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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심장·뇌혈관을 위해 120, 100, 200을 기억하라

전문의들 “혈압·혈당·콜레스테롤만 잘 관리해도 심·뇌혈관 질환은 걱정 없다”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6.02.25(Thu) 18:55:39 | 13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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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를 한 달 남긴 지난해 12월,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 한 남성의 사인(死因)은 심근경색이었다. 휴일 아침 산책을 나섰다가 갑작스럽게 쓰러졌다. 평소 담배와 술을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되니 억울하다는 게 유족의 하소연이었다.

날씨가 차가운 겨울부터 봄까지 생기는 돌연사의 배경에는 심혈관 질환(협심증, 심근경색)과 뇌혈관 질환(뇌출혈, 뇌경색)이 있다. 따뜻한 실내에서 갑자기 찬 아침 공기에 노출되면 심·뇌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찬 공기에 노출된 동맥이 수축하면서 혈압과 심장박동 수도 증가한다. 겨울철에는 혈액 내 콜레스테롤 농도와 체내 염증 수치가 상승하는데 역시 심·뇌혈관 질환과 관련이 깊다. 수면 중에는 심신이 이완 상태에 있다가 잠에서 깨면 교감신경이 긴장 상태가 되므로 하루 중 아침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통계청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심·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의 25%로,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망자 4명 중 1명은 심·뇌혈관에 문제가 있었던 셈이다.

ⓒ 시사저널 임준선


“최근 부정맥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

약 300g의 근육 덩어리인 심장이 쉼 없이 뛰려면 산소와 영양 공급은 기본이다. 심장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굵은 혈관 세 개가 있는데 왕관처럼 생겨서 관상동맥이라고 부른다.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장 조직이 죽기 시작하므로 심각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 혈관이 막히면서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이 협심증과 심근경색이다. 심혈관에 기름 찌꺼기가 쌓이면서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심장근육에 빈혈이 생기는데 이것이 협심증이다. 협심증의 전형적인 증상은 가슴이 아픈 것(흉통)이다. 가슴 한가운데에 심한 통증과 압박감으로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서 이가 아프거나 흉통을 속쓰림으로 오인하거나 팔이나 목만 아픈 사람도 있다. 잠시 쉬면 흉통이 2~5분 지속하다가 사라진다.

심근경색은 끈적끈적한 피가 혈관 내 노폐물과 엉켜 생긴 혈전(피떡)이 혈관을 틀어막아 심장근육이 죽기 시작하는 질환이다. 안정을 취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상당수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돌연사한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 협심증·심근경색증센터 교수는 “평소 건강 체질로 소문났던 사람도 갑작스레 유명을 달리한다”며 “전체 심근경색 환자의 절반은 이전에 협심증이 있던 사람이며, 나머지 반 정도가 혈전으로 예기치 않게 심근경색증이 생긴 사람”이라고 말했다.

요즘처럼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심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할 질환으로 부정맥도 있다. 최근 부정맥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부정맥 환자는 2011년 약 14만명에서 2013년 약 18만명으로 불어났다. 송영빈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부정맥은 심장 박동과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거나 늦거나 불규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 맥박은 분당 60~100회인데, 긴장하지 않았는데도 심장이 심하게 뛰거나 참기 어려운 가슴통증이 발생하는 증상이 생긴다. 반대로 힘이 빠지면서 어지럼증, 호흡곤란, 무력감, 피로감 등을 느끼기도 한다.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박준범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협심증과 심근경색 환자는 지난 몇 년간 정체되어 있는 반면, 부정맥 환자는 급증해 최근 심장 질환의 발생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며 “부정맥을 내버려두면 심장 내 피떡이 생겨 심부전이나 뇌졸중 등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심한 경우 심정지(心停止)로 이어질 수 있다. 부정맥은 심장 질환의 첫 번째 증상이자 심장으로 인한 사망 시 나타나는 마지막 증상이므로 의심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건강한 혈관이 기름찌꺼기 등으로 막혀가는 과정. ⓒ 노바티스


뇌혈관 막혀도 3시간 이내면 회복 가능

사망 원인 질환을 신체 장기별로 분류했을 때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다. 뇌졸중은 크게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나뉜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모두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뇌 조직이 손상되는 심각한 상태로 이어진다.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은 대부분 고혈압이 원인이다. 높은 혈압이 지속되면 뇌의 혈관 벽이 손상을 받고 결국 압력을 견디지 못해 터진다. 뇌출혈의 결과는 출혈 부위, 출혈량, 나이 등에 따라 증상이 가벼운 두통부터 사망까지 다양하다.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두통, 구토, 어지럼증, 언어 장애, 팔다리 마비, 혼수상태 등이 있다. 뇌출혈의 또 다른 원인은 뇌동맥류다. 혈관 중에 약한 부분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갑자기 혈압이 오르면 이 부위가 터지면서 뇌출혈이 생긴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발생한 뇌동맥류는 2만5000여 건으로 드물지 않은 질환이다. 증상이 없어서 뇌출혈이 생긴 후에나 병원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단 뇌동맥류가 터진 사람의 3분의 1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고, 3분의 1은 병원에 도착해도 의식불명 상태가 되고, 3분의 1은 구토를 동반한 심한 증상을 호소한다.

뇌경색은 갑자기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없거나 저리고, 발음이 어둔해지고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발생했어도 수 시간 내에 호전되는 경우(일과성 뇌허혈 발작)가 있다. 이런 경우를 뇌경색 전조 증상이라고 본다.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해도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경색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병 후 치료 시작까지의 시간이다. 안재성 서울아산병원 뇌졸중센터 교수는 “뇌혈관이 막혔더라도 3시간 이내라면 혈전용해제로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거의 정상에 가깝게 회복된다”며 “3시간이 지났더라도 다른 약물을 사용해 뇌경색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혈당 환자 10명 중 4명, 혈관 막힌 상태

국내 사망자 4명 중 1명이 심·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상황에 이르자 질병관리본부는 매년 9월 첫째 주를 심·뇌혈관 예방 주간으로 삼고 레드서클 캠페인(www.redcircle.kr)을 진행하고 있다. 레드서클(red circle)은 건강한 붉은 혈관을 상징한다. 평소 심·뇌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20·100·200이라는 숫자만이라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20은 혈압을 의미하는데 정상 혈압(80~120mmHg)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100은 혈당이 100mg/dL 미만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200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mg/dL 이하로 유지되도록 하라는 뜻이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만이라도 오르지 않도록 관리하면 심·뇌혈관 질환과 상당한 거리를 둘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바른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 심·뇌혈관 질환의 75%는 예방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그러나 자신의 상태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자신의 혈압이 높은지 모르는 고혈압 환자가 30대 10명 중 8명, 40대 10명 중 6명이다. 자신의 혈당이 높은지도 모르는 30~40대 당뇨병 환자는 10명 중 5명이다. 30대 고지혈증 환자 10명 중 8명, 40대 10명 중 7명은 자신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다른 연령대의 사람보다 30~40대 성인 남성의 건강생활(저염식, 금연, 절주 등) 실천율이 가장 저조하다. 김난희 강남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은 모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긴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질환 모두의 원인이 고혈압·고혈당·고콜레스테롤(고지혈증) 등으로 같은 만큼 평소 혈압·혈당·콜레스테롤에 이상이 없는지 살피는 일이 심·뇌혈관 질환 예방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혈압 관리는 과거보다 편리해졌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자동혈압계로 자신의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가정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방법은 5분 동안 안정한 후 양팔의 혈압을 재며 이때 높은 혈압을 기억한다. 다시 5분 후 한 번 더 측정한 후, 1차와 2차 측정값의 평균 혈압을 기록한다. 하루에 시간대를 달리해 2회씩 2일 연속으로 측정한 혈압의 평균이 평소 자신의 혈압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자동혈압계로 측정하면 병원에서 수동혈압계로 잰 혈압보다 5mmHg 정도 낮다. 예를 들어 자동혈압계로 측정한 혈압이 88~135mmHg 이상이면 고혈압에 해당한다.

심혈관이 세 곳이나 막혀 수술을 받은 한 환자는 3년 만에 또 심혈관이 막혀 병원 신세를 졌다. 심장이 멎을 뻔했는데도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 대신 당뇨병을 20년 가까이 앓았다. 고혈당은 심혈관 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성모병원에서 특별한 증상이 없는 당뇨 환자 900명의 심혈관 상태를 조사했다. 환자 10명 중 4명에서 혈관 지름이 절반 이상 좁아진 협심증이 발견됐다. 당뇨를 앓은 지 10년이 넘은 환자들은 절반 가까이 협심증이 있었고, 이 중 1명은 심장혈관이 세 군데 이상 막혀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였다. 고혈당 상태가 오래될수록 나쁜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막히는 것이다. 고혈당은 뇌경색 위험도도 2.5배까지 높인다.

좁아진 혈관에서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생길 수 있다. 두 가지 모두 혈액을 심장 근육에 공급하지 못하므로 위험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싱겁게 먹으면 혈압 2~8mmHg 낮아져

혈전이 생겨 심장을 막으면 심근경색이고, 뇌혈관을 막으면 뇌경색이다.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으면 혈전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된다. 평소 건강검진을 받을 때 혈액검사를 통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200mg/dL 이상이면 일단 경고 사인으로 보고 자세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콜레스테롤에는 HDL(고밀도 단백), LDL(저밀도 단백), 중성지방 등이 있는데, HDL은 40~60mg/dL보다 높아야 하고, LDL은 130mg/dL보다 낮아야 하며, 중성지방은 150mg/dL 이하여야 한다.

흔히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이 고지혈증의 원인인데 간에서 생성된다. 지금까지 이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스타틴 계열)을 사용해왔다. 그런데 이 약물이 근육통증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최근 한미약품이 다른 성분을 첨가해 부작용이 없는 고지혈증 치료 전문 의약품(로수젯)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이 회사의 박명희 마케팅팀 상무는 “국내 고지혈증 환자 41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친 결과 LDL은 60.9%, 중성지방은 22.68% 감소했다”고 밝혔다.

요즘 전체적으로 몸은 날씬하지만 배가 나온 사람이 많은데, 이는 주로 중성지방 때문이다. 중성지방은 체온을 유지하는 에너지원이지만 너무 많으면 피부와 내장에 축적된다. 특히 내장에 중성지방이 쌓이면 장기 기능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간에 지방에 껴서 지방간이 되면 간 기능이 저하되고 대사 기능 이상으로 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높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더라도 혈관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이 많아지고 동맥경화증 발병 위험도 커진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높이지 않는 식습관이 있다. 저염식, 흰색 음식 피하기, 붉은 고기 먹지 않기 등이다. 저염식만으로도 혈압을 2~8mmHg 내릴 수 있고, 채소와 불포화지방을 섭취하는 식습관 변화로도 8~14mmHg을 낮출 수 있다. 체중을 10㎏만 빼도 혈압은 5~20mmHg이나 떨어진다. 고혈압 환자 대다수는 음식을 짜게 먹지도 않는데도 혈압이 높다고 푸념한다. 그러나 김치·찌개·젓갈 등을 자주 접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나트륨 섭취량은 외국인보다 평균 2배 정도 많다. 김난희 강남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혈압을 낮게 유지하는 방법은 저염식이고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방법은 쌀·밀가루·설탕 등 흰색 음식을 피하는 것”이라며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만드는 등 이로운 점도 있지만 혈관에 너무 많아서 좋을 것도 없다. 포화지방이 많은 붉은색 고기를 피하고 불포화지방이 많은 생선·닭가슴살을 섭취하는 식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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