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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장묵의 테크로깅] 집에서 3D프린터로 우리가 상상하던 것을 제조한다

산업 지형을 바꾸는 3D프린터 거대 생산 라인 공장의 플라스틱 사출기가 집 안 프린터로 대체

강장묵 |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 ㅣ . | 승인 2016.01.14(Thu) 18:29:57 | 13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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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이 수천 년을 한반도에서 살아오는 동안 가장 많았던 직업은 뭐였을까. 아마 ‘수렵’이거나 ‘농사’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많던 농사와 수렵의 일자리는 오늘날 다 어디로 간 것일까. 1차산업이 사라지고 서비스산업으로 바뀌어도 여전히 우리는 밥도 먹고 생선도 먹는데 그 많던 농부와 어부는 어디로 간 것일까. 우리는 수렵과 농경을 1차산업, 그리고 제조업을 산업혁명이 일구어낸 2차산업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1인 제조업의 등장과 1인 창업,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2차산업과 뉴(New) 제조업이 있다. 이제 우리는 3D프린터로 가정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리시한 신발을 제조할 수 있고 입소문이 나면 이웃에게 팔 수도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3D프린터를 이용하면 머릿속 생각과 아이디어를 집에서 뚝딱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제조업의 탄생이다. ⓒ PIC 연합

‘배달의 민족’이라고 하면 ‘철가방’을 연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배달의 민족은 미국의 아마존(www.amazon.com)처럼 온라인 기술로 오프라인의 상품과 서비스를 배달하는 첨단 서비스업을 떠올리게 한다. 산업혁명이 수많은 일자리를 빼앗기도 하고 새로 만들기도 했듯이, O2O(Online to Offline)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제조업 하면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옮겨야 하는 업종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이제 동남아의 생산기지를 우리의 오피스 또는 집으로 옮겨야 할 때가 곧 온다. 또는 다수의 창의적인 1인 사업가가 클라우드(cloud)로 연계된 3D프린터 또는 4D프린터 공장을 공유하는 경제 모델도 가능하다. 그리고 공장을 가지지 않고서도 머릿속에 있는 생각과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으로 손쉽게 뚝딱 나오는 세상이 도래할 수 있다. 누가 이런 세상의 제조업을 2차산업이라고 홀대할 수 있을까.

3D프린터는 이미 4D프린터로 그 제조 능력과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3D프린터로 연예인의 작은 캐리커처를 만들어도 그 소재를 초콜릿이나 실리콘, 플라스틱 등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3D프린터의 가격도 꾸준하게 내려가고 있다. 조만간 가정에 1대씩의 3D프린터가 구비될 것이다. 필자는 어린 시절 개구쟁이 짓을 하다가 구멍이 뚫린 바지의 무릎이나 뜯어진 버튼을 어머니께서 재봉틀로 뚝딱 고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반면 미래의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엄마, 신발 뒤꿈치가 닳아서 아파요”라고 말하면 예전 우리 어머니는 “더 신어라” 하시거나 쓰레기통에 버리고 새 신발을 사주셨겠지만, 미래의 어머니들은 ‘우리 딸에게 제일 어울리는 색깔은 터키블루가 섞인 이런 패턴의 신발 아닐까’ 고민하며 “잠깐 기다려봐. 안 그래도 엄마가 너 주려고 3D프린터로 출력하려던 신발이 있어”라고 말하고는 뚝딱 만들어주시지 않을까. 이제 이런 상상이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머지않아 구식 엄마라는 소릴 들을지도 모른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 말고도 3D프린터는 산업의 지형을 바꾼다. 다음을 보자.

안동에 가면 양반과 한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풍스러운 한옥 아래, 가면극(하회별신(河回別神)굿탈놀이;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에서 12세기 중엽부터 상민(常民)들에 의해서 연희(演戱)되어온 탈놀이)이 있다. 이 가면극은 중요무형문화재 제69호이고 안동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서울의 고층 건물만큼이나 인상적인 관광자원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라는 대표적인 관광 서비스산업도 창의적인 1인 제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우선 하회별신굿탈놀이를 3D스캐너로 촬영한다. 여기서 3D스캐너란 사람들의 춤과 같은 몸동작을 입체감 있게 촬영한 것이다. 다음 3D프린터의 도면으로 스캐닝한다. 스캐닝된 도면은 3D프린터로 제작할 수 있는 설계도다. 그리고 안동을 방문한 관광객이 우리 민족 고유의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보고 3D프린터로 제작된 다양한 관광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 외에도 우리나라 대표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의 ‘부용대’를 배경으로 한 3D 관광 상품의 제조 등이 각광받을 수도 있다.

현재 3D프린터로 생기는 창의적인 경제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크라우드펀딩인 ‘킥스타터’에서 스마트폰에서 작동하는 3D카메라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듯이 사물과 인물을 3D로 스캐닝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촬영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공유하거나 함께 사진을 보면서 편집한다. 그러나 장래에는 눈으로 보는 사진의 형태가 아니라, 손으로 만지고 질감을 느끼는 제품의 형태로 사진을 체험할 것이다. ‘찍는다, 촬영한다’는 것은 곧 ‘제조한다, 만든다’는 의미로 바뀌게 된다.

‘상품’ 파는 회사에서 ‘꿈’ ‘설계도’ 파는 회사로

2000년대 ‘싸이월드’는 폐인(廢人)을 만들 만큼 국내 이용자들이 즐겨 사용한 미니 블로그였다. 미국의 세컨드라이프(wwwsecondlife.com)라는 가상현실 게임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들은 폭발적인 가능성을 가졌지만 시장과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비록 예쁘고 아기자기해도 엄연히 가상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3D프린터로 온라인의 디자인이 오프라인의 제품으로 바뀌고 있다. 소셜 커머스인 티몬·쿠팡·위메프 등은 장래 무엇을 파는 회사가 될까. 아마도 ‘상품’을 파는 회사에서 ‘꿈’ ‘설계도’를 파는 회사가 될 수도 있다. 과거 페이스북이 전화번호 등 소셜 연락망을 중심으로 한 ‘얼굴 책’에서 지금 ‘장소북(특정 장소에서 친구와 찍은 사진 등을 공유)’으로 탈바꿈한 것처럼, 지금 왕성한 활동을 하는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은 변해야만 살아남는다. 장래 ‘배달의 민족’은 O2O 서비스를 통해 가상공간의 캐릭터와 신발을 실제 모습으로 제작해 이용자에게 전달해줄 수도 있다. 누구든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란 상품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능력, 즉 꿈꾸는 자가 각광받는 시대로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어느 때보다 자기만의 개성이 담긴 아이디어와 설계도만 그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신세계가 열리고 있다. 거대한 생산 라인을 가진 공장의 플라스틱 사출기는 집 안에 있는 프린터로 대체될 것이다. 3D프린터로 조립식 집을 짓는다면 우리는 집에 대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를 그려내면 된다. 앞으로의 제조업은 우리가 보는 만큼, 아는 만큼, 그리고 상상하는 만큼 열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조업은 더 이상 지는 해가 아니다. 다시 힘차게 솟는, 가장 핫(hot)한 아이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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