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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대세 ‘공유경제’, 한국만 강 건너 불구경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도 규제 철폐 움직임 / ‘콜버스’ 논란 불거진 한국과 대조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 송창섭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09(Wed) 12:09:06 | 13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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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오토바이택시 사업을 하고 있는 고젝의 기사들이 손님을 태우고 운행하고 있다. © 고젝사 제공

인도네시아에서 가격 대비 소비자 만족도가 가장 높은 교통수단은 택시도 버스도 아닌, ‘오젝(Ojek)’이다. 오토바이택시를 말한다. 자카르타·수라바야·반둥 등 대도시에서 오젝은 거리에 따라 5000~1만5000루피아(약 450~1400원)를 요금으로 받고 있다. 택시요금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오젝 서비스가 최근 진화하고 있어 화제다. 대표적인 기업이 ‘고젝(Go Jek)’이다.

고젝이 ‘오젝 시대의 기린아’로 성장한 비결은 기존 오젝 서비스와 스마트폰을 결합해 승·하차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 후 현재 위치를 누르고 반대로 자신이 갈목적지를 입력하면 바로 요금이 계산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금을 놓고 운전자와 승강이를 벌일 필요가 없다. 반대로 운전자에게는 휴대폰 지도를 통해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목적지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준다. 고젝에 따르면, 현재 자카르타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약 10만명, 수라바야·반둥 등 대도시에서는 약 20만 명이 기사로 활동하고 있다. 당초 우리나라의 퀵서비스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고젝이 단시간 내 인도네시아 핵심 교통수단으로 성장하면서 기존 업체들과의 충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동남아, 오토바이택시로 ‘공유경제’ 서막

고젝의 등장은 동남아 대중교통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일명 ‘오토바이 우버’로 불리는 고젝이 등장하면서 동남아에 공유경제 시장의 서막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젝이 단시간 내에 다량의 운전자를 확보하게 된 비결은 ‘오토바이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콘셉트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고젝이 성공을 거두면서 경쟁사도 생겨났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대형 택시업체인 ‘그랩택시(GrabTaxi)’는 지난해 5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그랩바이크(Grab Bike)’라는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후발 주자인 그랩바이크는 모회사인 그랩택시의 지원에 힘입어 선두 주자 고젝과 비슷한 수준까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일면식도 없는 남녀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이 금기시되는 보수적인 이슬람문화에 착안해 탄생한 ‘레이디젝(Lady Jek)’도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 운전자가 여성 승객만을 태우고 다니는 것이 이 회사의 독특한 사업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2월말, 세계 최대 차량 공유서비스업체 우버(Uber)는 자카르타와 함께 교통난으로 악명 높은 태국 방콕에서 오토바이택시인 ‘우버 모토(Uber MOTO)’ 서비스를 시작했다. 더글러스 마 우버 아시아 지역 담당자는 공식 론칭 행사에서 “현재 68개국에 진출한 우버가 오토바이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이번 방콕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우버가 태국에서 오토바이 서비스를 개시하기로 한 것은 현지의 값싼 운송비용, 심각한 도로 사정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버는 방콕에서 성과를 보고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추후 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인근 동남아 국가로 대상 지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고젝·그랩바이크와 같은 공유경제 기업의 등장은 반대로 버스·택시 등 기존 운송 사업자에게는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도네시아만 해도 ‘블루버드’ 등 대형 택시업체들은 ‘고젝으로 대표되는 오젝이 현행 법률로 인정받지 못했고, 사고 시승객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교통부는 지난해 승객 안전에 해를 끼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오젝의 영업활동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안 발표 이후 서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오젝 규제안은 벽에 부딪친 상태다. 인도네시아 국회는 고젝과 그랩바이크 등 오젝 서비스가 서민 생활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들어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오젝을 별개의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할 계획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역시 오젝 규제가 몰고 올 민심 이반의 후폭풍이 우려되자 내각에 관련 법령 재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시민들이 오젝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국가가 시민들의 필요를 다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중교통의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기존 사업자 눈치보기 규제 여전해

최근 국내에서는 심야버스인 ‘콜버스’ 허용여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2월22일 국토교통부는 규제 개혁 차원에서 대중교통이 끊긴 새벽 시간에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태워주는 ‘카풀(Car Pool)버스’ 서비스인 콜버스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발표 안은 이미 사업 면허를 보유한 회사만 적용받고 신규 사업자 진입은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는 점에서 되레 규제 장벽을 높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 택시·버스 사업자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유경제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규제에 대해서는 시대를 거스르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세계 경영학계에서는 ‘공유경제2.0’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우버·에어비앤비 등이 1세대 공유경제 모델이라면, 2세대 모델은 우버로 돈을 벌려는 사람에게 차를 빌려주고, 에어비앤비식 임대 사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집을 빌려주는 등 좀 더 세분화·전문화되고 있다. 공항 근처에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공항 이용객들에게 주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어파킹스페이스(YourParkingSpace)’가 대표적이다. 우버나 ‘리프트(Lyft)’ 등 공유경제 1세대 기업도 지난해 말부터는 세분화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리프트의 경우 다수의 탑승객이 요금을 나눠 내는 ‘리프트 라인(Lyft Line)’에다 특정 기업과 전속 계약을 맺도록 하는 방식이 접목된 ‘리프트 포 워크(Lyft for Work)’를 지난해 말부터 개시했다. 쉽게 말해 탑승객의 요금을 고용주에게 청구하는 방식이다. 우리로 치면 임대형 통근버스와 같다. 

 

우버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이와 유사한 ‘우버 포 비즈니스(Uber for Business)’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기존 사업자 보호를 위해 신규 업자의 진입을 막고 있는 사이, 해외에서 공유경제 서비스는 하나의 거대한 산업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보다 경제력에서 한수 아래로 평가받는 동남아는 이미 이런 세계적 추세의 흐름을 발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우리가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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