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수출기업 호재’ 공식 깨졌다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6.02.23 16:58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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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구매력 저하 등 주요 수출국 경기 침체로 환율효과 사라져
경기도 평택항에 기아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을 기다리는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다. / 사진=뉴스1

이달들어 원·달러 환율이 5년 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며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지만 수출기업들의 시름은 더욱 더 깊어지고 있다. ‘고환율=수출기업 호재’란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환율상승은 늘 수출기업들에겐 호재였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기업들의 제품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득을 보는 구조였으나 정작 수출기업들은 더 이상 환율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환율효과는 글로벌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선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하필 국내 기업들의 주요 수출대상국이 우리보다 환율이 더 많이 오른 신흥국들이란 점이 환율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환율효과는 기본적으로 물건이 팔린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주요 수출국인 이머징 마켓의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선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너진 신흥국 경기 앞에선 고환율도 무기력함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 수출산업인 자동차의 경우도 환율효과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조영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자동차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보다 러시아나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의 점유율이 훨씬 크다”며 “이머징 마켓 통화는 약세 수준을 넘어 반토막이 되면서 해당 국가들의 구매력도 절반 수준이 돼 환율효과를 누릴 상황이 안 된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히 현대차의 경우는 이머징마켓에서 환차손까지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산업군마다 특수한 조건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표적 산업이 반도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환율효과는 판매가격이 고정돼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것인데 D램 가격이 하락폭이 환율효과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해외에서 장비나 재료를 수입하는 반도체 업계는 환율이 올라간다고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돼 올해 안에 1달러에 1300원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조용준 센터장은 “지금 환율급등은 일본의 아베노믹스처럼 수출경쟁력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위기 및 미국 금리인상으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현상”이라며 “단순히 고환율이 수출기업에 득이 될 것이란 분석은 설득력을 잃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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