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5년 종편이 살아났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3.17 19:50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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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 채널, 위기론에도 꾸준히 성장 채널A·TV조선 첫 흑자 전환

지난 2011년 12월, 종합편성 채널(종편)이 개국했다. 방송은 조악했고, 잦은 방송 사고는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다. 시청률은 0%대에서 고전했다. 모체인 신문들은 서로 ‘시청률 1위’라며 낯 뜨거운 자화자찬식 홍보로 경쟁했다. 시사 토크쇼에 출연한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내는가 하면, 박 대통령의 예전 비키니 사진까지 공개하며 선정성 논란을 불렀다.

 

그렇게 종편은 시작할 때부터 바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디어 평론가들은 종편이 광고나 채널 편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특혜를 받고 출범했음에도 예상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고 비판하며 고사(枯死)를 예견했다. 그러나 출범 5년째, 그러한 예측은 빗나갔다. 종편은 이제 방송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주체가 됐다. 위기설의 중심에는 종편이 아닌, 종이신문과 지상파 방송이 있다.

 

서울 중구의 TV조선 사옥과 서울 종로구 채널A 사옥. ⓒ 시사저널 고성준

 


오후 시간은 일명 ‘종편타임’

 

개국 2년째인 2013년 7월, 종편은 평균시청률 1%를 넘겼다. 종편은 ‘종합편성 채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편성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초기 낮은 시청률이 이를 가로막았다. 제작비를 회수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종편은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덜 들어가는 시사 장르에 집중했다. 이 시사 장르는 종편을 대표하는 하나의 히트작이 됐다. 이제 종편에서 시사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오후 시간은 일명 ‘종편타임’이라고 불릴 정도다. 방통위의 ‘2015년 방송 매체 이용 행태’ 조사 결과, 오후 1~4시 사이 유료방송의 실시간 시청률은 지상파 시청률보다 높았다. 시사 프로그램과 뉴스쇼를 편성해 오후 시간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는 이야기다. 시청률 조사 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종편 상위권 예능 프로그램들은 최대 5%까지 시청률을 보였고, 한 종편 뉴스 프로그램은 6%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상파 3사 메인뉴스를 위협했다.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은 이에 대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방송이 커버해주지 못했던 노년층들의 정치적 요구, 시사적 욕구들을 채워주는 데 일정하게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종편의 성장은 방송 매출만 봐도 알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도 방송 시장 경쟁 상황 평가’ 보고서를 보면, 종편의 방송 매출은 2014년 4016억원, 2015년 5600억원에 이르렀다. 2012년 2263억원이던 매출액이 3년 만에 두 배 이상 껑충 뛴 것이다. 종편의 광고·협찬 매출도 20% 이상 성장했고, 광고 시장 내 점유율도 10%로 상승했다.

 

채널A와 TV조선은 지난 1월 흑자를 냈다. 출범 4년 만에 매출 1000억원 돌파와 함께 첫 흑자 전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채널A와 TV조선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37.5%, 23.5% 증가했다. JTBC 역시 내년과 내후년에 흑자 전환을 하는 것이 목표라는 입장을 밝혔고, MBN은 영업손실을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종편은 계속 변하고 있다. 적자를 벗어나거나 매출액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기존처럼 시사 프로그램만 편성하는 것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보수판 시사 채널’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중년이나 노년층에 집중돼 있는 시청자층을 넓히겠다는 포부이기도 하다. TV조선은 예능 프로그램을 늘려 전체의 30%까지 편성했다.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구성 비율을 끌어올린 주역인 송창의 TV조선 제작본부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한 상황에서, 어떤 인물을 영입하느냐에 따라 그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채널A는 <부르면 갑니다, 머슴아들>이라는 노동 예능, <개밥 주는 남자>라는 반려견 예능 등 색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시청자들을 노리고 있다.

 

 


감정적·자극적·편파적 진행 지적도

 

그러나 종편에 대해 우려 섞인 시각도 여전히 적지 않다. 종편의 시사 토크쇼는 정치와 사회문제 전문가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된다.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언어들에 대한 필터링도 없다. 등장하는 패널들의 의견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도 많다. 이런 점들이 방송법에 어긋난다고 보는 것이다. 방송에는 민주적 여론 형성과 사회 통합의 의무가 있으며,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비판이다.

 

종편 4사 전체의 심의제재 건수가 매해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무시하는 것도 문제다. 종편 4사 전체 심의제재 건수는 2012년 80건에서 2015년 192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TV조선의 법정제재·행정지도가 가장 많았는데, 2012년 23건에서 2015년 87건까지 증가했다. 또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그동안 심의한 21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1건이 종편 프로그램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널A가 4건, TV조선이 5건, JTBC와 MBN이 각각 1건씩 심의에 올랐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감정이나 편견이 개입된 용어를 사용하거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종이신문의 위기…종편 모체 신문도 빨간불 


종편이 점점 커나가면서 모체인 신문과 같은 논조를 유지하는 것이 여론 독과점 현상을 심화시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종편과 달리 종편의 모체가 되는 종이신문의 경영 상태에 전체적으로 빨간불이 들어온 것도 눈에 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간한 ‘2015 신문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종합 일간지 전년 대비 매출액은 2.85% 소폭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24.62%나 감소했다. 매출액 기준 3대 메이저 신문사인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의 매출도 1.4% 소폭 줄어들었다.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을 신문사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3년 연속 매출액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나마 종편의 모체 신문사인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매일경제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이 4개 신문사의 매출액 총합은 1조1383억원으로, 전국 종합일간지 11개사와 경제지 8개사 매출 총액 2조499억원 중 55.53%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일신문-한국일보-서울신문 순으로 전년 대비 매출액 하락 폭이 컸고, 조선일보와 내일신문, 문화일보를 제외한 나머지 신문들은 경영 상태가 흑자와 적자를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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