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족벌경영]① 원(原) 시대 연 두산…용(容)도 아직 건재한데
  • 유재철·최형균 기자 (yjc@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16:59
  • 호수 137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세 형제·4세 사촌간 후계구조 놓고 수싸움 치열
그래픽=김재일 기자

120년 역사를 가진 두산이 재계에서 처음으로 4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박승직 창업주-박두병 초대 회장-3세 형제 경영(박용곤·박용오·박용성·박용현·박용만)의 바통을 장자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 이어 받게 됐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2일 박정원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천거하면서 경영권 승계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박용만 회장은 “오래 전부터 그룹 회장직을 승계하려 했다. 임기가 끝나는 올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승계 이유를 밝혔다.

재계는 두산이 3세 형제경영에 이어 4세 사촌경영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한다. ‘용(容)’자 돌림 형제들이 1981년부터 약 35년간 나이 순서대로 그룹 회장직을 승계했던 두산이 4세 시대에도 사촌경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산가(價) 4세들은 박정원 회장을 포함 총 9명(박혜원 두산 매거진 부사장 제외)이 그룹 계열사 주요 보직에 앉아 있다.

일각에서는 두산의 장자 승계 원칙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장자 승계 원칙이 유효하다면 ‘박정원-박진원-박태원-박서원’ 후계 구도를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정원 회장 남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2012년부터 핵심 계열사를 총괄하며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또 박정원 회장에 이어 ㈜두산 지분(3.37%)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 이에 박정원 회장 다음으로 박지원 부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세들이 주요 계열사 임원으로 포진해 있다보니 승계 과정에서 갈등과 알력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미 3세 형제 간 회장직 승계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던 두산이 4세 사촌 간에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후대에 갈수록 총수일가 수는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어 한정된 주요 계열사 핵심 보직을 두고 사촌 간 눈치보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수일가는 지주회사 ㈜두산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박용곤 명예회장 등 총수일가 33명은 ㈜두산 지분 44%(재단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 지분율은 28%다. 최고경영진은 앞으로 3년간 자기주식 15% 이상을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총수일가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재계 관계자들은 두산 지배구조는 그룹 의사결정 과정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두산은 선제적으로 대응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두산은 당시 밥캣을 인수하기 위해 차입금 29억달러를 조달했다. 최근 상환일이 다가오면서 그룹 유동성을 옥죄기 시작했다. 지금은 해체된 동양·STX같은 문제아로 지목되자 두산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위기타계에 나섰다. 밥캣 대규모 증자, 두산인프라코어 주식예탁증서(GDR) 발행, 두산중공업 상환전환 우선주(RCPS) 발행 등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신입사원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8000억원대 적자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8000억원으로 위기를 맞자 두산인프라코어는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룹 회장직에서 내려오면 통상 경영에서 손 떼는 게 관례였다. 박용만 회장은 회장직 승계 이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박정원 회장이 수렴청정의 그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아직 건재한 3세와 4세 사촌 사이에 경영권 승계구도를 놓고 눈치보기와 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