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이들 어디로 갔나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1.2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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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결석·실종 아동 실태, ‘장기 밀매 조직이 납치했다’ 흉흉한 소문도

경기도 부천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아들 시신 훼손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아버지 A씨는 2012년 11월7일 저녁 안방에서 아들 B군(사망 당시 7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엎드리게 한 뒤 얼굴을 발로 차는 등 2시간여 동안 폭행하고, 다음 날 아들이 죽자 집 부엌에 있던 흉기로 시신을 훼손해 집과 외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B군을 구출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이다. B군은 3년 넘게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연락도 없이 무단으로 장기 결석을 한 것인데, 이에 대해 적극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관련 기관들이 책임 떠넘기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해 실종 아동 3만7522명 중 348명 못 찾아

1월18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실종아동찾기협회 사무실에 실종 아동을 찾는 전단지가 붙어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사건으로 논란이 일자 장기 결석 아동이 얼마나 되고 이들 중 실종 상태인 아동은 얼마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청 내부 행정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실종 아동 수는 3만7522명으로 이들 중 3만7174명이 보호자에게 인계됐고 나머지 348명은 발견하지 못했다.

실종 아동 수만 놓고 보면 2011년 4만3080명, 2012년 4만2169명, 2013년 3만8695명으로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2012년 2월 실종아동법 개정으로 도입된 ‘지문 등 사전등록제’와 ‘위치추적제’를 실시하면서 실종 아동 발생률이 하락세로 전환됐다는 게 경찰청의 분석이다.

반면 발견되지 않은 아동 수는 2011년 75명, 2012년 158명, 2013년 227명으로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2013년 6월 실종아동법 개정 때 보호 대상을 기존의 14세 미만에서 18세 미만으로 확대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단순 가출 건수가 실종 아동 사건으로 편입됐다는 것이다.

경찰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사라진 아이가 적지 않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며 학교에도 가지 못한 B군 역시 사라진 아이들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에서 아버지와 동거녀의 학대에 시달리다 가까스로 집을 빠져나온 C양(11세)도 마찬가지다. C양 역시 장기간 무단결석 상태였다. 그대로 방치됐으면 생명이 위태로웠을 수도 있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에 따르면, 자신의 아이를 유기해놓고 주변 시선을 의식해 허위 신고를 하는 경우는 예전에도 가끔 있어왔다. 부모가 별거 중이라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던 D군(당시 4세)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D군이 사라진 건 2006년 10월이다. 명절에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아이 고모부가 “D를 왜 안 데려왔느냐”고 묻자 아버지는 “어디서 잘 크겠죠”라고 엉뚱한 말을 했다. 친지들이 “그게 무슨 말이냐”고 따져들자 아버지는 “얼마 전에 잃어버렸는데 보호시설에서 잘 크겠죠”라며 마치 남의 일 말하듯 했다.

D군 아버지는 인근 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했다. 아이가 피자를 사달라고 해서 차에 잠시 두고 내렸는데 갔다 와보니 감쪽같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이는 허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은 이랬다. D군 어머니가 아파서 입원해 있다는 연락을 받은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일이 터졌다.

바깥 날씨가 한창 쌀쌀해질 무렵이었다. 아버지는 아이가 칭얼대니까 버릇을 고친다며 한 공항 정문에 아이를 내려놓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15분쯤 후에 찾으러 돌아갔는데 아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는 것이다. 경찰이 일대를 샅샅이 수색하고 어머니가 몇 년을 돌아다니며 찾았지만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들 버린 아버지 경찰에 허위 신고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당시 아이가 사라진 공항 인근은 물론 성남과 횡성 일대를 뒤지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왜 그랬을까. 그가 들려준 사연은 이렇다. D군의 할아버지는 재산이 수백억 원에 이르는 지역 유지였다. 특히 성남에 30여 만평, 횡성에 12여 만평의 부동산을 보유한 땅 부자였다. 만약 아버지가 아이를 죽여서 묻었다면 언제 파헤쳐질지 모르는 남의 땅이 아닌 자신이 물려받을 땅에 묻지 않았겠느냐는 판단을 한 것이다.

아버지가 평소 폭력적이었다는 증언도 나와 관할 소방서의 도움까지 받으며 수색작업을 펼쳤다. 사고가 있기 전 가족이 차를 타고 이동할 때였다. 아버지가 운전을 난폭하게 하자 어머니가 “아이도 타고 있으니까 운전 좀 천천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앞선 차를 고의로 들이박고는 차문을 열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평소 어머니가 전화를 두세 번 안 받으면 욕설에 주먹질까지 했다고 한다. D군 실종과 관련해 아동유기죄로 기소된 아버지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00년대 초 5월5일 어린이날에 어린이대공원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인근 하수도 맨홀까지 들춰내며 다 뒤졌지만 결국 아이를 찾지 못했다. 몇년 후 경찰이 DNA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실종 아동 부모의 DNA와 시설에 있는 아이의 DNA를 대조해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DNA 채취를 거부했다. 설득 끝에 DNA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 아이가 한 시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로 언니가 두 명인 이 아이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한 종교시설 앞에 아이를 몰래 버려두고 왔던 것이다. 미아 찾기 전단에는 언니 사진을 등록해 올려놓기도 했다. 아버지는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범행을 자백했지만 아동유기죄의 공소시효인 3년이 이미 지난 상태여서 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친부모가 아이를 유기시키는 일은 아주 가끔 있는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때문에 슬픔을 채 떨치지 못한 대다수 실종 아동의 부모들이 남모르게 눈물을 또 흘려야 한다.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늘 따뜻하지만은 않다. 적게는 몇 달, 많게는 몇 십 년 동안 하던 일까지 내팽개친 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아이를 찾고 있는 이들 부모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도 적지 않다.

실종 아동 부모들은 10년이 되든 20년이 되든 아이를 한 번 만나게만 해달라고 기도한다.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다면 이처럼 애타게 찾지는 않을 것이다. 관련법이 개정되고 경찰 수사 기법이 향상되면서 실종 아동 대다수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동 실종 신고가 되면 두 시간 안에 80%, 이틀 안에 90%가 발견된다고 한다. 신고가 들어온 지 48시간이 지나면 장기실종자로 구분되는데 전체 실종 아동과 비교하면 극소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에게로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실종자를 찾아내기 점점 더 힘들어진다. 아이들의 경우 성인보다 납치 등 강력범죄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장애인의 경우 그 위험이 더 크다. 단순 가출로 보기도 어렵다. 2014년 미발견 실종 아동 348명 중 장애인은 74명으로 21%를 차지하고 있다.

예전부터 실종 아동 찾기에 나선 사람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 하나가 나돌았다. 장기 밀매 조직이 아이들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E군(당시 11세)의 어머니가 1997년 1월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신고했다. E군은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사회성을 기르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아이를 봐주던 아르바이트생이 잠시 물을 뜨러 간 사이 신발까지 벗어놓은 채 감쪽같이 사라졌다.

1월21일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이 실종 아동 발생 현황과 관련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장기 밀매 조직 암거래 있을 것으로 확신”

어머니는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며 E군을 찾았다. 지방의 한 장애인시설에 전단지를 돌리려고 갔을 때다. 한 아주머니가 “애를 잃어버렸느냐”고 묻기에 “예”라고 대답하자 “우리 애도 잃어버렸다가 겨우 찾았다”고 말했다. 이후 아주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아주머니의 아이도 자폐증이 있었다. 19세이기는 했지만 가족이외에는 의사소통이 잘 안 됐다. 아이를 잃은 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자 죽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포기 상태에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무렵 거지꼴을 한 아이가 집 앞에 서 있었다. 자세히 보니 잃어버렸던 아들이었다. 집으로 들어가 몸부터 씻겼는데 배에 전에 없던 수술 자국이있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한쪽 신장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집에 돌아온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고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경찰에 신고할 경우 또 다른 해코지를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야기를 들은 E군 어머니는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E군은 아직까지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나주봉 회장은 “장기 밀매 조직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장기 이식을 바라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늘 부족하다. 아이 한 명을 데려가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장애아들의 장기가 더 건강하다는 말까지 있다. 현재 실종됐다가 발견되지 않은 아이들 상당수가 장애아들이다. 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다면 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분명 장기 밀매 조직의 암거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경찰청과 보건복지부 등으로 분리돼 있는 실종 아동 관련 업무를 한 곳으로 집중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특히 장기 실종자를 찾기 위해서는 고도의 수사 기법과 축적된 노하우가 중요하다. 실종 아동은 반드시 찾아낸다는 신뢰를 주는 게 범죄 예방에도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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