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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투수들이 반격할 때가 왔다

최근 계속된 프로야구 타고투저 현상 올 시즌부터는 공인구 통일 등으로 바뀔 전망

배지헌 | 베이스볼랩 운영자 ㅣ . | 승인 2016.03.03(Thu) 18:31:41 | 13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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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팀 스포츠와 개인 스포츠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종목이다. 9명이 한 팀을 이뤄 공수(攻守)를 주고받지만, 실제 경기는 투수와 타자의 일대일 대결로 이뤄진다. 투수는 타자가 치기 힘든 곳으로 예상치 못한 공을 던져 아웃을 잡는 것이 목표다. 반면 타자의 일차적인 목표는 투수의 공을 정확하고 강하게 받아쳐 좋은 타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투수와 타자 간의 대결이 계속해서 쌓이면서 하나의 야구 경기가 완성된다.

 

흔해진 3할 타자, 실종된 2점대 방어율 투수


투타(投打) 간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은 단순히 한 타석이나 한 경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 시즌 전체, 좀 더 넓게는 장기적인 리그 트렌드를 놓고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된다. 리그 투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크게 향상돼 타자들을 압도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어떤 기간에는 타자들이 투수를 찍어 누르는 경향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보통 이런 주기는 몇 년 동안 이어지다 리그 환경과 제도의 변화, 새로운 얼굴의 등장, 야구 기술 발전 등과 맞물려 다시 새로운 트렌드로 교체되는 과정을 겪는다.

 

2015년 에이스 역할을 했던 외국인 투수들의 건재함은 KBO의 타고투저를 완화시킬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 연합뉴스

지난 2년간 KBO(한국야구위원회)에서는 타자들의 전성시대가 펼쳐졌다. 힘과 기술을 한껏 끌어올린 타자들이 가공할 기록을 쏟아내는 동안 투수들은 맥을 추지 못했다. ‘타자들의 시대’는 기록에서 드러난다. 경기당 팀 평균득점은 2014년 5.6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지난해에도 5.28점에 달했다. 삼성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역대 유일의 ‘팀타율 3할’(1987년) 기록을 2년 연속 갈아치웠다. 리그 평균자책점도 종전 최저 기록인 1999년의 4.98을 뛰어넘어 2014년에는 5.26, 2015년에는 5.32로 내려앉았다. 2014년 한화는 1982년 삼미의 6.14를 뛰어넘어 역대 최악의 팀 평균자책점(6.38)을 기록했다. 극단적인 타고투저(打高投低) 속에 매 경기 ‘핸드볼 스코어’ 게임이 속출했다. 경기 초반 6~7점차로 앞선 팀조차도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흐름이 이어졌다. 과거 ‘귀하신 몸’이던 3할 타자와 20홈런 타자가 동네 치킨집만큼 흔해진 반면,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귀한 존재가 되었다. 연일 계속되는 타격전에 경기 시간은 길게 늘어졌고, 9이닝 경기가 4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일은 일상이 됐다.

 

하지만 이런 기형적 타고투저 트렌드는 올 시즌을 기점으로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타자들의 기에 눌려 있던 투수들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 2년간 타고투저 흐름이 나타난 원인을 거꾸로 뒤집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투수들이 타자의 기량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가운데 외국인 타자 도입, 신생 구단의 리그 참가 등 외부 환경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여기에 반발력이 기준치 이상인 공인구 사용 변수까지 더해지며 타고투저의 파괴력을 배가했다. 그런데 2016 시즌부터는 이런 변수 중 대부분이 사라지거나, 정반대의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리그 선수 구성의 변화다. 2015년 강정호에 이어 올해부터는 박병호·김현수 등 간판타자들이 메이저리그로 갔다. 류현진·오승환 등 에이스급 투수들이 주로 해외로 진출하던 것과 반대다. 타격 쪽과 달리 마운드에는 플러스 요인이 많다. 지난해 후반기에 리그 에이스로 군림했던 로저스(한화)와 스튜어트(NC)가 올해는 풀 시즌을 소화한다. 강타자 블랙을 포기한 KT는 대신 외국인 투수만 3명을 데려와 시즌을 치른다. 다른 구단들도 빅리그 출신 수준급 외국인 투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여기에 지난해 후반부터 신생 팀 KT 위츠의 전력이 안정되면서 10구단 체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보통 신생 팀이 창단되고 경기 수가 늘어나면 타자보다는 투수들의 기록이 나빠지는 경향을 보인다. 신생 팀의 불안한 경기력(특히 수비)도 타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2011~12년 투고타저에 가까웠던 흐름이 타고투저로 바뀐 건 9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3년부터다.

 

삼성·넥센, 넓어진 새 구장 쓰는 것도 변수


지난해 팀 OPS(출루율+장타율) 1~2위 구단인 넥센과 삼성이 올 시즌부터 새로운 구장을 사용하게 되는 것도 변수다. 지난해까지 넥센이 사용한 목동구장은 리그 최고의 타고투저 구장이었다. 올해부터 새로 쓰게 되는 고척스카이돔은 목동보다 좌우 펜스 거리가 1m, 중월 거리는 4m가 길고 펜스도 2m가 더 높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도 종전 시민구장보다 전체적인 거리가 멀어졌고 펜스도 높은 편이다. 특히 좌중간과 우중간 펜스 거리는 종전보다 8m 이상 멀다. 물론 실제 파크팩터(특정 구장에서 발생하는 점수 지수)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기존의 목동과 대구구장 시절보다는 홈런과 득점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일찌감치 “투수 구장에 맞는 야구를 하겠다”며 기존의 장타력 대신 수비력과 기동력 위주의 야구를 선택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이 공인구의 단일화다. 지난 2년간 KBO는 구단마다 사용하는 공인구가 달라 끊임없는 논란에 시달렸다. 일부 업체에서 생산하는 공인구는 반발계수가 지나치게 높아 ‘탱탱볼’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다. 공인구의 높은 반발력은 장타 증가로 이어졌다. 정상적이라면 외야수에게 잡혔을 타구가 뒤로 넘어가거나, 홈런이 되는 경우가 잦았다. 이에 투수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됐고 타자들은 자신감을 얻으면서 타고투저를 키운 꼴이 됐다. 페어 타구의 안타 확률이 갑자기 2~3푼가량 상승하는 현상은 단순히 타자들의 실력 향상이나 신생 구단 효과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아웃이 안타가 되면 그만큼 경기 시간도 비례해서 길어지는데 결국 공인구 문제가 투타 밸런스 붕괴는 물론 경기 시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반발계수가 낮은 편인 스카이라인 제품으로만 공인구를 쓰게 된다. 새로운 공인구의 반발계수는 일본 프로야구와 비슷한 0.42 수준으로 알려졌다. 타자의 빗맞은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고, 이에 홈런을 친 타자가 스스로 깜짝 놀라는 희한한 풍경은 이제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지난 2년간 타자들의 공세에 고개를 숙였던 투수들의 반격이 올 시즌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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