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허울뿐인 비리와의 전쟁
  •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3.03 14: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진 비리신고 ‘0건’ 하청업체 주장과 배치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4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비리 근절을 위한 자진신고제를 운영한다고 공고했다. / 사진=박성의 기자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비리 자진 신고기간을 공표하고 상납비리 근절을 천명했지만 정작 자진 신고건수는 전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중공업 비리를 폭로한 내부고발자가 “하청업체 과반 이상이 뇌물을 상납해왔다”고 폭로한 사실과는 배치된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자체 조사는 ‘꼬리 끊기식’ 감사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달 17일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 소속으로 협대중공업 협력업체 전 대표인 이씨는, 매달 500만~700만원 씩 1년 동안 원청 부서 관리자들에게 7000여만원을 상납했다며 자수 형태로 울산지방검찰청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임직원이 협력회사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부정·부패·비리를 근절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2월 29일까지 비리 자진 신고제를 실시, 자진 신고 기간이 지난 후 비리가 적발될 시 중징계 및 형사고발 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23일과 24일 전 임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에 배부했다. 언론을 통해 현대중공업 비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사태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취재 결과, 현대중공업 비리 자진신고 건수는 0건이었다. 이씨를 비롯한 하청업체 대표단이 주장한 “하청업체 대표 10명 중 7명은 뇌물상납 경험이 있다. 현대중공업 고위층 간부까지 연루돼 있다”는 발언과 배치되는 결과다.

이에 현대중공업이 보여 주기 식 내부감사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이씨가 뇌물수수로 고발한 간부 직원의 비리 사실만 일부 확인한 상태다. 확인된 비리 혐의도 이씨가 주장한 현금수수가 아닌 굴비세트 등의 물품수수 건이다. 자진신고가 없는 상황에서 따로 적발해낸 비리 직원도 전무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당 직원의 업무를 정지하고 검찰 수사 결과 등을 기다리는 중이다. 현금수수 혐의 등은 아직 물증을 포착하지 못한 상태”라며 “일개 직원의 비리로 전체적인 문제는 아니다. 엄격하게 단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관계자들은 현대중공업이 비리 근절 의지가 없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2년 전 현대중공업은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윤리경영 실천을 공표한 바 있다. 같은 사건이 재발한 상황에서 자체감사 및 자진신고만으로는 비리 근절 효과가 전무하다는 주장이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비상대책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원청의 지위를 악용해 하도급법 위반, 뇌물수수, 공금회령 등의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은 이미 본사차원에서도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자신의 출세가 달린 문제에 누가 자진신고를 하고 나서겠나. 현대중공업이 조직적 치부를 숨기는데 급급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