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조직건강 형편없이 낮아
  • 한광범 기자 (totoro@sisapress.com)
  • 승인 2016.03.15 10:49
  • 호수 137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상의 진단…습관적 야근 등 후진적 문화 여전

국내기업들은 습관화된 야근과 여성에 대한 편견 등이 개선되지 않으며 조직건강도도 글로벌기업들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후진적 문화가 여전하다는 뜻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5일 발표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진단했다. 이번 보고서는 대한상의와 맥킨지가 지난해 6월부터 9개월 동안 국내기업 100개사 임직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조직건강은 글로벌기업에 비해 허약했다. 특히 중견기업 대다수는 절대 약세를 보였다. 조사대상 100개사 중 글로벌기업보다 약체인 기업은 77개사였다. 이 중 최하위수준은 52개사였다. 중견기업만 놓고 보면 91.3%가 하위수준이었다.

조직건강을 바라보는 경영진과 직원 간 시각차도 컸다. 경영진들은 자사 조직건강을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한 반면 직원들은 최하위 수준으로 진단했다. 특히 기업 문화·분위기 항목에서 괴리가 가장 컸다.

기업문화를 보면 직장인들은 습관화된 야근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실제 한국 고유의 기업문화에 대한 호감 조사에서 습관적 야근은 3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밖에 비효율적 회의(39점), 과도한 보고(41점), 소통 없는 일방적 업무지시(55점)도 호감도가 낮았다. 

국내 직장인들은 주5일 기준 평균 2.3일 간 야근을 했다. 3일 이상 야근 비율은 43.1%에 달한 반면, 야근이 없다는 비율은 12.2%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야근문화의 근본 원인으로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와 상명하복 불통문화를 지적하며 야근을 많이 할수록 업무시간과 성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실제 조사에서 퇴근 전 갑작스런 업무지시나 불명확한 업무분장으로 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경우, 업무지시 과정에서 배경이나 취지에 대한 소통이 부족해 일이 몇 갑절 늘어나 야근하는 경우 등이 수시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직장 내 여성에 대한 배려부족과 편견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49%가 '여성이 평가·승진 등에서 불리하다'고 답했다. 여성에게 작용하는 핸디캡으로도 야근이 지목됐다. 여성 야근일수는 주5일 평균 2.0일로 평균(2.3일)보다 약간 적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엔 힘든 수준이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육아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조차도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야근 핸디캡과 사내 눈치보기가 여성의 당당한 조직생활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에 대한 편견도 조사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인사평가나 승진 등에서 여성이 불리하다고 평가받는 이유에 대해 여성들 스스로는 '출산·육아'(34.7%), '업무능력 편견'(30.4%)를 꼽았다. 반면 남성들은 '업무에 소극적'(23.7%)이라는 응답이 '출산·육아'(22.6%)보다 높았다.

규범준수와 상생협력 수준에 대해선 긍정적인 응답이 61%였다. 하지만 직업윤리 준수(75%), 비즈니스 파트너십(59%), 지역사회 공헌(52%) 항목 모두 글로벌기업과 비교해선 최하위 내지 중하위 수준에 그쳤다.

반면 심각한 구태문화로 지적받는 회식문화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잦은 회식이 업무나 개인생활에 지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6.7%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주5일 평균 회식 횟수는 0.45회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전근대적 기업문화 원인으로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비합리적 평가보상시스템, 리더십역량 부족과 기업 가치관 공유 부재를 꼽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정시퇴근을 유도하기 위한 일제소등, 여성인재 활용을 위한 육아휴직과 보육시설 확대 등으로는 습관적 야근이나 여성근로자의 고충 등 전근대적 기업문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근인별 액션아이템을 마련해 기업문화 선진화를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한국기업의 조직엔진이 매우 낡고 비과학적이며 글로벌기업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조직운영방식으로는 저성장 뉴노멀시대 극복도, 기업의 사회적 지위 향상도 힘들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지속성장의 DNA 형성, 구성원의 조직몰입, 사회적 신뢰 확보를 위해 피처폰급 기업운영소프트웨어를 최신 스마트폰급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