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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中, 북한 5차 핵실험 해도 북·중 관계 복원된다”

수소폭탄 실험·광명성 발사 이후 북·중 관계 전망

박승준 |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2.23(Tue) 17:35:08 | 13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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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9월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일(抗日) 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과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1월6일 김정은의 북한이 실시한 이른바 ‘수소폭탄 폭발 실험’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던 한·중 관계를 갑자기 “서로 말이안 통하는” 싸늘한 관계로 냉각시켜놓았다. 2012년 11월에 열린 제18차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이 당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중국과 북한 관계는 더없이 냉랭한 관계로 떨어졌고, 상대적으로 한·중 관계는 더없이 따뜻한 관계로 변하기 시작했다. 2013년 2월 김정은의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3월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각각 국가주석과 총리 취임을 앞두고 있던 시진핑·리커창(李克强)의 시·리체제는 격분했다. 중국 외교부는 유엔 안보리를 통한 북한 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고, 리바오둥(李保東)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중요한 것은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는 연설까지 했다.

수소폭탄 실험 후 꼬인 한·중 관계

이후 중국과 북한은 시진핑이 평양으로 가지 않은 것은 물론, 김정은을 베이징으로 초청하지도 않았다. 김정은이 권좌에 오르기 전 2010년 한 해 동안 김정일이 1년에 세 번이나 잇달아 중국을 방문할 정도로 뜨겁던 북·중 관계는 갑자기 냉각됐다. 그런 반면 한·중 관계는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베이징(北京)·시안(西安) 방문과, 2014년 7월 시진핑 주석의 서울 방문으로 “더할 수 없이 좋은” 관계로 발전했다. 지난 해 9월에는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열린 ‘중국 인민들의 항일 전쟁과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의 바로 옆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다음 자리에 서서 중국군을 사열하자 한·중 관계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뜨거운 관계로 발전했다.

그런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2016년 1월6일 김정은의 수소폭탄 폭발 실험 이후 한·중 관계는 갑자기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관계로 돌변했다. 중국은 그사이에 내부적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핵실험에는 반대하지만 과도한 북한 제재는 곤란하다”고 엇박자를 놓기 시작했고, 우리 청와대가 요청한 시진핑 주석과의 핫라인 통화도 제때에 이뤄지지 않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과 우리 국방 고위 관계자들 입에서 “사드 배치 검토”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북한이 이른바 수소폭탄 폭발실험을 한 직후에 사용했던 “결연한 반대”를 우리에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2월17일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정전(停戰)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자”는 속셈을 알 길 없는 제의를 내놓는 대목에까지 이르게 됐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이후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의 온도가 돌연 뒤바뀌는 과정이 시작된 것은 1월27일 대북 제재를 논의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국무장관과 왕이 외교부장 간의 회담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부터였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합의를 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회담이었다(It’s not enough to agree on the goal).” 케리 국무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노련한 외교관이자 정치가인 케리 국무장관이 내뱉은 ‘낫 이너프(not enough)’라는 말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의 제재 수위를 놓고 왕이 외교부장과 벌인 다섯 시간 넘는 마라톤 회담 끝의 분위기가 그대로 표현돼 있는 것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케리 국무장관은 왕이 외교부장과 북한에 대한 유엔의 새로운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 위해 벌인 회담에서 “원유와 휘발유를 대부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이 국경 무역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원유와 핵무기 개발에 전용 가능한 자원을 수입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 조치에 중국이 동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왕이는 “북한 주민들의 민생을 어렵게 만들어 북한 내부가 혼란해지면 중국에도 좋을 것이 없으니, 어쨌든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고집해서 케리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왕이 외교부장은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 조치에는 동참하겠지만 그 제재 조치가 도를 넘은 것이면 안 되고, 13년 전인 2003년에 시작해서 얻은 것이라고는 북한의 4차례 핵실험밖에 없는 6자회담과 대화·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두 가지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고집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실효성 있는 제재에 동의해야 유엔의 제재가 유효한 것이 될 수 있다”며 설득해도 계속 원점으로만 돌아가는 왕이의 말에 케리가 느낀 피로감을 담은 말이 바로 “낫이너프(not enough)”였다.

2015년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손을 잡고 사열하고 있다. © AP 연합

中, 대북 제재에도 미온적 반응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케리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에 나온 왕이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중국은 대국(大國)으로서, 조선반도 핵문제에 대한 입장은 너무나도 분명한(光明磊落) 것이며,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堅定不移) 것이다. 조선 핵문제의 해결은 그때그때의 일시적인 사정에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되고, 희로애락의 기분에 따라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된다. 우리 중국은 조선 핵문제의 해결에 세 가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첫째는 반도의 무핵화(無核化), 둘째는 반도의 평화 안정, 셋째는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서로 연관돼 있으며, 어느 한 가지도 빠져서는 안 된다. 제재는 목적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1992년 8월의 한·중 수교 이후 북·중 관계는 2000년까지 8년간 일체의 정상(頂上) 방문이 이뤄지지 않는 냉각기를 거쳤다. 양측의 냉각기는 2000년 5월29일 김정일의 중국 방문과 2001년 9월 장쩌민(江澤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으로 끝나고 다시 정상 방문이 재개돼 2010년 5월과 8월, 2011년 5월과 8월 김정일이 중국 방문을 15개월 사이에 잇따라 4차례나 할 정도로 밀접해졌다. 2013년 3월의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후 제2의 냉각기에 접어들었던 북·중 관계는 2014년 후반기부터 2015년 전반기에 걸쳐 중국 공산당과 외교부가 평양에 국제정치 전공 학자들을 파견하고, 북·중 관계 재점검을 위한 당·정연석회의를 잇달아 개최한 결과 변화하기 시작했다. 2015년 9월3일 톈안먼 광장에서 진행된 ‘중국 인민 반(反)파시스트 전쟁 및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서고 조선노동당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가 톈안먼 누대의 제일 끝자리에 자리하면서 북·중 관계가 최저점에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10월1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참석해 김정은 바로 옆자리에서 사열함으로써 북·중 관계가 냉각기를 벗어나고 있음을 감지하게 했다.

류윈산의 평양 방문을 전후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 환구시보(環球時報)에는 북·중 관계가 냉각기를 벗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논평들이 잇따라 게재됐다. 2015년 9월8일 환구시보에 실린 ‘외부에서 중조(中朝) 우호가 갈라졌다고 생각하는 점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는 “중국과 조선 사이에 이견이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견해 차이가 두 나라 관계의 기본 흐름은 아니며, 핵문제가 중조(中朝) 관계의 전부도 아니다”라는 주장을 담고 있었다. 10월9일 환구시보에 실린 ‘중·조 우호는 강의 바닥(河床), 문제는 강물을 따라 흘러간다’는 제목의 논평은 “조선 핵문제는 어느 한쪽이 밀어붙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가 다 함께 참여해야 해결되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12월11일 사설은 “중조 우호는 점차로 견해 차이에 적응하고 새로운 안정을 향해 가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냉각된 한·중, 되살아난 북·중 관계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월14일 중국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핵문제가 중조 관계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2015년 9월8일자 환구시보 논평은 이번 북한의 4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북·중 관계는 중국의 유엔 제재 참여로 인한 일정한 냉각기를 거쳐 다시 교류를 회복하는 복원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해준다. 더구나 이번 북한의 핵실험이 수소폭탄 제조를 위한 증폭 핵분열탄 폭발 실험이라는 진단이 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북·중 관계는 앞으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해도 일정 기간의 냉각기를 거쳐 교류가 회복되는 복원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해볼 수 있다.

왕이는 2월17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을 만나 한반도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정화기제(停和機制)’라는 처음 보는 용어를 구사했다. ‘정화(停和)’란 사전에도 없는 용어다. 왕이가 말한 정화체제가 과연 무슨 말인지, 같은 날있었던 외교부 뉴스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훙레이(洪磊) 대변인에게 질문하자 훙레이는 “왕이 부장이 제시한 것처럼 중국은 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정화기제로의 전환을 병행해서 추진하는 담판을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반도의 정전기제를 평화기제로 전환하는 방안은 동북아에 장치구안(長治久安)을 실현하는 전망을 가져다줄 것이다. 우리는 6자회담 관련 당사국들과 이 방안 실현을 위해 밀접한 의사소통을 하기를 희망한다.”

베이징 내 중국 학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월말 일단의 군 고위간부를 파견해서 중국 관계자들에게 수소폭탄 폭발 실험에 대한 해명을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북한군 간부들은 “우리의 핵은 절대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 언제든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용의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측을 안심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1월6일의 수소폭탄 실험은 갑자기 한·중 관계를 냉각시킨 반면 북·중 관계를 얼음 아래에서 접근시키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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