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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의 레전드, 명장으로 거듭나다

지네딘 지단 신임 레알 마드리드 감독, 한 달 만에 평균 3.8골 막강 화력 과시

김회권 기자 ㅣ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2.16(Tue) 15:39:31 | 13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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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라커룸 분위기를 밝게 만든 지네딘 지단 신임 감독은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격적인 스타일을 구사하는 축구’를 추구한다. ⓒ AP연합

불과 한 달 전까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당시 국내 팬들에게 ‘베법사’(베니테스+마법사)로 불리던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의 흑마법(黑魔法)으로 인해 화려해야 했던 레알은 평범한 팀으로 변해 있었다. 지난해 6월 부임한 베니테스는 25경기를 지휘했고, 이 시기 레알이 거둔 성적은 17승 5무 3패였다. 나쁘지 않은 성적처럼 보이지만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라이벌인 FC 바르셀로나는 물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도 밀려 3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전 세계 5억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르셀로나와의 자존심을 건 엘 클라시코에서 0-4로 대패하며 조롱당해야 했다. 가장 강해야 할 팀이 보여주는 평범한 경기력에 대한 지적이 전 세계에서 쏟아졌다.

7년 전, 라이벌인 바르셀로나는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호셉 과르디올라(현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 감독)에게 1군을 맡겼다. 과르디올라는 선수 시절 클럽의 레전드였지만, 1군 감독 경험이 없다는 우려가 뒤따랐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클럽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성공을 과르디올라 시절에 거두었다.

“팀 모두와 좋은 관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

베니테스 대신 올해 1월5일부터 레알을 맡은 사람은 클럽의 레전드 지네딘 지단이었다. 미드필더에서 전체 팀을 지휘했던 지단은 이제 세계 최고의 클럽을 조율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았다. 레알의 이사진들은 과르디올라와 같은 카리스마형 젊은 감독이 되어달라는 바람을 지단에게 담고 있었다. 베니테스 감독의 가장 큰 실수는 레알의 스타 선수들을 기분 좋게 만들지 못한 것이었다. 스페인 신문 ‘마르카’는 “적어도 7명의 선수가 베니테스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거기에는 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포함됐다. 베니테스가 공언했던 ‘가레스 베일 중심의 팀 구성’으로 인해 호날두는 지난 시즌까지 가졌던 자유를 잃었다. 레알의 등번호 10번이었던 로드리게스는 출전 기회 자체가 급감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팀 모두와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1월5일, 감독으로 첫 훈련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단은 이렇게 강조했다. 전임 감독을 반면교사로 삼은 말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도자로서의 경험 부족은 어쩔 수 없지만 대신 절대적인 카리스마가 있다. 선수 시절 이 팀을 이끌었던 지단은 이미 ‘보스’로서 위엄을 갖추고 있다. 분위기 전환의 특효약이 효과를 보려면 방향성이 잘 결합해야 한다. 1월5일 기자회견에서 지단은 팀의 방향성에 대해 세 가지를 말했다.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격적인 스타일을 구사한다” “후방에서 빌드업하며 적진에 빠르게 침투한다” “점유율을 높인다”.

스페인 신문 ‘아스’는 “지단이 점유율 60%를 목표로 하는 축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건 지단을 임명한 플로렌티노 페레즈 회장이 바라는 바와 같았다. 감독 임명 후 첫 경기였던 데포르티보와의 경기에서는 그런 지단의 약속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알은 전반에 5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후반에는 50%까지 떨어졌지만 점유율을 중시하는 스타일을 지단이 추구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주목할 점은 공격권을 가져오는 데 지단의 레알이 과거보다 더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데포르티보와의 경기에서 레알은 총 66회 볼을 빼앗아왔다. 베니테스 때는 평균 53회였다. 이 숫자의 차이는 전술적 지향점이 다르다는 걸 증명한다. 지단의 레알은 상대 진영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압박을 가해 볼을 빼앗고, 이를 공격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베니테스 전 감독은 선수로서 평범했다. 대신 지단은 현역 시절 수많은 영광을 차지했고 자신이 경기장에서 느낀 경험을 선수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선수 시절의 아우라는 그의 말에 설득력을 준다. 레알의 주전 미드필더인 크로아티아 대표 루카 모드리치는 이렇게 말했다. “지단은 아이돌이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의 세대에서 최고의 선수였다.” 이렇다 보니 지단은 그 이전의 감독들에 비해 말이 힘을 갖는다. 모드리치는 이렇게 말했다. “지단의 조언은 금가루 같다. 그라운드에서의 플레이를 향상시켜준다.”

지단이 감독 자격으로 처음 맞이한 데포르티보와의 경기에서 레알은 5-0 대승을 거뒀다. 지단 효과는 단번에 나타났다. ⓒ AP연합

호날두도 달리게 만드는 지단의 카리스마

이렇듯 BBC 라인(베일-벤제마-호날두)이라고 불리는 화려한 공격수들도 수비 때 더욱 열심히 뛰게 만들 수 있는 힘을 지단은 갖고 있다. 앞선 66회의 볼 탈취는 공격 라인부터 적극적으로 뛰며 압박을 했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다. 취임 후 한 달이 지났지만 호날두는 여전히 지단 감독을 전력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단은 팀의 다양한 부분에 변화를 가져왔다. 팀은 약 1개월 동안 열심히 연습했다. 지단의 카리스마는 엄청나고 축구와 선수를 정말 잘 이해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가 잘되기를 바라며 나 자신도 감독을 전력으로 지원할 것이다.”

짧은 1개월이지만 유의미한 숫자도 나타난다. 지단은 분명히 ‘공격’에 무게중심을 둔다. 좀 더 많이 뛰고 압박을 가하는 것도 결국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고 대신 레알이 공격 기회를 더 많이 갖게 하기 위해서다. 볼 점유율을 높이는 것 역시 결국 공격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려는 작업이다. 이전 베니테스 때와의 차이점이다. 베니테스 시절 레알을 두고 안첼로티 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레알은 수비적으로 단단한 팀이다. 하지만 공격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지단 이전의 레알은 화려함 대신 단단함을 택했지만, 지단의 레알은 조금 물렁해도 화려함을 택했다.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을 자부하는 레알의 팬들은 단순히 이기는 걸로만 만족하지 않는다.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가 요구된다. 한 달이 지난 지단의 레알이 거둔 성적은 4승 1무인데, 특히 흥미로운 것이 골의 급증이다. 과거 이탈리아 출신의 파비오 카펠로는 1996~97 시즌과 2006~07시즌 등 두 차례 레알의 감독이 됐고, 두 번 모두 리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탈리아 출신 특유의 수비적 단단함을 강조하는 그의 방향은 클럽과 서포터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결국 우승을 하고도 두 번 모두 1년 만에 물러나야 했다. 세계에서 가장 다루기 어렵다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레알의 홈구장)의 팬들을 설득하는 지름길은 결국 화려한 골 폭죽이라는 걸 지단은 선수 시절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이번 시즌 레알은 23경기에서 66골을 기록하고 있다. 2월12일 현재 선두인 바르셀로나의 56골(22경기)을 10골이나 웃도는 숫자다. 유럽 주요 리그의 득점 선두팀과 비교해 봐도 앞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스터시티의 47골(25경기), 프랑스 리그 파리 생제르맹의 63골(25경기),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의 52골(20경기), 이탈리아 세리에 A 나폴리의 53골(24경기)보다 많은 골을 넣고 있다. 특히 지난 베니테스 체제에서는 18경기 동안 47골을 기록했던 레알이 지단이 취임한 이후엔 5경기에서만 무려 19골을 넣고 있다. 1경기 평균으로 보면 2.61골(베니테스 시절)이었던 게 3.8골(지단 시절)로 급상승한 것이다. 공격적인 화려함을 되살리겠다는 지단의 약속이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대신 실점은 5경기 동안 3점에 불과했다.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축구 철학은 공격적이라고 해도 적절한 위치 선정을 통해 수비 상황에서도 팀 밸런스 유지를 잘하겠다는 뜻이다. 이제 한 달이 지났고 다섯 게임이 끝났다. 지단의 레알이 어떤 팀이 될지 살짝 드러나 보이는 시점이 됐다. 항상 성공해야 하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단은 또 한번 레전드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과르디올라가 이미 이뤘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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