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입당한 사람이 무슨 영입 인사냐”
  • 남상훈│세계일보 기자 (.)
  • 승인 2016.01.20 21:20
  • 호수 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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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인재 영입 발표 놓고 친박 · 비박 공방

새누리당 친박(親박근혜)계와 비박(非박근혜)계가 인재 영입을 놓고 충돌하는 모양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수읽기를 통해 선공과 반격, 재반격을 거듭하며 치열한 공천 싸움을 벌이고 있어서다. 4·13 총선 공천 룰 전쟁에 이은 내전(內戰) ‘2라운드’에 돌입한 셈이다.

비박계 김무성 대표는 1월10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차 영입 인사 6명을 직접 소개했다. 김 대표가 나선 건 이례적이다. 외부 인사 영입 경쟁에서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약칭 더민주)에 뒤처졌다는 당내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재 영입은 처음부터 잡음을 냈다. 친박계가 즉각 반발했기 때문이다. 외형상으론 영입 인재에 대한 자질과 불공정성을 문제 삼았지만 속내는 김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친박계는 김 대표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우선 부적절한 처신을 했던 인사들에 대해 시비를 걸었다. 국회 비서관 출신인 배승희 변호사는 2005년도에 조희팔 사기 사건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연계성 발언을 했다가 지난해 10월26일 유 전 원내대표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당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월10일 1차 인재 영입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 소장, 김태현 변호사,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김무성 대표, 배승희 변호사, 변환봉 변호사, 최진녕 변호사. ⓒ 연합뉴스

영입자 6명 중 2명 이미 새누리당 당적 보유

2008년부터 새누리당 당적을 보유한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은 18·19대 총선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했고 음주운전 전력도 두 차례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가 ‘영웅’이라고 치켜세운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도 새누리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극우 성향의 전 사무총장은 새누리당 교과서개선특위 위원으로도 소속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친박계 의원은 “전희경은 너무 강하던데. 꼭 친노(親노무현)의 심한 애들처럼…”이라고 평가했다.

영입 인사에 대한 불공정 논란도 일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1월11일 기자들과 만나 “아니, 입당된 사람을 영입이라고 하면, 입당된 사람들처럼 지금 처음 나온 사람들도 전부 그렇게(소개를) 해야지. 형평도 안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대표가 영입 회견까지 열어주는 것 자체가 이미 불공정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친박 관계자는 김 대표의 기자회견 참석과 관련해 “미친 X 아니야?”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자발적으로 입당한 사람들을 기자회견까지 열어 참신하고 역량 있는 인재라고 소개하는 행위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회견에서 “애국심이 높은 젊은 전문가 그룹이 나라 위해 역할 하겠다고 큰 결심을 함에 따라 젊은 층 지지가 미약한 새누리당으로서는 백만 원군의 큰 힘이 될 것”이라면서 “이들은 자발적으로 입당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기존의 인재 영입과는 개념이 다르며 앞으로도 계속 이런 분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6명 중 2명은 이미 새누리당 당적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서 최고위원은 “이미 입당돼 있는 사람들을 갖다가 영입한 것으로 한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6명 중 4명이 변호사여서 ‘법조당’ 이미지가 더욱 굳어지게 됐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친박계가 김 대표에게 십자포화를 쏟아부은 배경엔 김 대표가 자기 사람을 심는다는 의구심이 깔려 있는 듯하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1차 영입 인사들은 대부분 김 대표와 친분이 있는 인사들인 것 같다”며 “결국 김 대표가 자기 사람을 챙기는 것 아니냐는 당내 불만이 있다”고 전했다. 정치 평론가 박상헌씨는 지난해 김 대표의 방미 당시 로스앤젤레스 현지 준비 업무를 맡았던 인물이다.

김 대표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당에 힘을 보태준다는 뜻은 감사하나 대표로서 인센티브를 줄 게 전혀 없고 출마 시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기 사람을 챙기거나 줄 세우기식 영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며 역공했다. 친박계가 주장하는 전략공천을 차단하겠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1월12일 공석인 인재영입위원장 지명 계획에 대해 “(인재 영입은) 전반기에 했던 활동을 토대로 한다는 차원에서 상향식 공천을 위해 일부러 비워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앞두고 인재를 영입하게 되면 전략공천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인재영입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초 권오을 전 의원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한 후 공석이다.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 대권 전략과 맞물려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이 대권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 대표는 친박계와의 공천 룰 싸움에서 인지도가 높고 지역 내 조직 기반이 탄탄한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에게 유리한 공천 룰을 지켜냈다. 새로운 인재 영입보다는 기존에 있는 인재들을 자신의 우군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막강한 권력을 활용해 친박을 지원할 수 있지만 김 대표는 그런 파워를 갖고 있지 못하다”면서 “결국 김 대표는 현재 당내 인사들을 최대한 보호해 우군으로 만들어 자신의 대권가도에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력 재창출을 노리는 친박계도 재반격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친박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세력을 확장하고 자파의 차기 대권 주자를 발굴하겠다는 게 친박계의 계산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TK(대구·경북)와 강남 벨트에 ‘진박’(진실한 사람+친박) 후보를 대거 낙하시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박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 정국에서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편에 섰던 김 대표에 대한 의구심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핵심인 김재원 의원은 상향식 공천이 인재 영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1월12일 라디오에 출연해 “지금 현재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고 하면 적어도 지역구에 내보내기 위해서 누구누구를 영입해서 다시 경선에 보낸다는 것”이라며 “전국의 모든 선거구에 후보자들이 있지 않나. 그런데 새로 누구를 영입해서 다시 그쪽으로 보낸다면 그분이 정작 현장에서 별로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김 대표는 거물급 인사의 ‘험지 출마론’을 교통정리하며 친박계의 아킬레스건을 타격했다. 1월13일 부산 출마를 선언한 안대희 전 대법관에게 서울의 야당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동의를 얻어냈다. 친박계가 장관 등 고위 공무원과 청와대 참모들을 꽃가마 태워 여당 텃밭인 TK에 낙하시키는 것을 간접 공격한 것이다. 친박 거물들에게도 당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압박한 셈이다.

친박계도 물러서지 않았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1월13일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을 영입해 대구 북구에 출마시킬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TK 지역에 자파의 인사들을 배치하는 전술에 변함이 없다고 버틴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 인재 영입 갈등은 앞으로도 세 불리기와 맞물려 물고 물리는 접전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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