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4월 중 서울대병원 입원해 '치매 검사'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6.03.09 18:31
  • 호수 1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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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실 입원 2주간 신경과·정신과 검사....5월 내 재판부에 결과 제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지난달 3일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에서 진행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사건 1차 심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 주차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 사진=뉴스1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 정신 감정이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진행된다. 신 총괄회장은 4월말 이전에 서울대병원에 입원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이날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사건 2차 심리에서 신 총괄회장을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시켜 정신 감정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성년후견인 신청인인 신정숙(79)씨와 신 총괄회장 측 합의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한 차례 더 심리를 진행해 입원 검사와 관련해 검사 배석인,병실 동행인 등 구체적 사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양 측은 진료 병원과 진료 방식을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신 총괄회장 측은 기존 진료 경험이 있는 연건동 서울대병원를 의료기관으로 하되, 의료진이 직접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위치한 신 총괄회장 집무실을 방문해 검사를 하는 방안을 주장해왔다.

반면 신씨 측은 기존 진찰 병원을 감정 기관으로 정하지 않는 관례를 거론하며 삼성서울병원에서의 입원 검사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날 심리에서 신 총괄회장 측은 검사 방법을, 신씨 측은 검사 병원을 양보하며 합의에 이르렀다.

신씨 측은 신 총괄회장의 과거 진료 경험 등을 이유로 서울대병원을 반대해왔다. 신 총괄회장은 과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관련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고,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집무실 업무를 책임진 후에는 몇 차례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진료 경험이 있다. 아울러 '출장 감정'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대했다.

이에 신 총괄회장 측은 서울대병원 공신력이 국내 최고라는 점을 들며 반박했다. 또 "신씨 측의 논리대로라면 재벌 소유인 삼성병원도 안 된다"고 맞섰다. 당초 신 총괄회장 건강 등을 이유로 입원 감정에 반대했으나 이번 심리를 앞두고 신 총괄회장이 "입원해 검사를 받겠다"는 의지를 표해 입원검사에 동의했다.

양 측 모두 이 같은 합의안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 총괄회장 법률대리인 김수창 변호사(양헌)는 심리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 결과에 흡족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공신력 측면에서 서울대병원을 따라갈 곳이 없다"며 "신 총괄회장에게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감정이 되는 게 맞다는 데에 양 측 모두 이해가 됐다"고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씨 법률대리인 이현곤 변호사(지우)도 "저희도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감정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서울대병원에서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감정이 이뤄질 것 같지 않다고 봤다"며 병원 양보 배경을 전했다. 이 변호사는 "출장 감정으로 결과가 나오면 또 다툼이 생길 우려가 크다. 그 부분은 반드시 입원 감정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입원은 4월말 이전에 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최대 2주 간 검사를 거쳐 5월 내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법원의 감정 신청을 받은 후 의료진을 결정해 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알츠하이머 진단의 경우 보통 신경과와 정신과 검사가 함께 진행된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연건동 서울대병원 본관 12층에 위치한 특실에 입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선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한 뇌 검사와 인지능력 검사 등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보통 알츠하이머 검사에선 기억력 검사, 간단한 산수 등을 이용한 다양한 종류의 인지검사, CT 등을 통한 뇌의 특정 부분에 대한 수축 정도 등을 살피는 뇌검사 등이 함께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은 5월 이내에 재판부에 검사 결과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와 지정 범위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신씨가 지정한 성년후견인 후보 다섯 명 중 큰딸 신영자(73)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둘째 아들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 막내 딸 신유미(33) 롯데호텔 고문은 성년후견인 지정에 찬성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큰 아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고,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 여사는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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