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전쟁
  • 김재태 편집위원 (jaitai@sisapress.com)
  • 승인 2016.01.20 21:14
  • 호수 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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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산다는 것은 참 고된 일입니다. 아이 키우랴 살림하랴 불철주야, 동분서주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면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한 방송사에서는 최근 이 같은 한국 엄마들의 현실을 <엄마의 전쟁>이란 타이틀의 시리즈물로 방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방송에는 좀 더 나은 보육 환경을 찾아 유럽 국가로 이주한 한국 엄마들의 이야기도 담겼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다며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삶이 행복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나니 한국 엄마들의 일상이 더욱 눈물겹게 느껴집니다. 하루하루가 말 그대로 ‘전쟁’입니다. 육체적인 피로는 말할 필요도 없고 정신적으로도 힘든 나날의 연속입니다. 아이들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사방이 벽이고, 지뢰밭입니다. 이러니 출산을 포기하는 엄마들이 늘어나지 않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엄마들이 또다시 거친 바람 속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른바 ‘보육대란’ 앞의 등불 신세입니다. 정부와 교육청 간 누리과정 지원금 갈등으로 엄마들의 마음은 끝도 없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당장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이 늘어났습니다. 정부의 지원금이 끊기면 그동안 냈던 돈만큼을 더 내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정부가 2014년 10월 시행령을 개정해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의 의무 지출 경비로 돌려놓은 탓이 큽니다. 이에 반발해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애꿎은 엄마들과 아이들만 혼란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보육 지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입니다. 제18대 대선 새누리당 정책공약집을 보면 ‘0~5세 보육 및 육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현’이라는 약속이 큼직한 활자로 들어 있습니다. 박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인 2013년 1월 “보육 사업과 같은 전국 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분명히 말한 바 있습니다.

시·도 교육감은 정부가 시행령을 바꾸면서 자신들과 충분한 의견 교환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감정이 상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입니다. 여태까지 나왔던 지원금이 갑자기 끊기니 새로운 예산 편성에 어려움도 느꼈을 것입니다. 대화가 부족했다면 이제라도 대화를 하면 될 일입니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민 모두를 위해 좋은 방향을 찾으면 됩니다. 엄마들의 의견이 필요하다면 귀를 열고 들으면 됩니다.

앞서 말한 새누리당 정책공약집의 발간사에는 이런 문구도 들어 있습니다. “새누리당의 약속은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어머니는 자식 모두가 잘 살아야 행복합니다.” 지금 정부와 여당, 교육 당국에 절실한 것이 바로 그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그 ‘어머니의 마음’으로 위기의 엄마들, 아이들을 구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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