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수주의자, 원칙 지키는 것이 보수다”
  • 김지영·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2.25 18:11
  • 호수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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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무상복지 정책으로 중앙정부 등과 소송전 벌이는 이재명 성남시장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오르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있다. ‘지방 인물’이 ‘전국 인물’로 부상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단체장의 참모진도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바로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 얘기다. 그에게는 ‘종북(從北)’ ‘불륜’ ‘패륜’ ‘전과 3범’ 등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이 시장 자신은 ‘종북’에 대해선 강하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자신은 “보수주의자”라는 것이다. “법과 상식과 원칙이 중요하고 거기에 따라 시정(市政)을 운영하고 세상을 바라본다”고 강조한다. ‘불륜’도 배우 김부선씨와의 염문설인데 “(김부선씨가) 허언증인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김씨가 사실이 아닌데 사실인 것처럼 왜곡한다는 것이다. ‘패륜’ 대목에선 친형과의 갈등으로 형수에게 욕설을 했다는 것인데 “형수가 노모(老母)에게 심하게 대해서 빚어진 가정사”라며 안타까워한다. ‘전과 3범’은 이 시장이 인권변호사로 시민운동을 했을 때 단 ‘훈장’ 정도로 여긴다.

ⓒ 시사저널 이종현

이 시장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현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과 성남 시정을 겨냥한 외부의 비판에 대한 강한 반박 등으로 심심찮게 이슈의 인물로 부상한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질타도 서슴지 않는다. 현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그를 “대통령감”이라고 칭송한다. 반면 그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복지 정책과 협동조합 등을 곱지 않게 보는 사람들로부터는 “사회주의자”라는 소릴 듣는다. 그렇게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지난 2월 설 연휴에 만난 경기도의 한 지자체장은 이 시장에 대해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며 “현 정부 입장에선 눈엣가시이기 때문에 24시간 왓치(watch, 감시)할 텐데 걸리는 게 없는 걸 봐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 지자체장은 이 시장과 상당히 가까운 관계다.

이 시장은 요즘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 무상교복, 청년배당 등 3대 복지 정책으로 중앙정부·경기도 등과 큰 마찰을 빚고 있다. 이 가운데 청년배당은 성남시에 거주하는 만 24세 청년 1만1300여 명에게 취업 여부나 소득·재산 수준과 상관없이 똑같이 연간 50만원씩 지원하는 제도다. 다만 이 지역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역 화폐(성남사랑 상품권)로 지급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이 시장의 3대 복지정책에 대해 “정부와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모양새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중앙정부가 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어 기(氣)가 꺾일 만도 한데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히려 2월18일 경기도 성남시청 시장실에서 만난 이 시장은 여유로워 보였다. 한편으론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즐기는 듯한 인상도 엿보였다. 이날 인터뷰에서 그는 “(정부) 마음대로 하라고 해라. 우린 우리 길을 꿋꿋이 갈 테니까”라며 결기 어린 목소리를 강하게 내기도 했다.

 

공단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입학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언제나 어려웠던 한계 상황을 깨면서 살아왔다. 돈이 없어서 학교를 못 가고 공장생활을 했고, 산재 장애인(6급)이 됐다. 팔이 프레스에 눌려 성장판이 손상되면서 왼손의 한쪽 뼈만 자라며 비틀어졌다. 시너 때문에 후각을 55% 상실했다. 자살 시도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죽을 생각으로 살자’는 생각이 들었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갔다. 남을 위해 독을 품고 살기로 했다. 개인의 삶은 단순히 그 사람의 무능함이나 불성실함 때문에 결정되지 않는다. 그를 둘러싼 매우 체계적인 벽이 있다. 그것을 깨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보수 집단은 비상식적으로 불합리하게 행동”

남을 위해 독을 품고 살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

법대에 가서 판검사가 돼 잘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게 됐다. 그 전까진 광주 시민을 ‘폭도’라고만 생각했었다. 나라의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집권자들이 가해자들이었다. 그 살인자들에게 판사 임관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변호사를 선택했다. 어머니한테는 성적 부족이라고 거짓말했는데, 죄송스럽다. 세월이 한참 지나 ‘판사를 잠깐이라도 할걸 그랬다’는 후회를 넘어서는 시점에 털어놓았다. 그런데 이미 알고 계시더라(웃음).

무상 공공 산후조리원, 무상교복, 청년배당 등 3대 무상복지에 대한 정부의 반대가 상당히 심하다.

복지는 세금을 내는 국민의 권리이고 복지를 실행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성남시가 헌법이 보장한 지방자치단체인데 성남시 예산을 갖고 시민 복지를 늘리는 것을 왜 막나. 이것을 막으려고 소송도 하고 시행령도 바꾸고, 지방자치 복지정책 다 취소하라고 한다. 그러면 (복지정책을) 시행하다가 하지 않는 지자체장이 욕을 먹는다. 며칠 전에 ‘공무원 헌장’을 중앙정부가 규정한 모양·색깔·크기로 만들어 정해진 위치에 달라는 지시가 왔다. 어떻게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일률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같은 규격으로 붙인다는 발상을 할 수 있나. 지방자치를 폐지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성남시청엔 ‘공무원 헌장’을 안 붙이겠다는 것인가?

달지 않을 생각이다.

3대 복지정책의 수혜 대상이 젊은 층이어서 향후 선거에서 표를 노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표를 계산한다면 청년에 투자하는 것보다 노년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확률이 높다. 노인을 위한 복지정책은 이전부터 이미 시행되고 있다. 어르신 일자리, 노인복지관 신축, 경로당 시설 지원 등 정책을 진행하고 있는데 성남시 노인분들이 저를 예뻐하고 좋아해주신다. 필요에 따라 노인과 장애인 지원 등 복지정책을 해왔고, 이번에 시행한 무상복지는 여태까지 확대한 복지정책의 마지막 단계다. 청소년기본법에 규정된 만 19~24세 청소년 중 가장 높은 연령인 24세로 지원 대상을 정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송과 사건은 몇 건이 있나?

중앙정부 등과 진행되는 소송이 3건 있다. 경기도와 진행 중인 것도 있고, 대통령과 하고 있는 것 하나(박근혜 정부의 무상복지 관련 권한쟁의 소송), 복지부 장관과 한개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와 별개로 선관위가 SNS 홍보로 인한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복지정책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개인적으로 협박이나 공갈을 당했을 법도 한데.

전에 하도 많이 당해서 이제 위협을 당해도 무섭지 않다. 시민운동을 할 당시에 많이 당했다. 6연발 가스총을 사서 뒷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아이 학교가 어딘지 안다’며 협박도 많이 받았다. 경찰에 신고해도 ‘이 정도 가지고 신고하느냐’고 하더라. 내가 엄청 괴롭거나 위협을 느낄 거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위기는 기회다. 정치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치를 뭐라 생각하나?

정치는 현대화된 전쟁이다. 나아가 싸우느냐, 타협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범죄자들과 타협해선 안 된다. 지금 보수라고 불리는 집단은 비상식적으로 불합리하게 행동한다. 이와 타협하면 나도 부정한 것이다.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하되,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야권이든 여권이든 상관없이, 정치인이라면 ‘기본’은 해야 한다.

정치인이 해야 하는 ‘기본’은 무엇인가?

그 기본은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것’이다. 첫 번째 덕목은 부여된 권한을 나쁜 곳에 쓰지 않는 것, 두 번째 덕목은 이 부여된 권한을 공정하게 행사하는 것이다.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덕목은 수없이 많은 사람을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성남 시민) 100만명, 대통령은 (국민) 5000만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성실함’이라는 덕목까지만 더해지면 개인적으로 훌륭한 정치인일 뿐 아니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난 인물이 될 수 있다. 나는 이 덕목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성실성’은 자신 없다.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1월13일 서울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협상 무효 농성장을 찾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평화의 소녀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 할 수 있으면 해야지”

복지정책에 중점을 두다 보니 이 시장을 일각에선 사회주의자라 부른다.

나는 보수주의자다. 내가 원하는 사회는 원칙이 존중되는, 뿌린 대로 거두는, 기여한 만큼 받는 사회다. 이미 약속한 것들을 지키는 것은 보수다. 기회가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지, 결과를 똑같이 나누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 중에 진보적 요소가 있지만 그것은 극히 적다. 우리나라에서 청년배당은 과격한 진보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을 보면 다르다. 핀란드는 1인당 100만원 주는 것을 확정했고, 스웨덴은 청년 1인당 300만원을 받는 것에 대해 국민투표를 한다.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좌파가 아닌 우파다.

이 시장은 스스로를 보수주의자라고 규정하지만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보수가 보호막이 된다. 진보는 보수에 대비되는 정치적 집단이 되고, 빨갱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를 논하는 것은 보수한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공공 산후조리원 이름을 지을 때 일부러 무상이라는 말을 넣었다. 교복도 마찬가지다. 무상이라는 말을 많이 쓴 것은 복지가 국민의 권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복지는 공짜가 아니다. 그래서 정부의 공짜론과 성남시의 무상복지론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무상 안 붙이고 교복 지원, 산후조리 지원이라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 정치 행보는 무엇인가?

없다. 나는 닥치면 할 것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현재를 목표에 맞춘 적은 거의 없다. 변호사를 선택해 인권변호사가 됐고, 정치권력을 가지면 훨씬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시장이 됐다. 5년 6개월째 성남시장을 하고 있다. 열심히 해서 이 정도 성과를 받게 됐는데, 마저 열심히 하다 보면 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목표를 설정하면 그야말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가는 길이 되는 것이다. 목표로 한 행보가 보이면 대중의 불신이 시작된다. 나는 끊임없이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사람들과 교감하고 준비할 것이다. ‘대통령을 할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면 ‘할 수 있다면 해야지’라고 대답하겠다. 그러나 지금 단계는 그 단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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