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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개월 만에 내려진 삼성 간판

세계 최대의 전자상가 중국 화창베이 르포…삼성, 애플·화웨이 등에 밀려나

중국 상하이·선전 = 박혁진 기자 ㅣ phj@sisapre | 승인 2016.02.06(Sat) 10:10:44 | 13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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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선전시 화창베이(華强北)에 있는 전자상가 1층 외관. 불과 5개월 전에 이곳 간판에는 삼성 로고가 박혀 있었으나 현재는 중국 업체 것으로 대체돼 있다. © 시사저널 박혁진

“한 1년 전만 해도 바이어들이 자기가 갤럭시폰 쓴다며 먼저 자랑하더니만, 이제 그런 일이 드물어졌어요. 요즘은 화웨이나 샤오미 제품이 가격 대비 성능이 훌륭하다는 말을 많이 해요.”(국내 대기업 계열사 상하이 주재원)

“여기서는 중국 젊은 사람들이 장기 팔아서 아이폰 산다는 보도가 최근까지도 있었어요. 비슷한 일로 삼성 휴대폰 산다는 말은 못 들어본 것 같아요. 이것만 봐도 두 업체에 대한 중국 사람들의 이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는 것 아닌가요?”(중국 선전 한인회 관계자)

중국의 체감경기를 취재하기 위한 일주일(1월17~23일) 동안의 중국 출장 중 현지에서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삼성전자의 휴대폰 이야기였다. ‘화두’로 먼저 꺼낸 것도 아니었는데, 그들은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대부분 삼성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휴대폰과 가전제품이 중국 현지에서도 유명한 브랜드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홍미 노트3, 갤럭시A5보다 못한 게 없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가로 불리는 중국 광둥성 선전(深圳)시 화창베이(華强北)에서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화창베이는 한국으로 치면 용산 전자상가와 같은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거느리고 있는 나라의 IT(정보기술) 중심 도시 선전, 그중에서도 IT 관련 도소매상들이 한곳에 몰려 있는 곳이 바로 화창베이다. 규모로 따지자면 용산 전자상가의 12배이며, 하루 유동인구만도 6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당연히 이곳에서는 세계의 휴대폰·컴퓨터·가전업체들의 경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으며,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뜨고 지는 업체들이 수도 없이 생겨난다.

지난해 8월, 매일경제신문은 화창베이 르포를 실으며 진입로에 있는 전자상가의 1층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이 사진을 보면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 모바일’ 간판에는 애플과 삼성 로고가 커다랗게 박혀 있었다. 중국 업체로는 샤오미(小米) 브랜드가 조그마하게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건물 1층의 외관이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개월이 넘지 않았다. 기자가 방문한 2016년 1월21일, 애플과 삼성로고로 도배됐던 간판에 삼성의 로고는 빠져 있었다. 그 자리를 중국 업체인 화웨이가 대신했다.

삼성의 휴대폰은 건물 앞 매대에서 큰 폭으로 할인해서 판매되고 있었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지하상가 휴대폰 가게에서 저가 상품을 내세워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화창베이 단지 안으로 들어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화웨이와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거리를 점령했다. 삼성의 로고를 전면에 내걸고 영업을 하는 집은 드물었다. 물론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삼성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는 했지만, 전시된 제품을 눈여겨보는 소비자들을 찾기는 힘들었다. 삼성전자 갤럭시만 파는 전문점에는 아예 손님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휴대폰 매장에 전시되어 있는 제품군을 보면, 삼성은 판매 전략에서 투 트랙으로 접근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갤럭시S6나 엣지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은 고가(高價) 정책을 유지하면서 거의 할인을 하지 않았다. 이 제품군은 대부분 4000~5000위안(약 73만~91만원) 선의 가격을 유지했다. 대신 중저가 폰은 기본적으로 출고가가 낮았고, 제품에 따라서는 여기서도 더 추가 할인을 한 것도 있었다. 한 휴대폰 전문점에 들어가 지난해 1월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한 중저가폰 갤럭시A5의 판매가격(공기계 기준)을 물어봤다. 점원은 한국에서 공기계 가격이 40만원대 전후로 판매되는 이 제품의 가격이 1500위안(약 27만원)이라고 했다. 기자와 점원 사이에 흥정이 계속되면서 결국 900위안(약 16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이 정도 가격이면 최근 한국에서 출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샤오미 홍미(紅米)노트3와 거의 비슷했다. 이 점원에게 삼성전자 제품의 판매량이 과거에 비해 어떤지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는 갤럭시를 사려고 하는 중국인이 거의 없다. 고가 제품군에서는 단연 애플의 아이폰이고, 중저가 폰으로는 화웨이나 샤오미 제품이 대부분 판매된다. 중국 제품이 가격이 싸지만 삼성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객관적으로 봐도 홍미 노트3가 갤럭시A5보다 못한 게 없다.”

삼성도 시장의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는 없는 갤럭시온5, 갤럭시온7 등 중국 시장용 저가 폰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대세를 거스르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이처럼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서 삼성전자 휴대폰의 위상은 불과 1년 전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 상하이에 한 곳밖에 없는 샤오미 매장. 방문객 다수가 한국인이다. © 시사저널 박혁진

한국인들 관광 명소로 떠오른 샤오미 매장

오히려 중국 브랜드에 대한 한국인들의 선호도는 높아지고 있다. 기자는 화창베이를 방문하기 이틀 전인 1월19일, 상하이(上海)에 있는 한 샤오미 매장을 방문했다. 주로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샤오미는 상하이에서도 딱 한 곳, 그것도 비교적 도심에서 벗어난 상하이실내체육관 인근 건물 9층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건물 외부에 간판도 없어 현지인도 찾아가기 쉽지 않은 이곳을 어렵게 찾아가 보니, 30평 규모의 매장에 있는 50여 명의 손님 대다수가 놀랍게도 한국인이었다. 이들은 매장에서 휴대폰과 배터리, TV, 체중계 등 샤오미에서 나오는 제품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1만원도 하지 않는 샤오미의 배터리를 이곳에 온 대다수 한국인이 10개 넘게 구입해갔다. 한국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제품 중 하나인 10400mAh 제품은 이미 오전에 다 팔리고 남아 있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여성 김현미씨는 “샤오미 제품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친구들 사이에 이곳(샤오미 매장)이 일종의 관광 명소처럼 되어버려서 들러봤다”며 “휴대폰을 사가지고 가서 한국에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함께 온 2~3명의 친구들 모두 배터리를 5개 이상씩 구매했다. 이들에게 더 이상 ‘중국 브랜드=저가·저질’이라는 편견은 존재하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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