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시장 대변환] ① 암묵적 '고요금제 카르텔' 깨지나
  • 민보름 기자 (dahl@sisapress.com)
  • 승인 2016.01.20 16:55
  • 호수 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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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폰 판매↑, 기본요금 없는 서비스도 나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13일 우체국 알뜰폰 판매 현장을 방문했다. / 사진=방송통신위원회

SK텔레콤이 출고가 30만원대 전용폰 쏠을 공개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업계에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알뜰폰 도입으로 이동통신 업계에 프리미엄 단말기, 3사 위주 구조가 깨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원금 한도가 생기면서 출고가가 높은 단말 구입 시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LTE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통신 요금이 비싸다고 느끼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한 이동통신사 임원은 “스마트폰 할부금이 같이 청구돼 매달 10만원 넘게 요금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고객은 상상수가 비싸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고객 있던 젊은 층이 취업난에 시달리고, 경기불황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도 기존 구조가 흔들리는 데 한몫 하고 있다. 단말기 가격과 이동통신 요금(ARPU)이 모두 역성장하리라는 우려는 우려에 그치지 않고 있다.

◇ 너도 나도 실속형, 중국산이 기름 부어

종로구 소재 LG유플러스 대리점 직원은 “예전에는 9 대 1로 프리미엄 폰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갔다면 단통법 이후에는 7 대 3이나 6 대 4정도로 판매량 격차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위주 단말기 시작이 흔들린 지는 오래됐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 A8을 자사 전용폰으로 히트시키면서 중저가 열풍은 시작됐다.

SK는 아예 자체 기획한 루나(LUNA)를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수준 사양에 가격은 절반인 제품이 대세가 됐다. 루나는 2015년 9월 4일 출시된 후 3개월 만에 15만대 이상 팔렸다.

지난해 루나 열풍이 불 당시 한 이동통신 업체 관계자는 “루나 같은 자체 기획 스마트폰은 업계 점유율 50%인 SK텔레콤처럼 대규모 물량을 소비할 수 있는 곳에서만 팔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업체가 제조한 스마트폰이 후발 업체와 소비자에게 새 기회가 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는 따로 중국산 공기계를 사다 개통해야 했다. 하지만 이동통신사가 자사 전용폰으로 중국산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일명 ‘쯔위폰’이라 불리는 화웨이 Y6를 내놨고 KT는 샤오미 홍미노트3를 인터파크에서 단독 판매하다 중단했다. 업계에선 국내 제조사가 KT에 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KT나 인터파크 측이 판매 중단 이유로 들었던 법적인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지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사도 중가가 아닌 출고가 20만원 대 저가폰을 출시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2016에서 K10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곧 A5와 A7을 내놨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도 신흥시장을 타겟으로 개발한 모델 대부분을 국내에 동시출시하게 될지도 모른다”면서 “신흥시장에서도 LTE 가입자가 늘고 있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 불황타고 알뜰폰·선택 약정 요금 할인 가입자↑

최근 우체국 대란을 낳은 에넥스 텔레콤의 A제로는 기본료가 없다. 그리고 통화 50분이 무료다. 물론 3G 통신이라 최신 고품질 서비스는 아니다. 하지만 많게는 5만원 이상 기본요금을 내야하는 기존 이동통신 요금과 차이가 크다.

 

참여연대는 19일 “영세한 알뜰폰 업체도 기본료를 폐지하고 무료통화를 50분 제공하고 있는데 2014년 한 해에만 1조 8250억의 영업이익을 남기고 있는 SK텔레콤이 기본료를 여전히 받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래창조과학부 발표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는 2015년 11월 10%를 넘겼다. 미래부는 알뜰폰 가입자 당 평균 통신요금을 2만원 절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택약정 요금 할인제 가입자도 늘고 있다. 단통법과 함께 도입한 20% 선택약정 요금 할인제는 소비자가 단말기를 구입하면서 공시지원금 대신 이동통신 요금을 매달 20% 할인 받는 제도다. 미래부는 이 선택약정 요금 할인제 가입자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의 경우 기존 가입자가 타사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아 고객 수가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데다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늘어 저렴한 상품 수요가 더욱 늘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가입자 당 평균 이동통신 납부 요금은 당분간 하락할 전망이다. 이는 이동통신 업계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박상하 동부증권 연구원은 “2015년 4분기 단말기 판매량에서 선택약정 요금 할인 비중이 30%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추세는 2016년 1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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