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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실세 봐주기’ 부실 수사가 빚은 예고된 수순

1조원 배임 혐의 강영원 前 한국석유공사 사장, 1심에서 결국 무죄 선고

박혁진 기자 ㅣ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1.20(Wed) 21:44:14 | 13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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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널은 지난해 7월28일자(1345호)에 실린 ‘검찰, 무리하게 자원외교 돌진했다 ‘빈손’으로 퇴각’ 기사에서 당시 검찰이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을 기소한 것에 대해, ‘법원에서 다툴 여지가 많다’며 무죄가 나올 가능성을 예상한 바 있다. 기사 작성 시점은 강 전 사장이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와 정유 부문 자회사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NARL)을 인수하며 시장 가격인 주당 7.31캐나다달러보다 훨씬 높은 주당 10캐나다달러를 지불해 회사에 5500여 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2015년 7월 구속 기소된 직후였다.

당시 기자가 이렇게 판단했던 것은 자원외교 관련 비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수사가 정작 자원외교를 주도한 정권 핵심 인사는 배제한 채, 공기업 사장만을 겨냥한 ‘반쪽짜리’ 수사라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시선이 에너지 공기업 임직원들 사이에서 팽배했다. 1조원이 넘는 사업을 공기업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그 책임을 공기업에만 묻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검찰이 기소하고 6개월이 지난 1월8일, 1심 법원은 강영원 전 사장에 대해 결국 무죄를 선고했다.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 ⓒ 연합뉴스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2010년 2쇄 발행한 <국제 석유개발 계약의 이해>.

최경환·윤상직 등 핵심 라인 비켜간 수사

선고 후 이례적으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법원을 비판했다. 이 지검장은 1월11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단호하게 항소해 판결의 부당성을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심 판결처럼 경영 판단을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하기 시작하면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며 “그나마 유일하게 존재하는 ‘검찰 수사를 통한 사후 통제’를 질식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또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3일 만에 ‘묻지 마’식 계약을 하고 이사회에 허위 보고해 1조원이 넘는 손해를 입혔는데, 이 이상으로 무엇이 더 있어야 배임이 될까요”라고 판결 내용을 문제 삼았다. 야당과 시민단체도 법원 판결에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순옥 의원 등 국회의원 11명과 참여연대 등 8개 단체는 1월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영원 전 사장에 대한 법원의 봐주기 판결을 규탄한다”며 “최대 규모 혈세 낭비 사업인 자원외교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이나 야당의 분위기와는 달리 관련 업계는 ‘강 전 사장에 대한 무죄는 법원이 정치적 판단만 하지 않는다면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분위기다.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틀렸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에너지 공기업 임원은 “엄밀히 말하면 무리한 수사가 아니라 부실한 수사”라며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려면 강 전 사장이 아닌 당시 자원외교 핵심 라인을 조사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이 자원외교와 관련해 공기업 사장들만의 책임을 물었는데, 1조원이 넘는 사업 추진을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의 승인 없이 할 수 있겠는가.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못 박으며, “사업을 추진할 단계부터 지경부가 관여하고 최종적 승인도 지경부가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대로 지경부가 관여를 하지 않았다면, 공기업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지경부로서는 직무유기를 한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들은 당시 자원외교 핵심 라인이 현 정권의 핵심 실세들이라는 데에 검찰의 고민이 있었을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시 자원외교의 그림을 그렸던 핵심 라인은 누구일까.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등을 꼽는다. 두 사람은 자원외교가 한창이던 이명박 정부 시절 지경부(현 산업통상자원부) 핵심 라인에 포진해 있었으며, 현 정권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인물로 꼽힌다. ‘친박 좌장’으로 통하는 최 전 부총리에 대한 설명은 따로 필요 없을 정도이며, 윤 전 장관은 친박 인사로 분류돼 이번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일단 최경환 전 부총리는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하던 때와 겹치는 2009년 9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지경부장관을 역임했다. 강 전 사장은 감사원 감사와 이어지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 전 부총리에게 승인을 받았다고 줄곧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석유공사 관계자들도 “강 전 사장은 하베스트 인수에 부정적이었지만 최경환 당시 지경부장관을 면담한 직후 입장이 바뀌었다”고 말하고 있다. 강 전 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도 이런 소명을 무죄의 근거로 인정했다.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문제로 꼽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검찰이 1조원 넘는 사업을 쥐락펴락하는 것이 공기업의 독단적 판단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기초적 사실만 인정하고 들어갔다면 최소한 최 전 부총리를 부르거나 강 전 사장과 대질을 했어야 했다. 검찰은 최 전 부총리를 상대로 한 차례의 서면조사만 하고 끝냈다.

윤상직 전 장관은 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하기 전까지 지경부 자원개발정책관을 지냈다. 그가 2008년 낸 책의 이름이 <국제석유개발 계약의 이해>였다. 당시 석유공사 임직원들에게 이 책은 필독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서적이 아님에도 2010년 2쇄까지 출간됐다. 최 전 총리와 윤 전 장관의 경우 석유공사의 투자 과정에 깊이 연관되었다는 것이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 이들은 “두 사람을 빼놓고 수사를 하려고 하다 보니 누군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나오고, 당연히 강 전 사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직 석유공사 임원은 “1조원이 넘는 투자를 공기업 사장 혼자 했다고 해서 책임을 묻기 시작한 감사원과 이를 특수부에 배당한 검찰이 주무 부처와 공기업 관계를 몰랐을 리 없다”며 “결과적으로 전 정권에 대한 사정, 현 정권의 실세 봐주기 등 다양한 정치적 판단의 결과물이 바로 강 전 사장 기소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기업 관계자 역시 “일부 허위 보고가 있다고 해서 강 전 사장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됐지만 결과적으로 무죄는 당연한 결과”라며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 역시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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