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온전하게 사랑할 수는 있다”
  •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
  • 승인 2016.02.18 17:17
  • 호수 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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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신작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펴낸 혜민 스님

“나 자신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세요. 사랑하면 그 사람하고만 시간을 보내고 싶듯, 좋아하는 사람에게 공들이듯 나에게도 공들여보세요. 내가 나를 아껴주기 시작하면 세상도 나를 귀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펴내고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혜민 스님. 그가 4년 만에 신작을 펴내면서 이런 말을 전했다. “흔든다고 내가 흔들리면 세상은 나를 더 세게 흔들어요. 사람들의 칭찬이나 비난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바위를 본받아요.”

신간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은 완벽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나 자신과 가족, 친구, 동료, 나아가 이 세상을 향한 자상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에는 스님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그리고 마음 치유 콘서트 등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하면서 이끌어낸 생각들이 다 모여 있다. 스님은 그동안 온라인·오프라인에서 마주했던 많은 사람과의 만남이 자신에겐 큰 공부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삶의 현장에서 올라오는 절박하고 현실적인 고민들을 마주하며 그 어디서도 배울 수 없었던 삶의 지혜를 쌓았다고 말한다.

ⓒ 시사저널 이종현


“세상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완벽하지 않은 문제투성이로 가득한 듯 보입니다. 우선 나 스스로만 돌아봐도 부족함이 많지요. 말과 행동이 다르고, 공부나 일 처리도 생각처럼 잘 해내지 못하고, 남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뒤돌아 후회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나 친구, 동료를 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모 말을 듣지 않는 내 아이나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 남편이나 아내의 못마땅한 습관이 금방 눈에 들어옵니다. 매일 아침 뉴스를 보고 있으면 세상 또한 다툼과 갈등, 사건·사고가 끝없이 벌어집니다.”

스님은 이런 불완전하고 모순적인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고민하는 이들을 향해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런 완벽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에 대한 사랑마저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조소와 미움만으로 이 생을 살아가기엔 우리 삶이 너무도 소중합니다. 또한 우리 안에는 완벽하지 못한 부분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자비한 시선도 함께 있습니다. 마치 엄마가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를 지켜보는 것처럼 사랑의 눈빛으로 나를 수용하고 바라보는 따뜻함이 우리 내면에 존재하지요.”

스님은 나 자신이 완벽하지 않듯 세상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완벽하지 않음을, 그럴수록 더 크고 깊은 사랑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또한 우리 안에는 완벽하지 못한 부분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자비한 시선도 함께 있음을 일깨우고, 마치 엄마가 내 아이를 지켜보는 듯한 사랑의 눈빛으로 나 자신을 돌보고 내 본성을 깨치도록 돕고자 한다. 스님은 특히 약하고 우울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사람은 가까이서 보면 누구나 모순되고 약한 존재들입니다. 말과 행동이 상황에 따라 다르고, 누구 앞에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말하며, 타인에겐 잘하는데 가족에겐 오히려 함부로 대하고, 가치관도 상황에 따라 금방 변하는…. 성숙은 이런 불완전하고, 앞뒤 맞지 않는 모습을 자기 스스로 돌아보면서 성찰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과거의 생각들에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그렇게 스님은 다른 사람 눈치만 보다 내면의 소리를 잊고 사는 현대인들, 서운한 감정이나 용서하기 힘든 사람 때문에 고통 받는 이들, 좌절의 경험 후 용기와 치유가 필요한 이들, 진정한 내가 무엇인지 인간 본성을 깨닫고 싶은 이들, 그리고 공감을 통해 성숙한 삶으로 나아가고 싶은 이들과 마주한다.

“너무 타인의 요구에 맞춰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욕망이나 감정에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소외시키고 무시하니 어른이 돼서도 내가 정말로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대체 누구인지 잘 몰라요. 더불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도 자신이 느끼는 분노와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니 상대를 향했어야 할 정당한 분노가 내면에 갇혀 본인 스스로를 공격하게 됩니다. ‘나는 왜 이렇게 화도 제대로 못 내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바보 멍청이일까’ 하고 말이지요.”

훈계가 아닌 공감을 통해 삶의 문제에 다가가고, 추상적 의미를 구체적이고 쉽게 전달하는 화법으로 많은 팔로워와 소통하고 있는 스님은 출신 학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지금, 여기’에 충실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래서 잠시 고민에 휩싸인 사람에게 이렇게 다독인다. “마음 하늘에 잠시 우울한 생각 구름이 하나 일어났을 뿐 내 인생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자존감을 깎아먹는 과거의 생각들이 올라오면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마음을 그냥 지금 현재로 돌려 쉬세요. 특히 ‘숨’으로 돌아오면 아주 좋습니다.”

스님은 서울 인사동에 ‘마음치유학교’를 설립해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함께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이웃을 위한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 아이가, 내 부모님이, 내 형제가 왜 저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이해하지 못해도, 내 마음에 딱 들지 않아도 깊이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왜냐하면 깊은 사랑은 이해를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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