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세아 3세들, 철강업 3위 쟁탈전
  • 송준영 기자 (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2.24 17:57
  • 호수 137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창업주 손자 경영능력 시험대 올라
왼쪽부터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 / 사진=동국제강, 세아그룹

세아그룹과 동국제강이 철강업계 3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세아그룹이 2014년에 이어 지난해 매출에서 동국제강을 밀어내고 포스코, 현대제철 다음의 위치에 올랐다. 세아그룹과 동국제강은 모두 오너 3세가 경영 전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수요산업 부침으로 인해 두 업체의 희비가 엇갈렸다. 조선용 후판과 건설용 철근 사업으로 세를 확장하던 동국제강이 조선과 건설 산업이 침체되자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세아그룹은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이고 있다. 주력 사업인 특수강과 강관 부문이 지난 2~3년 자동차 산업과 미국 셰일가스 산업 호조로 상승 기류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세아그룹은 지주사 세아홀딩스와 철강생산업체 세아제강으로 이뤄져 있다. 세아홀딩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287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9%와 25.9% 증가해 4조482억원과 2070억원을 기록했다.

세아홀딩스 계열사 세아베스틸이 특수강 사업 등을 통해 지난해 영업이익 2223억원을 벌어들인 영향이 컸다.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6.8% 올랐다. 매출은 2조5267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4.7% 늘었다.

세아제강은 부진했다. 세아제강은 지난해 매출 2조1900억 원을 거뒀다. 전년보다 10.7% 줄었다. 영업이익은 780억원으로 52.5% 급감했다. 하지만 세아홀딩스 실적 호조 덕에 세아그룹 전체 영업이익과 매출은 늘었다.

세아그룹은 오너 3세를 경영 전반에 앞세워 업계 3위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고(故) 이종덕 세아그룹 창업주 손자인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와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를 나란히 사내이사에 선임할 예정이다. 사촌지간인 이들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주요 경영 의사 결정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

올해 경영환경은 녹록치 않다. 고(故) 이운형 세아그룹 전회장 장남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가 맡은 특수강 분야는 현대제철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생겼다. 현대제철은 올해 상반기 특수강 분야에 새로 진출했다. 세아베스틸 매출은 현대·기아차로부터 30~40%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제철이 시장에 들어오면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읻.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장남인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가 이끌 세아제강도 상황이 좋지 않다. 저유가로 인한 미국 셰일 산업 침체로 강관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아제강은 매출 70%가 에너지 강관 제품에서 나오는데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요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세아그룹이 험난한 상황에 놓여있는 가운데 옛 영광을 찾으려는 동국제강의 추격이 거세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96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5조7370억원로 전년 대비 5.5% 줄었지만 후판 부문에서 가동률과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또 컬러강판 등 냉연판재와 봉형강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부채비율도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지난 2014년말 239.5%에서 지난해말 211.3%로 낮아졌다. 꾸준히 몸집을 줄인 게 효과가 있었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4월 사옥 페럼타워를 4300억원에 매각했다. 포스코·포스코강판·한국철강 등 보유 주식도 처분해 600억원을 확보했다. 다음달에는 자회사인 국제종합기계(농기계 제조회사)를 매각할 계획이다.

지난해 실적과 재무구조 개선에는 오너 3세 경영인인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역할이 컸다. 동국제강은 창업주 대원 장경호 회장의 손자인 장세주 회장이 이끌었지만 지난해 5월 횡령·원정도박 혐의로 구속되면서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섰다.

장 회장에게는 올해 2분기 완공하는 브라질 일관 제철소가 중요해졌다. 동국제강은 지분 30%를 가지는 조건으로 브라질 제철소에 7억3000만달러(약8000억원)를 투자했다. 동국제강은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된 후판도 브라질일관제철소에서 생산하는 반제품 슬래브를 사용한다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과 세아그룹 모두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들 기업 명운은 동국제강의 경우 브라질 일관 제철소를 통해 얼마만큼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느냐가 관건 이고 세아그룹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평가받는 특수강 사업 성장 여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