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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로 밀려오는 IS, 인도네시아 초긴장

시사저널 기자, ‘자카르타 테러’ 현장 취재, 시민들, 정부기관 아닌 쇼핑센터 테러에 충격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 송창섭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1.20(Wed) 09:47:20 | 13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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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도심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부상당한 한 시민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 EPA 연합

1월14일 오전(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조용한 모습이었다. 증권거래소 등 정부기관과 주요 금융기관, 호텔, 쇼핑몰 등이 몰려 있는 쿠닝안(Kuningan)과 스망기(Semanggi) 지역은 인도네시아 경제를 이끌어가는 심장부와 같은 곳이다. 오전 10시30분쯤, 자카르타 북서쪽에서 한순간 ‘펑’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크지 않아서였는지 시민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몇 분 후 자카르타 남북부를 연결하는 수디르만(Sudirman) 거리로 경찰차들이 대거 사이렌을 울리며 질주하면서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교통 정체가 심하기로 악명이 높은 자카르타에서 경찰차들이 대거 이동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10시35분 ‘OneTV’ 등 인도네시아 방송국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속보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했다. 때마침 퍼시픽플레이스 근처 상점에 물건을 사러 들어간 기자의 눈에 ‘테러, 자카르타 강타하다(Terordi Jakareta)’라는 큼직한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동남아에 칼리프의 영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날 자살폭탄 테러에 대한 자카르타 시민들의 반응은 놀라움 일색이다. 무엇보다 이번 테러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전개됐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북부 자카르타의 잘란탐린은 우리로 치면 서울 종로와 을지로 같은 구(舊)도심으로, 남부 자카르타에 위치한 스망기·쿠닝안과 더불어 자카르타의 대표적인 상업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테러범들이 처음 테러를 감행한 사리나 쇼핑몰은 초대 대통령인 수카르노의 지시로 지난 1962년 지어진 인도네시아 최초 국영백화점이다. 이 주변에 주요 관공서와 외국 대사관, 금융기관, 고급 호텔들이 밀집해 있다.

자카르타 시민들은 이번 테러가 관공서등 정부기관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생활하는 쇼핑센터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찰청의 안톤 캐롤리안 대변인이 “오늘 테러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프랑스 파리 테러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한 것은 시민들을 상대로 한 무차별 테러를 걱정하는 현지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 정보 당국은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가 IS의 위협에 노출됐다”며 주요 공공시설물에 대한 경계를 강화해왔다. 때문에 사건 발생 전까지만 해도 자카르타 중심부에 위치한 주요 건물들은 검색대를 거쳐야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등 보안검색을 대폭 강화해 운영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정보 당국이 사전에 테러 발생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현지 언론이 치안 당국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참고로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이슬람 신도가 가장 많은 국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인도네시아 정보 당국이 지난해 12월 IS와 관련된 테러 공격을 준비하던 무장세력 몇 명을 체포했으며, 이들로부터 조만간 대도시에서 대규모 테러가 일어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었다고 보도했다.

IS가 파리 테러 직후 인도네시아를 거명하며 “동남아에 칼리프의 영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번 테러와 연관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2002년 휴양지 발리에서 202명의 사상자를 낸 대형 테러 사건의 배후인 제마 이슬라미야가 여전히 굳건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인도네시아 정보 당국을 불안케 하는 요소다. 자카르타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외교분석연구원의 시드니 존스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생한 파리 테러는 인도네시아 급진주의자들에게 자국 내 서방 이익단체들을 공격하는 좋은 사례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테러 발생 3시간 전 주(駐)인도네시아 미국대사관은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에게 ‘14일 오전 중 잘란탐린 사리나 쇼핑몰 주변은 절대 가지 말 것’이란 내용이 담긴 긴급 전자메일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어떤 경로로 첩보를 입수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만약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이를 입수했다면 미온적인 대처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IS 거점 동남아로 옮겨가면 서방 국가도 부담”
자카르타 경찰은 이번 테러에 사용된 폭탄을 ‘아부 무자브’라는 이슬람 원리주의자가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의 합동작전에 밀려 중동·아프리카에서 점차 근거지를 잃어가는 IS(이슬람국가)가 활동 무대를 동남아로 옮기는 상황이다. 국제 주요테러 연구기관들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남부 필리핀과 태국 일부 지역이 차기 IS의 활동 무대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평양재단의 샤잔 고헬 연구원은 이번 테러가 수도 자카르타에서 발생한 것을 우려하면서 “시리아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IS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활동을 한다면, 대(對)테러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서방 국가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지난해 8월까지 IS에 가입하려고 시리아와 이라크로 건너간 인도네시아인의 수가 500명에 달하며 지금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1월13일에는 인도네시아인 16명이 IS에 합류하려다 붙잡혔으며 이들 중 11명이 어린이들로 밝혀져 인도네시아 사회에 충격을 줬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국 내 IS에 대한 홍보를 전면 금지한 상태며 IS에 가담하려 한자국민에 대해서는 국적을 박탈하는 등 초강경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2005년 발리 폭탄 테러를 주도한 주요 테러범들이 올해 대거 출소하고, 인터넷망 확충으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한 정보 교류가 갈수록 편리해지고 있다는 점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무장 이슬람 세력에게 자양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반대 의견도 있다. 호주국립대학의 교수이자 아시아 테러리스트 분석 전문가인 그레고리 피어리 교수는 “이슬람 원리 주의자들 사이에서 ‘왜 우리가 조직원을 스스로 죽이나’라는 목소리가 커질 경우, 이번 공격은 IS가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삼으려는 데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테러 발생 직후 스타벅스는 자카르타 전 매장을 잠정적으로 폐쇄키로 결정했으며, KFC 등 다른 미국계 브랜드 기업들도 보안 인력을 대폭 강화하는 등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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