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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의 운명 가를 세 여인의 시선을 주목하라

신동빈-신동주 경영권 다툼의 캐스팅보트 쥔 신영자·서미경·신정숙의 향배

이석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6.02.17(Wed) 15:02:15 | 13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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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롯데쇼핑 사장 시절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과 롯데백화점 스타시티점을 둘러보는 모습. © 연합뉴스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現 SDJ코퍼레이션 회장) 간의 다툼이 법정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들 형제간 다툼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롯데가(家) 세 여성의 시선이 어디로 쏠릴지, 그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셋째 부인 서미경씨,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 등이 이에 해당한다.

2014년 말부터 시작된 롯데가 경영권 분쟁은 신 전 부회장의 해임, 2015년 7월 신전 부회장의 반격과 신 회장의 재반격 등으로 엎치락뒤치락했다. 현재는 주주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신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후 신 회장은 강도 높은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420여 개에 이르던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60여 개로 단순화시켰다. 이는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위치해 있고, 신 전 부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일본 광윤사의 입김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8월에는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상장 계획도 밝혔다. 이르면 5월 중에 호텔롯데는 코스피에 상장하고, 신 회장의 영향력 또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과 그룹 임원 등을 상대로 무차별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 진행 중인 오너 일가의 민·형사 소송만 10여 건에 이른다. 최근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 후견인(의사결정 대리인) 지정 신청이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됐다. 성년후견제도는 장애나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성인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해 재산 관리 등을 맡기는 제도다. 실례로 중견 그룹인 삼화제분에서는 지난 2012년 박만송 회장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재산 다툼이 벌어진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입원 중인 박 회장의 성년후견인 자리를 놓고 어머니와 아들이 수년째 물고 물리는 법정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서미경 (왼쪽) © 뉴스뱅크 이미지신정숙 (오른쪽) © 더팩트 제공

법원의 성년후견인 판단이 결정적 작용할 듯

롯데그룹 후계자들의 경영권 다툼 역시 신총괄회장의 사리분별력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성년 후견인을 지정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지는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위임장이나 동영상 등을 통해 아버지가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주장해왔다”며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할 경우 장남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후견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법원이 판단할 경우에는 상황이 반전된다. 신동빈 회장 측은 그동안 장남을 지지한 아버지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언론에 흘려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해 말, 롯데호텔 34층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서 내려온 신 총괄회장이 택시를 탔다가 행선지를 말하지 못해 택시기사가 다시 호텔로 데려다줬다는 얘기까지 그룹 주변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가 정상이라고 판단할 경우, 신 회장은 사실상 후계자의 정통성을 잃게 된다. 물론 신 전 부회장과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그래서일까. 지난 2월3일 서울 양재동 가정법원에서는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에 대한 첫 심리가 열렸고, 양측은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주변의 예상을 깨고 신 총괄회장이 직접 재판에 출석했을 정도다. 신 총괄회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수창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은) 재판부가 생년월일을 묻자 정확히 대답했다”며 “본인의 판단력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자 ‘50대 때나 지금이나 판단 능력에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반면 신 회장 측의 얘기는 전혀 다르다. “신 총괄회장이 똑같은 이야기를 수십 번씩 되풀이했다. 자신이 어떤 이유로 법정에 나왔는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올해 94세의 고령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인지 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며 “단순한 노화와 정신장애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전문 기관의 정신감정 결과와 함께 가족들의 진술이 이번 재판의 향방을 가를 핵심이 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한다. 이 경우 성년후견인으로 지목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은 분쟁 당사자이기 때문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사람은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와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 차녀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3명이다. 신 총괄회장이 정신적으로 건강한지를 판단하는 데 이들의 진술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행보가 우선 주목된다. 그는 수십 년간 롯데백화점과 롯데면세점, 롯데쇼핑 등을 두루 거치며 롯데를 유통 명가로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신뢰도 각별하다. 그는 신 총괄회장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7월 신동빈 회장 해임을 요구했을 때도 그는 신 총괄회장과 같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때문에 신 이사장이 이번 소송의 중요한 캐스팅보트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정황으로 볼 때 신동빈 회장에 대한 누나 신영자 이사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2012년 한국 롯데가 신동빈 체제로 바뀌면서 신 이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 역시 롯데와의 거래가 끊기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두 회사는 그동안 롯데 계열 영화관인 롯데시네마에서 매점 사업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2013년 영화관 내 매점 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했다. 롯데시네마로부터 일감이 끊긴 두 회사는 적지 않은 경영난에 시달려 왔고, 결국 지난 1월 청산을 발표했다.

신 이사장이 지난해 7월 형제간 분쟁에서 ‘반(反)신동빈’의 최전선에 나섰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분쟁이 한창일 때 신 총괄회장이 머무르는 롯데호텔 34층으로 그룹 임원들을 불러 신동주 전 부회장 체제에 대한 협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신 이사장이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의 손을 들어줄 경우, 롯데가 사태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실제로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최근 경쟁적으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2013년부터 롯데제과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면서 현재 지분이 3.96%로 높아진 상태다. 신 회장 역시 지분율이 8.78%에 이른다. 신 이사장의 경우 롯데제과 지분을 2.52%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신 전 부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6.83%)과 합치면 신 회장의 지분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현재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지분을 각각 13.46%와 13.45%씩 보유하고 있다. 지분 차이가 0.01%에 불과하지만, 만약 신 총괄회장(0.93%)과 신 이사장의 지분(0.74%)이 신 전 부회장과 합쳐질 경우 최대주주 지위가 뒤바뀔 수 있다.

그 밖에도 신영자 이사장은 롯데칠성음료(2.55%)와 롯데푸드(1.09%), 롯데정보통신(3.51%), 롯데건설(0.14%), 롯데알루미늄(0.12%), 롯데카드(0.17%), 롯데캐피탈(0.53%) 등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롯데장학재단이 보유한 롯데제과(8.69%)와 롯데칠성음료(6.17%), 롯데푸드(4.10%) 지분까지 합하면 영향력은 더욱 확대된다. 때문에 신 이사장이 이번 분쟁에서 누구의 손을 잡을지 주목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 역시 관심을 받고 있다. 서씨는 제1회 미스롯데 출신으로, 37년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이 됐다. 이후 딸 신유미(현 롯데호텔 고문)를 낳았다. 서씨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애정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 모녀는 현재 서울 방배동의 롯데캐슬 벨베데레에 거주하고 있다.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의 빌라에는 현재 서씨 모녀와 오빠 서진석씨 등이 거주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월3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첫 심리 참석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신정숙씨, 성년후견인 신청 나선 배경 주목

신격호 총괄회장도 최근에는 롯데호텔 34층 대신 서씨의 저택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 총괄회장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서씨 모녀, 특히 서씨의 진술 역시 법원에서 중요하게 다룰 가능성이 크다.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는 동안 서씨는 입을 다물어왔다. 롯데 계열사의 지분 또한 많지 않다는 점에서 서씨의 진술이 비중 있게 다뤄질 수 있다고 법조계 인사들은 설명한다.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는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 형제의 친모라는 점에서 어느 한 편에 서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을 한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신씨는 최현열 전 NK그룹 회장과 결혼해 1남 2녀를 두고 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전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 신씨의 장녀다. 신씨는 그동안 경영이나 외부 활동에 일절 나서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과의 교류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번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이 결국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물론 신씨 측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한다. 신씨의 변호인인 이현곤 변호사는 언론에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아는 바가 없고, 알아야 할 필요도 못 느낀다”며 “다만 오빠인 신 총괄회장의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후견인 지정 신청을 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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