미국 유학을 준비하면서 대학 입학원서에 첨부할 자기소개서를 썼다. 면학 계획과 나의 장점, 관심사 등을 피력하고 끝에 가서 ‘세계를 선도하는 귀교에 반드시 입학을 해서 뛰어난 귀교 학생들과 열심히 경쟁하고 싶습니다’라고 마무리를 했다. 내가 경쟁에서 앞서나가며 학교를 빛낼 훌륭한 학생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런데 그 자기소개서를 미국 유학 경험이 있는 아는 사람에게 보여주었더니 마지막 문장은 삭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를 해주었다. 미국의 학교들은 자기 학생들끼리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더 나아가 교수건 학생이건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협업의 대상이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가시방석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노 교수의 법칙이 있다. 그는 책 마지막 페이지에 ‘내 삶의 기준 - 블록버스터 인생의 법칙’을 요약해 정리했다. 15가지인데, 그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렇다.

“신기술 개발하는 일, 사람 사는 일처럼 가시방석”

△경쟁은 과거 또는 현재의 나와 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나 자신과 하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협업과 협동의 대상이다.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그치지 말라. 웃는 얼굴과 다정한 목소리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 목소리를 높여야만 얘기가 통하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상대할 가치가 없다. △권위보다 친근함이 기술이다. 뻣뻣하게 세운 목보다는 격의 없이 편안한 분위기가 나를 더 ‘같이 있고 싶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가 없으면 노는 것도 노동이고 재미가 있으면 일하는 것도 놀이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깨어 있는 시간은 온전히 나의 발전을 위해 최대한 활용한다. △나와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한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할 것 같은 상황이라면 하는 쪽을 선택하라. 설령 후회를 하게 되더라도 경험이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인 경험은 다음번 선택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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