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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던 분유를 왜 새 분유로 바꿔줄까

분유업계의 ‘신생아 입맛 길들이기’ 과잉 경쟁…타사 분유 교환 마케팅 실태

장지연 인턴기자 ㅣ . | 승인 2016.02.04(Thu) 11:51:14 | 13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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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아들을 출산한 김보미씨(가명·28)는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산후조리원에 들어갔다. 김씨는 조리원으로 온 B사 사원을 통해 산부인과에서 선물받은 A사 분유를 B사 분유로 교환했다. B사는 조리원의 산모들에게 모유 수유 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이 끝난 후에는 자사의 제품을 홍보했다. 그 과정에서 산모들이 가지고 있는 타사 분유를 자사 분유와 바꿔준 것이다. 당시 조리원에서는 신생아들에게 B사 분유를 먹이고 있었다. 여러 산모들이 신생아에게 익숙한 B사 분유를 선택했다. 산모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타사 분유와 B사의 분유를 맞바꿨다.

#2 대구에 위치한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던 윤태나씨(가명·31)는 조리원에서 여러 분유업체 사원을 만났다. 업체는 자사 제품을 홍보하면서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타사 분유를 자사의 새 분유와 교환해준다고 했다. 타사 분유를 이미 개봉한 경우에도 가능했다. 윤씨는 반쯤 남아 있던 B사 분유를 C사의 새 분유와 교환했다. 이후 윤씨는 개인정보를 가져간 분유업체로부터 주기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업체에서는 아기의 개월 수에 맞춰 자사 분유를 추천해줬고 윤씨는 이 분유업체의 제품을 계속 사용하게 됐다.

분유업체가 장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타사 분유를 자사 분유와 교환해주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자사 분유는 ‘No’, 타사 분유만 교환

분유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신생아들은 처음 먹었던 분유를 계속 먹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실을 관리하는 원장은 “분유로 인해 아기에게 발진이나 설사 등 문제가 생기는 건 드문 경우”라면서 “분유를 먹고 특별히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보통은 처음 먹였던 분유를 계속 먹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분유업체가 장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신생아의 입맛 길들이기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은 산후조리원 프로그램을 통해 모유 수유, 모빌 만들기, 산후 요가 등 교육과 함께 자사 제품 홍보를 진행하면서 고객 유치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후조리원이 장소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소비자들은 가정에서 가지고 있던 분유를 타사 분유로 교환받을 수 있다. 육아와 관련한 인터넷 카페나 지인을 통해 각 업체의 담당자 번호를 얻어 바로 연락하는 방법이 있다. 만약 이런 식으로 연락처를 얻을 수 없다면 고객센터 대표 전화번호로 연결해 분유 교환을 문의하면 된다. 고객센터는 일선 지점으로 연결해준다. 이때 자사 분유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는 제품이 아니라면 교환이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반면 타사 분유에 대해서는 “교환해줄 수 있으며 개봉한 제품도 우리 회사의 새 제품으로 바꿔준다”고 한다. 각 업체에서는 가지고 있는 분유의 종류와 수량을 확인하고, 아기의 개월 수에 맞게 교환해줄 제품에 대해 확인한다. 간략한 개인정보를 확인한 후에는 타사 제품을 회수하고 자사 제품을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답한다. 각 업체마다 교환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기도 하며 이후에는 “회원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분유업체가 타사 분유를 교환해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타사 분유 교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한 업체는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1항 불공정거래행위에 위배되지 않게 마케팅을 운영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타사 분유 교환에 대한 내용을 제소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위반이 된다고 파악해 분유 교환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업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마트에 다양한 분유업체의 제품이 진열돼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유(乳)업계 불황이 경쟁 심화시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는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불공정거래행위)를 하거나, 계열 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시장감시국 관계자는 “불공정거래행위에는 ‘부당고객유인행위’ 등이 있는데 이 같은 (타사 분유 교환) 사례는 처음 접하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부적인 내용을 검토해 시장 거래 관행에 따라 경쟁 질서에 저해되는 불공정거래행위인지를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최근 윤리적인 소비가 이슈인데 분유 교체의 이유가 소비자마다 다르겠지만 이 같은 일을 조장하는 업체의 행태는 비윤리적”이라며 “공정거래법 위반인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타사 분유를 자사 분유로 교환해주는 행위는 굉장히 비도덕적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한 공정거래 관련 전문 변호사는 “개인적인 견해로는 ‘부당고객유인행위’로 보이나 유사 사례에서 부당행위로 보지 않은 대법원 판결이 있다”고 말했다. 부당고객유인행위의 유형에는 부당한 이익에 의한 고객유인이 있다. 이는 정상적인 거래 행위에 비춰 부당하거나 과대한 이익을 제공 또는 제공하겠다는 제의를 해 경쟁 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토록 유인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각에서는 “분유업체들이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선에서 과잉 경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지난해 국내 분유 재고량은 역대 최고 수준인 2만톤을 넘기며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유(乳)업계의 경쟁은 오래 지속돼 왔지만 최근 유업계의 불황이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유업체들의 마케팅 비용이 모두 제품 가격에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신생아를 둔 부모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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