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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고생 했는데도 오스카를 안 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향한 디카프리오의 강렬한 집착, <레버넌트> 열연으로 재도전

허남웅 | 영화 평론가 ㅣ . | 승인 2016.01.20(Wed) 21:51:32 | 13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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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상을 받았다. ‘드디어’라는 부사를 뺀 이유가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아니어서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로 골든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부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2005년 <에비에이터>와 2014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 이은 세 번째 수상이다. 디카프리오의 이번 골든글로브 수상에는 유독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의 연기상 수상이 아카데미영화제의 오스카 트로피로 직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즉 디카프리오가 다가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부문의 수상자로 유력하다는 의미다. 그렇게 될 경우 그의 아카데미 수상은 생애 최초가 된다.

<레버넌트>에서 디카프리오가 맡은 역할은 휴 글래스다. 휴 글래스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최고 사냥꾼으로 평가받는 실제 인물이다. 영화는 휴 글래스가 모피회사를 위해 일하다 회색곰의 습격을 받고 사지를 헤매던 중 벌어지는 사연에 주목한다.

ⓒ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숨만 겨우 붙은 휴 글래스를 돌보기 위해 동료와 아들이 곁에 머무른다. 동료 존 피츠제럴드(톰 하디)는 지금의 상황이 불만스럽다. 빨리 모피를 회사에 전달해야 돈을 벌 수 있는데, 휴 글래스 때문에 시간이 마냥 지체되는 데다 언제 인디언이 닥쳐들지 알 수 없어 걱정스러운 것이다. 도망갈 기회만 엿보던 존 피츠제럴드는 휴 글래스의 아들을 죽이고 휴 글래스마저 눈보라가 심한 산중 흙 속에 묻어둔 채 모피와 식량만 가지고 사라진다. 아들을 죽인 존 피츠제럴드를 향한 복수심은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휴 글래스의 생존 의지를 불태운다. 휴 글래스는 부상한 몸으로 존 피츠제럴드를 쫓기 시작한다.

<레버넌트>의 연출자는 지난해 <버드맨>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은 멕시코 출신의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다.

모피 사냥꾼들의 처절한 생활과 극한에 처한 인간의 욕망을 파헤치고자 했던 이냐리투는 당시 미개척 지역에서 겪었을 상황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리고자 했다. 19세기의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혹독한 환경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5년 가까이 캐나다와 아르헨티나의 가장 원시적인 숲을 찾아 헤매 100여 군데의 로케이션 장소를 확보했고 극사실적인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 말인즉 바꿔 말하면 출연하는 배우들은 ‘개고생’을 각오해야만 했다.

디카프리오는 <레버넌트>의 캐스팅 제의를 받기 전 대니 보일 연출의 전기영화 <스티브 잡스> 출연을 고려했다. 하지만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았던 디카프리오는 <레버넌트>의 출연이 영화 팬들로 하여금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판단했다.

굳은 결심을 했음에도 촬영 현장의 기후 조건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영하 30도의 혹독한 추위로 카메라가 작동을 멈출 정도였고 한번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2m가량 쌓여 촬영이 중단되기 일쑤였다. 실제 회색곰이 출몰해 덮치지는 않을까 서슬 퍼런 환경에서 디카프리오는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맨몸으로 눈 위를 기는가 하면 인디언의 공격을 피한다는 설정으로 강 속에 뛰어드는 연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올해도 ‘골든글로브’가 ‘오스카’로 이어질까

타고 가던 말이 추락사하자 배를 갈라 내장을 다 끄집어내 그 속에 들어가 추위를 피하고, 어떻게든 살아서 존 피츠제럴드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물소의 생간을 실제로 뜯어먹는 등 휴 글래스로 빙의한 디카프리오의 고생담을 다 말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평생 가장 힘들었다고 말할 만한 장면을 30~40컷은 꼽을 수 있다. <레버넌트>의 좋은 점은 그 시련이 전부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이냐리투 감독은 우리의 고통을 질료(質料)로 삼아 걸작을 만들었다.”

사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신의 명성에 비해 아카데미상을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은 다소 의외다. 최고라고 꼽을 만한 그의 연기는 이전에도 많았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년)에서 마약 때문에 제 몸을 가누지 못해 침을 질질 흘리는 타락한 주식 중매인 역으로, <장고: 분노의 추적자>

(2013년)에서는 흑인 노예를 괴롭히는 백인 지주 역할로, <제이. 에드가>(2011년)에서는 마마보이이자 동성애자였던 에드가 후버로 출연해 꽃미남 이미지와는 정반대되는 연기를 펼쳐 찬사를 끌어냈다.

휴 글래스 연기로 그가 앞서 언급한 작품에서의 캐릭터를 뛰어넘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 디카프리오를 외면해온 아카데미를 향해 강력한 항의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는 충분했다. <레버넌트>에서의 연기는 ‘이렇게까지 고생했는데 아카데미 너희가 상 안 주면 직무유기지’라고 시위하는 것만 같다. 여러 차례 후보로만 지명했던 아카데미를 향해 최고 배우의 자존심을 끄집어내 이번만큼은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쥐겠다는 디카프리오의 의지가 강하게 읽히는 것이다.

일찍이 <디스 보이즈 라이프>(1993년)에서 당시 19세의 디카프리오와 함께 연기한 적이 있는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는 마틴 스콜세지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이 아이한테는 범상치 않은 뭔가가 있어. 언제 한 번 같이 작업해봐.” 드니로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은 디카프리오가 이듬해 출연한 <길버트 그레이프>(1994년)로 증명됐다. 디카프리오는 지적 장애를 가진 역할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아카데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꽤 이른 나이에 연기력을 인정받은 디카프리오지만 유독 오스카 트로피와는 인연이 없었다. <에비에이터>와 <블러드 다이아몬드>(2006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까지 여러 차례 후보에 올랐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혹자는 <타이타닉>(1997년), <로미오와 줄리엣>(1996년)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에서의 앳되고 뽀얀 외모가 관객에게 워낙 호감을 산 탓에 연기력이 묻혔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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