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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리더십] 고대 이집트 중흥기의 태양왕

람세스 2세, 이집트 국경 확립하고 내부 질서 정비해 추앙받아

김경준 |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1.20(Wed) 21:28:09 | 13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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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신(新)왕국시대의 람세스 2세(B.C.  1303?~B.C. 1213?)는 이민족 힉소스의 100년 지배를 벗어난 후 다시금 대내외 혼란에 빠진 이집트 신(新)왕조의 지도자로서 외부의 적에 대응하고 내부 질서를 잡아 중흥기를 이끌었다. 그는 북쪽 메소포타미아에 통일제국을 수립하고 이집트를 넘보는 히타이트에 맞서 사상 최초의 국제 전쟁을 치르고 사상 첫 평화협정을 체결해 국가를 수호했으며, 내부적으로는 신관(神官)들의 도전에 대응해 파라오의 권위를 재정립하고 66년에 이르는 재위 기간 동안 4개의 거대 좌상으로 유명한 아부심벨 신전을 비롯해 룩소르 신전, 카르나크 신전 등 수많은 기념물을 이집트 곳곳에 건립했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대 이집트 유적은 람세스가 건립한 것이다.

이집트 카이로 도심 바브 알-하디드 광장(람세스 광장)에 있는 람세스 2세 석상. ⓒ 연합뉴스

이집트 문명은 나일 강의 선물이다. 적도 부근에서 발원해 지중해로 흘러드는 남북 6690㎞ 강줄기의 비옥한 하류 삼각주 주변은 6000년 전에 발생한 기후변화로 사막화하면서 자연 방어벽을 형성했다. 매년 7~9월에 상류의 우기(雨期)로 야기되는 하류의 범람이 가져온 퇴적물은 자연적 객토(客土) 현상이 돼 농업에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줬다. 또한 나일 강은 천연 고속도로였다. 배를 띄우기만 하면 물결을 타고 북쪽 하류로 갔고, 돛만 올리면 항상 남쪽으로 부는 바람을 타고 상류로 이동할 수 있었다. B.C. 5000년 무렵부터 강 유역을 따라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촌락은 점차 부족 단위로 발전되다가 상(上)이집트와 하(下)이집트 2개로 병립됐다. 하류 삼각주에 위치한 하이집트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웠으나, 정치적 통합이 앞섰던 상이집트의 메네스 왕이 B.C. 3150년 통일 왕국을 수립했다. 이후 이집트는 신적인 절대권위의 파라오 통치 체제가 3000년가량 계속되다가 B.C. 332년 알렉산드로스에게 정복되면서 그리스 계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들어선 후 B.C. 30년 클레오파트라를 마지막으로 로마 제국에 편입돼 독립 왕국의 역사는 끝난다.

파라오 시대를 고왕조(B.C. 2635~B.C. 2140), 중왕조(B.C. 2022~B.C. 1650),  신왕조-후기왕조(B.C. 1539~B.C. 332)로 구분하면 중왕조까지는 주변과 상관없는 격리된 문명권으로 발전했다. 고왕조 시대인 B.C. 2500년 무렵 유명한 쿠푸 왕의 피라미드가 세워졌을 정도로 토목건축과 기하학이 발달했고, 1년을 365일로 나누는 태양력이 최초로 사용됐으며 현존하는 것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자가 만들어졌다. 장기간의 안정과 발전은 자연스럽게 팽창으로 이어져서 시나이 반도와 팔레스타인 방면으로의 진출이 시작됐다.

한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이집트보다 1000년 정도 늦은 B.C. 2300년경 셈족의 사르곤이 수메르 도시국가들을 정복하고 아카드 왕국을 세우면서 정치적 통합이 시작됐고, B.C. 1700년경 시리아에 근거지를 둔 군사강국 힉소스의 왕 셈켄이 이집트를 정복해 이민족 출신 최초의 파라오가 돼 100여 년을 통치한다. 이민족 지배를 받던 이집트인은 테베 출신 아모세를 중심으로 봉기해 B.C. 1580년 힉소스 지배를 종식하고 신왕조 시대를 시작한다.

이집트의 세계적인 관광명소 아부심벨 신전 ⓒ EPA연합

람세스=태양신 ‘라’+태어나다 ‘모세’

신왕국 시대의 이집트는 역사상 최초로 철기를 사용한 메소포타미아의 통일제국 히타이트 및 그리스 근방에서 도래하는 해양 민족들의 상존하는 위협에 대처하지 않고서는 국가 유지가 어려운 입장이었다. B.C. 1279년 파라오에 즉위한 람세스 2세는 먼저 즉위 2년 차에 해양 민족으로 지칭되는 그리스 출신 해적들에 대한 토벌에 나서 소탕에 성공했다. 이후 즉위 4년 차에 숙적 히타이트와의 결전을 위해 2만의 군사를 이끌고 출병했고, 히타이트의 무와탈리스 왕은 3만의 병력으로 맞섰다. 당시 전통의 강자 이집트와 신흥 강자 히타이트가 국가의 명운을 걸고 B.C. 1275년 접경지 카데시에서 맞붙은 전투는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국제 전쟁이다.

초반전은 히타이트 우세였다. 철제 무기와 전차로 무장한 히타이트 군대는 지형에 익숙한 이점을 활용해 매복과 기습 작전으로 이집트군의 연결 고리를 끊었고, 단절된 이집트군을 공격해 파라오를 생포하려 할 정도로 압도했다. 승리를 목전에 두고 방심한 히타이트 군대는 승리를 굳히기보다 약탈에 시간을 보내다 당시 이집트의 지배를 받던 가나안 구원군에게 역습을 허용해 패주하고 만다. 그러나 주력이 타격을 입은 이집트 군대는 히타이트를 추격하지 못했기에 1차전은 무승부로 종료된다. 람세스 2세는 이후에도 수차례 원정을 실시했으나 최종 승부를 내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히타이트는 근거지 메소포타미아에서 예기치 않은 신흥 도전자 아시리아의 위협에 직면했고, 이집트 역시 지속적인 원정에 따른 피로감이 커져갔다. 이런 배경에서 카데시 전투 16년 후 이집트는 히타이트와 역사상 최초의 평화조약을 체결했고, 상호신뢰 차원에서 람세스는 히타이트 공주와 결혼했다. 히타이트와의 긴장 관계를 해소한 람세스는 여력을 서쪽의 리비아와 남쪽의 누비아로 돌려 영역을 확장하고 북아프리카에서 지배력을 확고히 했다. 현재의 에티오피아에 위치한 누비아를 정복한 후 이집트와의 길목인 누비아 남부의 나일 강을 굽어보는 암벽을 깎아서 아부심벨 신전을 건립해 영토의 확장을 알리고 자신의 권위를 높였다.

람세스는 90세까지 생존한 이집트의 장수왕으로 국경을 확립하고 내부 질서를 정비해 이집트 신왕조를 반석에 올려놓았고, 이집트 곳곳의 건축물과 기념비에 자신의 업적을 기록해 후대에도 추앙받게 됐다. 이집트의 태양신 ‘라’와 ‘태어나다’라는 의미의 ‘모세’가 합쳐진 람세스라는 이름 자체가 파라오의 영광을 상징하게 돼 이후 혈연이 없는 경우까지 포함해 람세스 11세까지 이어졌다.

람세스는 기록과 함께 오늘날까지 자신의 온전한 미라도 남겼다. 당초 파라오의 무덤에 매장됐지만, 도굴을 피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장소로 옮겨졌다가 1886년 세상으로 나온 미라는 정밀조사를 위해 1976년 프랑스 파리로 이송되면서 국제법에 따라 발급한 여권에 직업을 ‘왕’으로 기재했고 프랑스 정부는 국가원수에 준하는 의장 행사로 영접했다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람세스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영화·애니메이션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면서 파라오 중에서 현 세대인들과 가장 친숙한 인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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