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력 못 믿나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2.25 18:08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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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도입으로 입방아에 오른 한국형 미사일방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는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망 구축 요청에 따라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됐다. 1990년대 미국은 본토를 방어하는 국가미사일방어(NMD)와 우방을 방어하는 전역미사일방어(TMD) 계획을 추진했는데, 2001년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미사일방어(MD)로 통합됐다.

미국은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미사일 발사 후 한국에 TMD 참여를 요청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주변 국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고 우리 경제력과 기술력에 맞지 않으며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서 효과가 의문시된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노무현 정부는 같은 기조 아래서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구축을 공식화했다. 중거리 대공미사일(M-SAM)을 개발해 전력화하고 장거리 대공미사일(L-SAM) 개발을 조기 달성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보수 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MD 편입이 아닌 KAMD 구축에 우선순위를 뒀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도 MD 편입 문제가 거론됐지만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MD 체제 편입을 부인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MD 체제에 편입하지 않고 KAMD를 독자적으로 구축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사드와 기능 겹치는 미사일 국내 개발중

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는 한반도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사거리 1000㎞ 이하인 중·단거리 미사일이라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사정거리가 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한반도에서 사용하기 부적절하다고 보고 우선 저층 방어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존에 보유한 패트리어트 미사일(PAC-2)을 개량하는 한편, 새로운 패트리어트 미사일(PAC-3)을 도입해 실전 배치하고 M-SAM 개량형도 생산해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방어 영역을 확대해 다중 방어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그래서 한국형 사드라고 할 수 있는 L-SAM을 개발해 보완하기로 했다. 국방부가 사드 도입 논란과 관련해 “사드와 기능이 겹치는 L-SAM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사드는 필요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온 배경이 여기에 있다.

그런 국방부가 사드 도입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이유는 북한의 계속된 도발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기술진의 L-SAM 개발을 통한 KAMD 구축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급해진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L-SAM 개발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북한이 2014년 3월26일 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의 발사 각도를 45도에서 70도로 높여 사거리 650㎞로 발사한 일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통해 한국에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는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2013년 6월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탄도미사일 방어 : 협력과 반대’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북한에 너무 가까워 미사일이 낮은 궤도로 날아오고 수 분 내로 도착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 방어시스템의 효용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한 것과 배치된다.

사드 도입은 북한이 한국에 핵 공격을 할 경우 노동미사일이 가장 적합하다는 가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에 성공하면 단거리 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미사일을 겨냥해 사드를 배치하는 것 자체가 북한에 값싼 단거리 미사일 개발과 핵무기 소형화를 부추기는 안보 풍선효과를 초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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