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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절반을 깎으면 강해 보인다”

김정은의 말투와 이미지, 스타일 심층 분석

유지만 기자 ㅣ redpill83@sisapress.com | 승인 2016.01.27(Wed) 17:48:02 | 13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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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연도별 모습. 왼쪽부터 2011년, 2013년, 2014년, 2015년. © 조선중앙통신 연합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그동안 독특한 스타일로도 주목받았다. ‘패기머리’란 이름이 붙은 독특한 헤어스타일부터 해가 넘어갈수록 퉁퉁해지는 몸집 등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은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했다. CNN은 김정은의 헤어스타일을 두고 ‘파워 헤어컷’이라 묘사했으며 뉴욕데일리뉴스는 ‘야만적(barbarous)’이라고, 뉴욕매거진은 ‘야심적(ambitious)’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뉴스 사이트 복스(Vox)는 이 헤어에 대한 ‘29가지 질문’으로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 대부분 김 위원장의 스타일에 대해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외모와 말투, 행동거지 등은 아버지인 김정일보다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의 스타일이 3대 세습의 독재정권을 강화하기 위한 ‘연출’이라는 점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2년째 신년사에서 김일성·김정일 언급 안 해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스타일은 무엇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까. 시사저널은 북한 연구가와 정치인 스타일리스트, 심리분석 전문가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의 말투와 이미지, 스타일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해봤다.

정치인의 스타일을 분석할 때 가장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은 ‘말’이다. 김 위원장 역시 2012년 집권 이후 말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고히 다져나갔다. 선대를 이어받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북한 내 1인자로 우뚝 섰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모습이 뚜렷하다.

아산정책연구원에서 1월6일 내놓은 ‘북한 김정은 2016년 신년사 분석’ 자료를 보면 이와 같은 양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산정책연구소 최강 연구부문 부원장과 차두현 경기도 외교정책특별자문관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북한 신년사를 키워드별로 분류한 후 분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등장하는 ‘김일성’ ‘김정일’은 2012년 40번, 2013년 25번, 2014년 11번으로 줄어들었으며 2015년과 2016년에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김일성-김정일군사전략전술’과 같이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까지 합쳐도 2012년 72회에서 2016년 8회로 줄어들었다. 보고서는 “이는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아버지 시대의 표현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의 시대에 걸맞은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했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이어졌던, 군(軍)을 앞세운 정치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선군(先軍)’이란 단어는 2012년 15회에서 점차 줄어들어 2016년 신년사에서는 단 두차례만 언급됐다. 그렇다고 ‘당의 영도’ 등 당의 대표성을 부각하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5월에 열릴 예정인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언급하며 자연스럽게 당이 중심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김정은 스타일’은 신년사의 구조에서도 나타난다. 북한의 신년사는 보통 일상적인 인사와 전년도 업적 소개, 당해 연도의 도전 과제와 극복 방향 제시, 대외적 도전 과제, 정리 순으로 짜인다. 올해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업적을 나열한 순서의 변화다. 2015년에는 ‘국방-경제-체육’의 순서였지만 2016년에는 ‘경제-체육-국방’ 순으로 바뀌었다. 이는 장마당 등을 통한 북한 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둔 김 위원장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는 얘기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에서 내놓은 ‘2016년 북한 신년사 분석 및 대내외 정책 전망’ 보고서는 “김 위원장이 2016년도 국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인민생활 향상을 들었고, 그 성패로 제7차 당 대회를 평가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올해 1월1일 신년사 발표 때 눈썹을 짧게 깎고 등장했다. 작은 원은 눈썹을 깎지 않은 2012년의 모습. © 조선중앙통신 연합

김일성 스타일 추구하면서도 “더 고급스럽게”

김 위원장의 외모는 자신의 아버지인 김정일보다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에 가깝다. 헤어스타일부터 장신구 착용, 몸집까지도 할아버지를 따라 한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시사저널은 정치인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던 국승채 광운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와 조효정 신구대 겸임교수를 통해 김 위원장의 외모에 대해 분석했다.

두 사람 모두 김 위원장이 할아버지를 따라 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조효정 교수는 “집권 초반에는 ‘김일성 코스프레’에 가까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본래 뚱뚱한 몸매가 아니었지만 급격히 살을 찌우고 옆머리를 짧게 깎은 헤어스타일을 선보이며 김정일보다는 김일성의 모습이 나타날 수 있도록 애썼다는 의미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동행해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직접 봤던 조 교수의 얘기다.

“김정일 위원장은 한눈에 보기에도 키가 굉장히 작았다. 여자 구두만큼이나 높은 키높이 구두를 신고 있었으며, 앞으로 불룩하게 튀어나온 배가 보였다. 김대중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데 울긋불긋하고 퉁퉁 부은 손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현재 김정은 위원장은 공개된 사진으로 보더라도 아버지와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백두혈통’이라며 정통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라도 아버지보다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따라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국승채 교수는 “몇 년째 일관된 패션을 계속 선보인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북한 내 1인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국 교수는 다만 소재 등의 고급화를 통해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인민복 소재는 시간이 갈수록 굉장히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올해 1월1일 신년사 발표 당시 입고 나온 인민복이다. 김 위원장의 인민복에는 세로로 줄무늬가 있었는데, 이는 직조 방식을 달리해서 나온 자연스러운 무늬라는 분석이다. 국 교수는 “고급 원단인 ‘캐시미어’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으로 골라 쓴 듯한 복장”이라며 “북한 주민들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인민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소재 등은 최고급으로 골라 쓴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 교수가 또 주목한 것은 눈썹과 안경이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시간이 지나면서 공식석상에 눈썹을 반으로 깎고 나타난 적이 있다. 이는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의 외모를 따라 하려는 흔적으로 보인다. 국교수는 “아버지를 따라 함과 동시에 단호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주기 위한 시도”라며 “2013년 김정일 추모식에서도 눈썹을 반으로 자르고 나타났는데, 이는 당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처형하는 과정에서의 단호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2015년부터 공식석상에서 착용하기 시작한 안경은 할아버지를 따라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곧 안경이 정치 리더십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폭군’ 혹은 ‘똑똑한 독재자’ 이미지 공존

그렇다면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김 위원장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8월 ‘북한 김정은 이미지를 통해 본 정치적 리더에 대한 대중 심리’ 연구를 통해 일반의 눈에 비친 김 위원장의 이미지에 대해 분석했다. 그 결과, 김위원장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폭군’과 ‘똑똑한 독재자’ ‘섭정 대상’ ‘정치위원’의 유형으로 구분됐다.

가장 먼저 ‘폭군’ 이미지는 ‘독재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멍청한 폭군 이미지’로 설명했다. 황 교수는 “‘무능한 망나니 재벌3세’ 혹은 ‘기울어져가는 망국의 마지막 왕의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후고구려의 궁예나 조선시대 연산군과 같은 느낌이라는 의미다.

다음으로 나타나는 ‘똑똑한 독재자’ 이미지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의 느낌을 나타낸다. 황 교수는 “명망 있는 가문의 똑똑하고 유능하지만 동시에 국민들의 의견은 듣지 않을 것 같은 독재자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이방원이나 김정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 비슷한 유형의 정치인으로 분류됐다.

‘섭정 대상’이라는 이미지에서는 과감한 숙청과 권력 안정화 작업을 통해 나타난 김 위원장의 냉혹한 모습이 나타난다.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냉정하고 갑갑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 인물”로 설명되며, 한편으로는 ‘꼭두각시를 수장으로 놓고 움직이는 집단 세력’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정치 위원’의 이미지는 사회주의 국가를 운영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의미한다. 중국과 베트남 등 다른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들의 이미지가 투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황 교수는 연구 자료를 통해 “국민에게 검소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계급사회가 자연스럽게 이뤄져 전체적으로 보수화된 사회의 리더”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김정은이란 인물에 대한 분석이 곧 대북 정책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절대적인 김정은은 없다. 북한 당국자와 통치 세력이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김정은의 이미지와 김정은을 싫어하는 이들이 보려 하는 이미지, 현실적 이미지도 있다.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심리적인 이미지를 잘 파악하면 효과적인 대북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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