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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리더십] 최초로 중국을 통일하다

진시황, 법치와 군현제 등 중국 통치 체제의 기틀 확립

김경준 |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2.25(Thu) 18:22:23 | 13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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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패권을 놓고 7개국이 각축하던 전국(戰國)시대에 서쪽 변방의 진(秦)나라 왕 영정(?政)은 중국 역사상 최초의 통일 왕조를 수립하고(B.C. 221) 왕이 아닌 황제 칭호를 시작한 군주(始皇帝)이다. 비록 사후 후계자를 둘러싼 혼란으로 통일 왕조는 15년으로 단명했으나 법치와 군현제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 통치 체제는 청나라까지 2000년 동안 유지되면서 오늘날의 중국까지 이어진다. 또한 ‘진’의 발음에서 유래한 ‘차이나(China)’도 지금까지 중국을 나타내는 대명사가 됐다.

삼황오제(三皇五帝)의 신화와 전설의 시대를 거쳐 B.C. 2000년 무렵부터 하(夏), 은(殷), 주(周)로 이어지는 역사시대가 개막된다. 은나라 서부를 근거지로 하던 주족(周族)은 B.C. 1100년 무렵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운 후 왕족과 유력 호족들에게 봉토를 주어 다스리게 하는 봉건제를 실시한다. 주나라가 은나라를 멸망시킨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세운 천명(天命)과 천자(天子)의 개념은 이후 중국 정치이념의 핵심이 된다. 하늘의 뜻을 받은 하늘의 아들 천자가 있는 주나라가 세상의 중심이고 천자의 은덕이 미치는 제후국을 벗어나는 주변을 오랑캐로 여기는 유교적 질서에 기반한 중화(中華)사상의 연원이다.

중국 산시성 시안(西安)의 진시황 동상 ⓒ 연합뉴스


진나라, 변방 유목생활 하는 오랑캐로 간주돼

시간이 흐르면서 제후국 성장과 반비례해 주나라가 약해지는 가운데 B.C. 770년 폭군 유왕(幽王)에 반발하는 내부 세력이 북방의 견융(犬戎)을 끌어들인 내전이 발생했다. 왕은 전사하고 동쪽으로 쫓겨간 동주(東周)가 성립하면서 주나라의 주도권은 상실되고 춘추전국시대가 개막된다. 춘추전국시대를 간단히 정리하면 주나라 이후 170여 개국이 각축을 벌이면서 7대 강자로 수렴되는 367년간의 춘추(春秋)시대(B.C. 770~B.C. 403)와 7개 강국이 용쟁호투를 거쳐 최종 승자인 진(秦)의 통일로 마무리되는 183년간의 전국시대(B.C. 403~BC 221)로 구분된다. 춘추전국시대란 170여 개국이 1개국으로 수렴되는 550년의 시간과 과정이고 그 최종 챔피언이 바로 진시황이었다.

춘추전국시대에 각국의 왕들은 널리 인재를 구하고 제도를 확립해 부국강병을 통한 패권을 추구했고 이에 대응해 사상과 기술 등 전반적인 발전이 일어났다. 정치적 격변과 일상적 전쟁으로 점철된 혼란기였으나 아울러 정치·사회·문화 등 다방면의 에너지가 분출하면서 중국의 원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전국 7웅(戰國七雄) 조(趙)·한(韓)·위(魏)·제(齊)·연(燕)·진(秦)·초(楚) 중에서 최종 승자 진나라는 당초 서북부 변방에서 유목생활을 했고, 중원에서는 오랑캐로 간주하던 낙후된 지역이었다. 진나라 군주 효공(孝公·B.C. 381~B.C. 338)은 당시 선진국인 위나라 출신 상앙(商?)을 등용해 법가에 기초한 국정 개혁과 부국강병책을 실시했다. 가족제도, 군사, 조세에서 도량형 통일에 이르는 전반적 개혁이 성과를 거두면서 단기간에 강국으로 부상해 제후로서의 지위를 확립했고 100여 년 후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는 기반을 닦았다.

진시황은 B.C. 259년 조나라에 인질로 가 있다가 후일 진나라 장양왕이 된 공자 영자초(?子楚)의 아들로 출생했으며 부친이 별세하고 B.C. 246년 13세에 왕위에 올랐다. 9년이 지난 B.C. 237년 당시 실력자 여불위(呂不韋)를 비롯한 반대 세력을 축출하고 직접 통치를 시작했다. B.C. 230년부터 천하통일에 나서 먼저 인근의 한·위·조를 외교적으로 고립시켜 차례로 멸망시켰다. 이어 남방의 강국 초나라를 정복한 후 마지막으로 동북 방면의 연, 제를 패망시키고 통일 왕조를 수립했다. 당시 진나라가 강국이었다고는 하나 불과 10년 만에 여타 6개국을 정복한 것은 효공 시대 상앙의 개혁 이후 100년에 걸친 국력 축적과 그의 개인적 역량과 리더십이 결합됐기에 가능했다.

중국 산시성 시안 진시황병마용갱박물관에 진시황릉과 함께 건설한 지하궁전을 호위하는 병사들을 테라코타로 만든 병마용이 전시돼 있다. ⓒ 연합뉴스

아방궁과 만리장성 축조…병환으로 50세 사망

통일 후 진왕 영정은 자신의 호칭부터 바꾸었다. 과거 제후들의 호칭인 왕(王)이나 공(公)은 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건국 신화의 삼황오제를 합쳐서 황제(皇帝)로 명명하고 최초의 황제라는 의미에서 시황제로 부르게 했다. 진나라는 주나라와 혈연으로 맺어진 제후국이 아니었고, 오랑캐 취급을 받던 변방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제후국으로 부상한 후 통일 왕조를 수립했다. 따라서 기존의 관념과 제도에 대한 의무와 부담이 없었기에 기존 봉건 질서를 대체하는 군현제를 실시하고 법가 사상에 기초한 진나라의 제도를 중국 전역으로 확산시켰다.

이에 따라 과거 봉토에서 일종의 왕이었던 제후들을 소멸시키고 중앙에서 파견하는 관리들이 황제의 명에 따라 통치하는 중앙집권적 통치 체제인 군현제를 실시했다. 전국을 36개 군으로 나누고 각각 군수·군위·군감이 관장하며 중앙에는 승상(국무총리 격)·태위(국방장관 격)·어사대부(검찰총장 격)의 3공과 9경(卿·장관 격)을 두는 관료제를 확립했다. 또한 500년에 걸친 다국가 시대인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지역별로 분화돼 다양해진 도량형, 화폐, 문자 체계를 통일했다. 제국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왕궁인 아방궁을 건설하고 북방 흉노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축조하기 시작했다. 춘추전국 초기 중국의 개념은 중원에 머물러 있었고, 서북방의 진나라와 남방의 초나라는 오랑캐로 분류됐으나 전국시대를 거쳐 진나라가 통일하면서 중국의 개념은 서부와 남부로 확장됐다. 그러나 만리장성 이후 중국의 개념은 만리장성 이남으로 정립된다는 점에서 중국의 영토적 원형이 만들어졌다.

군사적 통일에 이어 강력한 중앙집권 통치 체제를 수립했으나 안정화되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과 유능한 후계자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B.C. 210년 지방 순행에 나선 진시황이 병을 얻어 50세에 사망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품성과 역량에서 높은 평가를 받던 태자 부소(扶蘇)가 죽임을 당하고 무능한 차남 호해(胡亥)가 환관들의 지원으로 제위에 오르면서 통치 구조가 이완되자 각지에서 반란이 발생했고 초나라 귀족 출신 항우(項羽)에게 B.C. 206년 멸망했다.

단명한 진나라는 자체적으로 역사서를 편찬할 시간이 없어서 후대 한(漢)나라에서 기록된다. 진나라의 법가에 대비해 통치 이념으로 공자·맹자의 유가를 내세운 한나라의 진시황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았다. 고전을 불태우고 학자를 땅에 파묻었다는 유명한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상징되는 무자비한 악행도 정확한 실상은 불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사치하고 방탕했다는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원대한 야망에 몰입하면서 원칙에 충실하고 업무에 집중하는 인간형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진시황은 중국의 창시자다. 만약 진시황이 통일 제국을 세우지 않았다면 중국은 오늘날 유럽처럼 다국가·다문화 지역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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