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누리당 의원 ‘최소’ 3명, 강원랜드에 대규모 인사 청탁”
  • 김지영·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2.13 09:49
  • 호수 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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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채용 비리 적시한 ‘강원랜드 감사 결과 보고서’ 단독 입수
©연합뉴스

강원랜드가 2013년 직원 518명을 대거 채용하는 과정에서 부정 선발했던 사실을 뒤늦게 적발해 2월초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 강원도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최소 3명 이상이 대규모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파문이 예상된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강원 지역 9석을 모두 석권했고, 현재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강원랜드 감사실이 작성한 ‘㈜강원랜드 내부 특정감사 결과 보고’ 제목의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이 보고서의 부제목은 ‘하이원(High1) 교육생 부정 선발’이다. 강원랜드의 하이원리조트(하이원)는 카지노, 스키장, 골프장, 호텔과 콘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2013년 서류 및 면접전형을 할 때 최흥집 당시 대표이사의 지시로 일부 응시자를 부정 평가해 하이원 교육생으로 선발했다.

그러면 교육생 부정 선발 사건은 어떻게 드러났을까. 그것은 지난해 실시된 강원랜드 감사실의 특정감사를 통해서였다. 감사실이 특정감사에 착수한 배경은 이렇다. 지난해 3월 기획재정부의 하이원 ‘정원 미(未)승인’으로 대규모 계약 해지 사태가 발생했다. 기획재정부는 하이원 직원 숫자가 정원을 초과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마디로 직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이에 하이원은 2013년 교육생으로 선발돼 근무 중인 계약직 가운데 244명의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계약직으로 2년 근무했는데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계약을 종료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강원랜드, 춘천지검에 수사 의뢰

사태가 확산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강원랜드에 내부 감사를 요청했다. 이에 강원랜드 감사실은 2013년 교육생으로 선발된 1차 320명, 2차 198명에 대한 선발 과정 전반에 대해 특정감사에 들어갔다. 2013년 1~2차로 선발된 518명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실시된 것이다. 교육생을 이처럼 대거 선발한 것은 카지노 영업장 증설에 따른 인력 부족 때문이었다. 강원랜드는 2013년 상반기 게임 테이블을 132대에서 200대로, 슬롯머신은 960대에서 1360대로 각각 증설할 계획이었다. 경쟁률은 1차 교육생이 9대 1, 2차는 5 대 1을 각각 기록했다.

감사 결과 “선발된 인원 가운데 일부 인원이 선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흥집 전 대표이사의 지시에 의거해 일부 응시자를 서류전형, 면접전형 시 부정 평가를 통해 1차, 2차 하이원 교육생으로 선발”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강원랜드 내부 특정감사 결과 보고서’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부정 평가를 했던 것일까. 보고서는 “전형 절차 변경을 통해 부정 합격자를 선발”했다고 밝혔다. 필기시험인 인·적성검사를 실시했음에도 이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 또한 인성 및 집단토론 면접을 실시하기로 했던 면접전형에서도 집단토론 면접을 폐지하고 인성 면접만 실시했다는 것이다.

전형 절차만 바뀐 것이 아니다. 면접 계획 수립에 대한 내부 품의(稟議)를 진행하면서 당초 결정했던 계획 인원을 증가시켰다. 원래 계획했던 인원보다 더 많이 선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 전형 기준에 따라 커트라인 면접 동점자를 서열화해 계획했던 인원만큼만 선발해야 하는데, 동점자를 모두 합격시키는 방식으로 인원을 초과 선발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부정 선발을 “최흥집 전 대표이사와 (권 아무개) 전(前) 인사팀장 라인이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실의 특정감사 과정에서 최 전 대표이사는 “부정 선발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권 전 인사팀장 등 관련 직원들은 “최 전 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라 부정 선발을 실시했다”고 진술했다.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한 것이다.

강원랜드는 이 같은 인사 부정 사태에 대한 징계 시효인 3년이 지난해 12월11일 만료됨에 따라 내부 징계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했다고 한다. 권 전 인사팀장은 최 전대표이사의 지시에 따라 부정행위에 적극 가담한 점을 반영해 면직 조치했다. 나머지 관련자 전원에 대해서도 합당한 징계를 실시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지난해 12월8일자 ‘강원랜드 인사 명령’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이날 직원 10명에게 징계 처분을 통보했다. 이 가운데 개인 일탈로 징계를 받은 한 명을제외한 나머지 9명 모두가 2013년 교육생 채용 당시 인사팀 소속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명령에 따르면, 당시 인사팀장이 었던 권씨만 면직 처분됐고, 나머지는 견책(3명), 감봉과 경고(각각 2명), 근신(1명) 처분을 받았다. 권 전 팀장이 중징계인 면직처분을 받은 사유는 ‘부당한 업무 지시’였다.권 전 팀장과 함께 인사팀에 소속됐던 나머지 직원들은 ‘부당한 업무 이행’이나 ‘부당한 지시 이행’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 강원랜드 내부 관계자는 “감사 결과 당시 인사팀장이었던 권씨가 부정한 채용 과정에 가장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권씨는 인사팀장을 맡았던 2013년까지 ‘고속 승진’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 호텔에서 근무를 시작한 그는 최흥집 전 대표이사의 비서팀장을 거쳐 인사팀장을 맡았다. 강원랜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는 “권씨는 성격이 원만해서 대인 관계가 좋았다”며 “비서팀장을 하다가 인사 전문가도 아닌데 인사팀장으로 발령난 것은 최 전 대표이사의 신임이 그만큼두터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흥집 사장과 인사팀장이 부정 선발 주도”

최흥집 전 강원랜드 대표이사 ©연합뉴스

시사저널은 권 전 팀장이 면직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2월27일 딱 한 차례 전화통화에 응하면서 “지금은 할 말이 없다. 나중에 전화하겠다”고만 말한 이후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지난 1월1일에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접촉했으나 “연락하지 말아달라”며 피했다. 이후에도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강원랜드 보고서는 또 “최 전 대표이사 등 관련자에 대한 형사 고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최 전 대표이사 등 관련자 처벌 및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춘천지방검찰청에 수사 의뢰를 실시”했다고 명시했다. 강원랜드는 2월초에 수사 의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이원이 전형 절차를 변경하면서까지 직원들을 무리하게 초과 채용했던 까닭이 무엇이냐는 점에 물음표가 찍힌다.

이와 관련해 2013년 교육생을 선발할 때 강원 지역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가 강원랜드 측에 대규모 인사 청탁을 했고 실제 채용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 기관 인사를 비롯해 강원 지역 정치인, 지역 유력 인사 등의 인사 청탁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찌 보면 유력 인사들의 인사 청탁 의혹이 이번 직원 채용 비리 사건의 핵심이다.

이 같은 인사 청탁 의혹은 시사저널이 접촉했던 복수(複數)의 관계자로부터 제기됐다. 강원랜드의 한 관계자는 “2013년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강원 지역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가 인사 청탁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강원랜드 안팎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로 강원랜드의 아킬레스건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강원랜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도 “2013년 당시 정치적인 논리로 직원을 뽑았다”고 했다.

최 전 대표이사가 부정 선발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3년 교육생 채용 당시 인사팀에 소속됐던 강원랜드 관계자는 “당시 최 대표이사가 ‘합격시켜야 할 사람들’이라며 (인사팀으로) 내려보낸 명단이 있었다. 그 명단을 토대로 당시 인사팀장이 분류 작업을 했던 것으로 안다”며 “2차 교육생을 선발할 때는 최 전 대표 이사가 200명 이상의 명단을 (인사팀으로)내려보냈다. 그러다 보니 정원을 초과해 합격시켜야만 했다”고 털어놓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2차 모집에선 198명이 선발됐다. 이는 지난해 감사실 특정감사 때 최 전 대표이사가 “부정 선발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일이 없다”고 했던 진술과 상반된 증언이어서 주목된다.

그런데 강원랜드 안팎에선 강원 지역 새누리당 의원 9명 가운데 ‘최소’ 3명이 인사 청탁 의혹에 강하게 연루돼 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2013년 인사팀 소속이었던 강원랜드 관계자는 “당시 1~2차로 500여 명(518명)을 채용했는데 그 가운데 100명 이상이 강원도 ○○ 지역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 지역은 새누리당 A 의원의 지역구다. 그러면서 A 의원이 강원랜드에 인사 청탁을 ‘가장’ 많이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강원랜드의 또 다른 관계자는 “(새누리당 의원들 가운데) A 의원이 가장 (인사 청탁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랜드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 역시 “○○ 지역 사람들이 대거 채용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A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인사 청탁 의혹에 대해 “나는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그는 “강원랜드 쪽에 강원도 출신을 많이 채용했으면 한다는 일반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채용 청탁에 대한) 얘기를 듣긴 했지만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고, 내가 아니라 최흥집 전 대표이사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의원은 “의원 이름이 나왔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연관됐다기보다는 (누군가) 이름을 팔았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강원 지역 새누리당 B 의원이 인사 청탁을 받으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강원지역 새누리당 관계자는 “강원도 △△ 지역의 한 유력 인사가 2013년 새누리당 B 의원에게 ‘아들의 강원랜드 입사를 부탁한다’며 5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유력 인사의 아들은 합격자 명단에 들어갔다. 이 관계자는 또 “B 의원 외에도 강원 지역구 의원 가운데 일부는 (강원랜드 측에) 채용 청탁을 넣어주는 대가로 거액을 챙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B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강원랜드에 취업 청탁을 넣었다는 점은 부정하면서도 “지역적 특성상 강원랜드 외에 취업할 만한 곳이 마땅히 없다. 그래서 평소 강원랜드가 지역민을 많이 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채용 과정에서 부적절한 청탁을 했는지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강원 지역 새누리당 C 의원도 강원랜드 안팎에서 인사 청탁과 관련해 구설에 올랐다. C 의원은 인사 청탁 의혹에 대해 “그런 것은 전혀 없다. 난 전혀 한 것이 없다”라며“강원랜드가 채용제도를 바꿨을 때 강원랜드에 지역 주민 채용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일만 있다”고 말했다. C 의원은 또 “7~8년 전만 해도 지역 주민 자녀 대부분을 채용하다시피 했는데, 이후 교육생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오히려 (강원랜드 채용 과정이) 엄격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3년 1월14일 강원 태백시 강원관광대학에서 하이원리조트 1차 교육생 300여 명이 9주간의 합숙훈련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흥집 “부정 선발 지시나 보고받은 일 없다”

청탁 의혹을 사고 있는 이들 의원 세 명 외에도 강원랜드 안팎에서는 “강원도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의원 대다수가 인사 청탁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강원 지역 나머지 6명의 의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강원랜드 채용 문제와 관련해 “잘 모른다”거나 “관여한 일도, 관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 의원은 “(채용 시점이)2013년이면 (2014년) 지방선거 이전이지 않나. 당시 최흥집 대표가 지방선거 당선을 노리고 스스로 벌인 일 아니냐”며 최 전 대표이사 개인의 부정행위라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은 최흥집 전 대표이사로부터 직원 채용 비리 사건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역시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강원랜드는 특정감사를 통해 직원 채용 비리를 적발했다. 여기에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도 강원랜드를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2013년 518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대형 비리가 실재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나면 그 파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강원랜드가 당시 부정 선발해 채용한 직원들을 어떻게 조치할 것이냐가 문제다. 이와 맞물려 당시 불합격한 응시생들이 강원랜드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당시 채용 과정에서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취업 희망자 측으로부터 금품 등을 수수했을 경우엔 그 파장은 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것도 4·13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어서 강원 지역 정가뿐 아니라 중앙정치권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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