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유탄 맞은 중국의 책임 떠넘기기 전략
  •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2.03 14:27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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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초강력 대북 제재’ 반대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1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 분야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북·중 교역을 포함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유엔(UN) 안보리 제재가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고 한국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일이 주도하는 고강도 대북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의 ‘합당한 제재’만 가하자는 주장 탓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사실 핵실험 당일에는 중국이 “결연한 반대”를 표명해 새로운 초강력 제재안이 쉽게 도출되리라고 낙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은 점차 ‘합당한’ 제재만 가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었고, 한국과 미국 정부가 중국에 압박을 가하면서 중국은 제재 수위를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중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유사한 입장을 갖고 있는 러시아 역시 안보리 결의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으므로, 한국이 기대하는새롭고 가혹한 대북 제재 결의안은 도출되기 어려워 보인다.

애초에는 중국도 그토록 핵실험 자제를 회유하고 경고했는데도 북한이 재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더구나 사전 고지도 없이 핵실험을 감행한 것에 대해 격분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므로 사후 대처를 냉정하고 적절하게 해서 국익을 수호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기본적인 입장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단합해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여주되, 그것이 북한 정권을 뒤흔들거나 사회 불안정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보인다.

‘핵실험 책임론’에서 벗어나려는 중국

그런데 미국과 한국 정부가 고강도 제재를 당연시하면서 한·미·일 안보 공조 태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의 전략 자산들이 한국에 와서 무력시위를 하고 중국의 책임론을 내세우는 것이 입장 변화의 계기가 됐다. 중국 책임론의 등장으로 중국 내에서는 북한을 처벌해야 한다는 논조보다는북한 핵실험의 주된 책임은 한국과 미국이 협상을 경시하고 대북 강경 일변도 정책을펼친 데 있다고 항변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특히 이러한 과정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유지한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사드 배치 검토 가능성을 내비치고 6자회담이 효용이 없으면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을 검토하겠다’는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발언이 나오자 중국의입장은 더욱 굳어졌다.

그간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외교에서 두 가지 신사고(新思考)를 도입했다. 신사고의 핵심은 첫째 중국이 강대국이라는 입장에서 대북정책을 펼친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요구하는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행동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북한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미·중 간 완충지대로 본다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한국을 중·일 또는 미·중 사이에서 최소한이라도 중립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은 한국과 미국의 요청에 따라 안보리 제재에 찬성했고 나름대로 경미한 수준이지만 독자적인 대북 제재도 가했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의 행동을 보고 다시 정책 기조를 전환할 것을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먼저 향후 미국의 요청을 쉽게 수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중국은 과거 미국의 요청대로 대북 제재를 가했고, 북한이 몇 가지 조건을 먼저 이행하지 않으면 6자회담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주장도 들어주었다는 입장이다. 결국 그 결과로 북한이 통제되지 않았고 핵 실험을 감행한 것인데 그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것은 어이없다는 얘기다. 중국의 속내는 북한과 대화를 재개했으면 적어도 핵을 동결이라도 시켰을 텐데, 미국의 주장대로 행동해서 북한이 핵실험을 했으면 미국에 주된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한 중국은 한국에도 실망했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과 매년 500억 달러 이상의 수지 적자를 보면서도 교역을 증진해왔고 박근혜 정부와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왔는데, 한국 내에서도 중국 책임론이 나오고 미국의 전략 무기들이 속속 한국에 들어와 무력시위를 하는가 하면, 일본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이제 사드까지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니 달리 봐야겠다는 것이다.

1월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 연합뉴스

한·중 우호 관계 유지와 제재·대화 병행돼야

특히 중국이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더라도 오바마 행정부의 ‘아·태 재균형 정책(Pivotto Asia)’이 사실상 중국 주변 모든 나라를 미국 편으로 끌어들여 중국을 포위·압박하려는 것이므로 아무리 불량하더라도 자기편인 북한에 가혹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 것이다. 복잡한 전략적 계산을 거쳐 중국은 안보리에서 핵실험과 무관한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는 핑계를 대면서 가혹한 대북제재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이제 북한이 핵 실전 능력을 보유하고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충분히 억지(抑止)하고 예방할 수 있는 국방안보 태세를 구비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대북 제재와 향후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해 지혜를 발휘해 대답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첫째, 우리가 중국 및 러시아에 압박을 가해 가혹한 대북 제재를 도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평가해야 한다. 만일 그것이 실현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중국에 이에 동의하라고 압박을 가하는 일은 자제하고 미국에 이 일을 맡기는 것이 최소한의 한·중 우호 관계를 수호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중국에 초강력 제재를 계속 요구하고 사드까지 배치할 경우 한·중 관계는 정부 출범 때보다도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것을감안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둘째, 대북 초강력 제재가 도출되면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시키고 5차 핵실험도 억지할 수 있을 것인지를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물론 정부는 일단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한 최대로 가혹한 대북 제재를 도출해 북한에 강력히 경고해야 한다. 그러나 제재를 가하는 것만으로는 북한의 핵실전 능력 보유 및 고도화를 억지·통제하기 어렵다면, 정부가 창의력을 발휘하고 외교력을 총동원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북한과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비록 북한의 핵 포기를 얻지는 못할지라도 5차 핵실험을 막고 적어도 북한의 핵을 동결시키는 길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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