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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집어삼키는 진격의 중국 기업

켐차이나 등 올해 들어 86조원 규모의 해외 기업 M&A 성사

모종혁│중국 통신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03(Thu) 18:24:21 | 13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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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지난 2월3일 다국적 농자재기업인 신젠타가 인수·합병(M&A)을 당했다. 신젠타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회사로 세계 농약 시장 점유율 1위, 종자(種子)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강자를 사들인 기업은 중국화공그룹(化工集團·켐차이나). 중국 최대 화학기업으로 중국 정부가 대주주다. 존 램지 신젠타 최고경영자(CEO)는 “이사회가 주주들에게 켐차이나의 인수를 받아들이자고 제안하는데 만장일치로 동의했다”며 “켐차이나는 인수가로 430억 달러(약 52조6750억원)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빅딜은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사례 2. 2월10일에는 모바일 웹브라우저인 오페라를 개발한 노르웨이의 오페라 소프트웨어가 중국에 팔렸다. 치후(奇虎)360과 쿤룬(崑崙)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은 12억 달러(약 1조4700억원)에 M&A를 성공시켰다. 오페라는 용량이 작고 작동 속도가 빠르다. 또한 브라우저를 운용할 때 무선데이터를 적게 사용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치후360은 이미 자체 브라우저를 개발했다. 여기에 오페라의 기술을 접목시켜 중국산 스마트폰에 달아, 이동통신망이 열악한 신흥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글로벌 M&A 시장에 ‘중국 광풍’이 불고 있다. 왼쪽부터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장루이민 하이얼그룹 회장, 런젠싱 켐차이나 회장. ⓒ EPA연합·Imaginechina

 


세계 M&A 시장에 부는 ‘중국發 광풍’

 

올해 들어 세계 M&A 시장에서 차이나 머니의 돌풍이 거세다. 2월17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16일까지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집어삼킨 기업의 거래 규모가 이미 지난해의 78%에 달했다. 모두 56건의 M&A를 성사시켰는데, 총액이 무려 704억 달러(약 86조24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중국 기업들이 성사시킨 해외 M&A 규모는 950억 달러(397건)였다. 중국 기업의 첫 제물은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였다.

 

GE의 모태는 우리에게 발명왕으로 유명한 에디슨이 1878년 세운 전구회사다. 에디슨은 전기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1892년 톰슨-휴스턴 회사와 합병해 GE를 세웠다. 이처럼 GE는 미국 전기 및 가전산업의 살아 있는 역사였다. 1960년대 이후 일본 기업이 미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시장점유율이 떨어졌지만, 다른 미국 가전업체들이 문을 닫았어도 GE만은 굳건히 버텨왔다. 이랬던 GE가 일본이나 유럽 기업이 아닌 중국의 하이얼(海爾)에 54억 달러(약 6조6150억원)에 매각된 것이다.

 

하이얼의 GE 인수 충격이 가시기 전에 중국 최대 부동산업체인 완다(萬達)그룹이 미국 할리우드의 레전더리 픽처스를 사들였다. 레전더리는 지난 3년 동안 <다크나이트 라이즈> <인터스텔라> <쥬라기 월드> 등 히트작을 단독 혹은 공동 제작한 메이저 영화사다. 또한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매출 누계 120억 달러가 넘는 흥행 성적을 거뒀다. 완다는 이런 레전더리를 35억 달러(약 4조2875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1989년 엔고(高) 시절에 일본의 소니가 컬럼비아 픽처스를 사들인 것을 연상케 한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 기업이 M&A 사냥에 혈안이 된 것은 중국 국내 경제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고, 취약했던 선진 기술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0년(3.8%)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글로벌 경제가 안 좋지만 무엇보다 중국 국내 경기가 뚜렷하게 얼어붙고 있다.

 

이는 수치로 잘 드러난다.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6.8%로 떨어져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지난해 12월 소매판매증가율은 11.1%, 산업생산증가율은 5.9%, 고정자산투자증가율은 10%에 그쳐 예상치에 못 미쳤다. 여기에 중국 경제를 지탱해왔던 한 축인 대외무역마저 냉각기에 들어섰다. 1월 수출은 1774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에 비해 11.2%나 줄어들었다. 전월과 비교해서는 무려 20.6%나 떨어졌다.

 

수입 감소 폭은 더욱 컸다. 1141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8.8%나 줄어든 것. 비록 무역수지는 632억 달러의 흑자를 거뒀지만, 불황형 흑자임이 뚜렷했다. 본래 중국의 경제분석기관들은 1월 수출과 수입 감소 폭을 각각 1.8%, 3.6%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훨씬 안 좋은 성적표를 받아서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이런 상황에 대해 1월21일 다보스포럼에서 헤지펀드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실질적으로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구 기업의 원천 기술이나 선진 기술은 중국 기업에 아주 매력적이다. 현재 중국 기업은 각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다지만, 영업이익률은 극히 낮다. 출혈 경쟁, 박리다매, 밀어내기 수출 등은 그동안 중국 제조업체가 짊어져야 했던 숙명이다. 그 대표적인 회사가 ‘대륙의 실수’라는 샤오미(小米)다. 지난해 샤오미는 70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5.7%를 기록해 화웨이(華爲)와 공동 1위다. 하지만 이 성적은 본래 샤오미가 목표한 1억대보다 30%나 낮은 판매량이었다.

 

현재 샤오미는 국내외에서 모두 발목이 잡혀 있다. 국내에서는 샤오미의 전략과 성장 방식을 그대로 베낀 후발 주자들이 맹렬히 치고 올라오고 있다. 해외에선 특허 문제로 인해 공략에 나섰던 인도·동남아 등지에서 소송에 휘말려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샤오미의 해외 판매량은 8% 증가에 그쳤다. 중국의 시장분석기관들은 샤오미의 영업이익률이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샤오미는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해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새 성장 발판 마련’ M&A 멈추지 않을 듯


이런 난국을 중국 기업들은 M&A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 원천 기술과 선진 기술을 보유한 서구 기업을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들이면 특허 괴물의 공세를 막고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의 체질을 바꾼다는 점에서 과거의 단순한 ‘쩌우추취(走出去ㆍ해외 진출)’ 전략과는 차원이 다르다. 연초에 M&A에 집중한 데는 대륙에서 퍼지는 위안화 평가절하 전망도 맞물려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는 위안화를 4% 평가절하했고, 1월에도 3% 가까이 절하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회사와 개인이 해외로 빼돌린 자산이 약 1조 달러(1225조원)에 이른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당분간 세계 M&A 시장에서의 진격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이에 반해 한국 기업들의 해외 M&A는 침체일로다. 2011?15년 5년간 한국은 389억 달러, 347건에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은 2808억 달러, 1275건으로 한국의 7.8배를 기록했다. M&A가 마냥 기업의 성공 방정식이 될 순 없다. 그릇된 판단으로 M&A에 나섰다가 패가망신한 기업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몸집을 키운 후에 이제는 체질마저 바꾸려는 중국 기업의 행보가 두려운 건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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