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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마마’들의 마음을 잡아라!”

중국 ‘산아 제한 폐지’에 세계 분유시장 ‘호재’ 맞나

모종혁│중국 통신원 ㅣ . | 승인 2016.02.04(Thu) 14:29:02 | 13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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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 분유업계는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때아닌 중국발(發) 대형 호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해 10월 중국은 새로운 ‘식품안전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중국 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분유를 제조업체당 브랜드 3개로 제한토록 했다. 따라서 앞으로 중국에서는 똑같은 분유를 브랜드만 다르게 해서 팔 수 없게 됐다. 이는 2008년 중국 업체들이 독성물질 멜라민을 분유에 넣어 유아 10여 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입원한 사건 이후 중국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 중 하나다.

2018년 중국 분유 시장 16조원 규모

다른 하나는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의 완전한 폐지다. 지난해 12월27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代) 상무위원회는 모든 중국인이 두 자녀를 출산할 수 있도록 한 ‘인구계획생육법(計劃生育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지난 35년간 시행돼온 산아 제한 정책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중국 정부는 약 9000만쌍이 두 자녀를 낳을 수 있게 되어 앞으로 매년 평균 300만명가량의 신생아가 추가로 태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멜라민 파동’ 이후 중국 특수를 맞은 서구의 분유업체의 주가가 다시 치솟고 있다.

중국이 자국 내 모든 부부들에게 2자녀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세계 분유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차이나 패션위크'에서 어린이 모델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 EPA연합

지난 2013년 중국 분유 시장의 규모는 600억 위안(약 10조6800억원)이었다. 중국 내 시장분석기관들은 두 자녀 허용 시 2018년에는 그 규모가 900억 위안(약 16조2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호주의 분유업체들은 이미 그에 대한 나비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호주 내 신생아는 2012년 31만명에서 2015년 30만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호주 슈퍼마켓의 분유 판매량은 2012년 2억2600만 호주달러(약 1930억원)에서 2015년 4억3000만 호주달러(약 3672억원)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수년 전부터 중국인들이 호주에 가서 분유를 싹쓸이해왔기 때문이다.

두 자녀 정책 시행은 세계 분유산업에만 축복을 내리는 게 아니다. 중국 사회와 경제 전면에 미치는 영향 또한 상당히 크다. 그 내용을 살펴보기 이전에 중국이 산아 제한을 추진했던 상황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49년 수립된 사회주의 정권은 출산 장려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오랜 내전과 중일전쟁으로 대륙이 폐허가 되고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으면 생산력이 늘어난다(人多力量大)’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지론도 한몫했다.

여기에 반기를 들어 1957년 경제학자인 마인추(馬寅初) 베이징 대학 총장은 “인구 증가를 막지 못하면 위기에 빠진다”며 신(新)인구론을 주창했다. 브레이크 없는 출산 장려책 탓에 중국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49년 5억명에서 1964년 7억명, 1974년 9억명으로 인류사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폭증했다. 먹는 문제조차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 빠져들자, 중국 정부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1980년 9월 한 가정 한 자녀 정책을 전격 도입했던 것이다.

중국 정부가 취한 산아 제한책은 혁명적이었다. 먼저 혼인법을 개정해 모든 부부에게 계획출산 의무를 부여했다. 1982년 개정된 헌법에는 국가의 계획출산 시행을 명문화했다. 뒤이어 제정된 ‘계획생육법’은 두 자녀 이상을 낳은 부모에게 당시 연평균 개인소득의 10~20배에 달하는 2만~10만 위안의 무거운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한 남편은 직장에서 쫓아냈고 아내는 중절수술을 하도록 조치했다. 유산을 거부할 경우 부부의 호구(戶口)를 벽지로 옮겨 추방시켰다.

이런 극단적인 조치 덕분에 중국의 인구 증가세는 점차 잦아들었다. 1981년 10억명을 돌파했지만 1988년 11억명, 1995년 12억명, 2005년 13억명으로 둔화됐다. 중국 정부 스스로 “한 자녀 정책이 약 4억명 이상의 인구를 억제했고 식량난과 환경오염 문제도 완화했다”고 자평했을 정도다. 그러나 산아 제한책은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낳았다. 극심한 남초(男超) 현상, 강제 낙태에 따른 인권침해, 샤오황디(小皇帝)의 양산, 실독자(失獨者) 부모의 불행 등이 그것이다.

극성을 부리는 남아 선호 사상으로 인해 중국의 남녀 성비는 무려 120 대 100에 달한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여성을 적발해 중절수술을 강요했던 중국 정부의 비인권적인 처사는 오랫동안 국제적인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외동으로 태어나 응석받이로 성장한 샤오황디는 자의식이 너무 강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어 중국 사회의 골칫거리가 됐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부모가 매년 9만5000쌍에 달한다. 중국에선 자녀 없는 실독자 부모가 200만쌍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 자녀 정책’만으로는 한계

그렇다면 한 자녀 정책 폐기로 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이는 ‘중국청년보’의 여론조사 결과에서 잘 드러난다. 중국은 2014년 1월부터 부부 가운데 한 명이 외둥이면 둘째를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한 ‘단독 두 자녀’(單獨二孩子) 정책을 시행했다. 2014년 11월 중국청년보가 둘째 출산 자격을 갖춘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자녀 출산을 신청하지 않았다. 그 이유(복수 응답)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58%), ‘시간적 부담이 크다’(37%), ‘한 자녀로 충분하다’(32%) 등이었다.

지난해 11월 20~30대 부부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46%만이 둘째 출산을 원한다고 대답했다. 52%는 둘째를 가지면 삶의 질이 떨어진다며 출산을 꺼렸다. 실제 같은 달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微信)의 단체방에서 관련 토론에 참가했던 필자의 대학 동창생 12명 중 10명은 ‘둘째를 낳지 않겠다’고 밝혔다. 진전(여·38)은 “아이를 키우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맞벌이하는 여성들에게 큰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들은 명문 대학을 졸업했고, 가구당 소득이 35만 위안(약 6230만원)을 넘는다.

같은 문화권인 대만(臺灣)의 현실은 어찌 보면 중국의 미래나 다름없다. 대만은 과거 여성의 경제적 참여가 빨랐고 현재도 활발하다. 그 덕분에 대만 여성의 초혼 연령은 1981년에 24세(한국 23세)였던 것이 2012년에는 29.5세(한국 29.6세)로 급격히 높아졌다. 이에 따라 첫아이를 낳는 여성 연령은 31.1세로 역시 한국(30.5세)보다 높다. 그나마 늦게라도 결혼하고 출산하면 다행이다. 대만의 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4년 현재 1명을 간신히 넘어서 한국보다 낮다.

중국에선 오래전부터 부유층이나 사회 저명인사가 법망을 피해 해외 출산을 하거나 벌금을 내고 2명 이상의 자녀를 두는 것이 보편화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이번 한 자녀 정책 폐기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구바오창(顧寶昌) 인민대학 교수는 “농촌 지역에서조차 둘째 아이 낳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가 저출산율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류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불확실성, 심각한 환경오염 등이 자녀를 낳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장기적으로 두 자녀 정책 시행에 따른 효과는 기대보다 훨씬 작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4년 현재 출산율 1.4명에 인구 13억6800만명에 머무른 중국. 일각에서는 인구 14억 명의 돌파 시점을 2025년까지로 늦춰 잡고 있는 게 중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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