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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구글 입장에서 삼성·LG는 훌륭한 파트너다”

현대원 한국VR산업협회장 “VR 시장 생태계 구축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합종연횡 치열”

감명국 기자 ㅣ kham@sisapress.com | 승인 2016.03.17(Thu) 20:00:51 | 13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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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가 입력된 ‘스마트카’ 안에서 ‘VR(가상현실)’ 기기를 통해 해외 바이어와 협상하고, 결제를 ‘핀테크’로 바로 처리한 후, 이에 대한 업무보고서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작성한다. 머지않아, 아니 이미 우리 앞에 성큼 와 있는 ‘하이테크’ 시대의 모습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휴대폰, 스마트폰으로 이어져온 우리의 주력 산업은 이제 하이테크 시대에 맞춰지고 있다. 

 

지난 2월22일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2016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는 VR이 불러올 혁신적 변화를 예고했다. 삼성과 LG가 여기에 참가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리 현주소는 정확히 어디일까. 현대원 한국VR산업협회 회장(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은 “1~2년 눈치만 보고 관망하는 사이에 비록 시장 선점은 놓쳤지만,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 2월말 ‘2016 MWC’에서 삼성(기어VR)과 LG(360VR)의 신상품들이 주목받았다. 


그렇긴 하지만 이번에 출시한 것은 일종의 주변기기다. 가장 기본적인…. 따라서 그 자체가 시장 판도를 뒤바꿀 만한 혁신적인 상품이랄지, 뭐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의미를 찾는다면, 이번 MWC에서 삼성과 LG가 VR에 대해 매우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아주 적극적인 시그널을 보냈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선 이미 VR이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등장하지 않았나. 


그렇다. 2014년에 페이스북이 오큘러스(VR 기술 기업)를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글로벌 IT(정보기술) 대기업들이 VR 시장에 뛰어드는 게 단연 주목을 받았다. 사실 그 시점을 놓고 보면, 우리는 최근 2년간 액션이 거의 없다시피 한 거나 마찬가지다. 삼성이 기어VR을 (지난해 2월) 시장에 내놓았지만, 그 후속 스텝들이 보이지 않았다.

 

삼성이 타이밍을 놓쳤다는 뜻인가.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한 건 VR이 주목받는 결정적 모멘텀이었다. 주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2조3000억원을 썼네? 영상 다음엔 VR로 가는 건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세상이 이제 VR로 들어가는 건가? 그야말로 많은 예상을 가능케 했다. 그것과 연계해서 삼성이 기어VR을 내놓은 시점까지는 타이밍이 좋았다. 사실 그때 삼성이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갔더라면 지금의 VR 시장에서 삼성은 상당히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했으리라고 본다. 그런데 기어VR이 나온 이후 2015년 한 해 동안 삼성은 너무나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왜 그랬다고 보는가.


삼성 내부를 정확히 들여다보지는 못하지만 다양한 경로로 관계자들과 얘기를 해보면, 지난해까지도 삼성은 VR의 시장성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열린 시장인 건 분명한데, 지금이 우리가 뛰어들 정확한 타이밍인가에 대해서는 판단을 못한 것 같다. 물론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삼성 같은 큰 기업의 CEO(최고경영자)들은 실적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니까.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일찍 뛰어들면 망할 수도 있다. 그래도 너무 신중하게 타이밍만 잰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소 늦게 대응한 데 따른 손실이랄까, 향후 불리하게 작용할 점은 무엇일까.


올 1월 미국에 있는 게임개발자협회가 조사를 했는데, 70%가 오큘러스 기반의 VR 게임을 한다는 거다. 만약 삼성이 지난해에 좀 더 적극적으로 치고 나왔다면 기어VR을 염두에 둔 게임이 훨씬 더 많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미 사람들에겐 오큘러스가 메인 디바이스로서의 상징성을 너무 강하게 각인시켰다.

 

평소 창조적 선도경영을 강조하는 삼성 스타일은 아닌 듯하다.


최소한 공격적이진 않았다. 이 시장은 지를 때 확실하게 질러줘야 하는 시장이다. 더군다나 VR처럼 없는 세상을 새로 만들어가는 데서는 누가 공격적으로 주도하면서 시장을 밀고 나가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뒤로 물러나서 시장이 열리나, 안 열리나 간을 본 다음에 따라가서는 늦게 된다.  

 

그래도 지난 MWC에서 삼성은 주커버그를 등장시켜 이목을 끌었다. 플랫폼이 취약한 삼성의 입장에선 페이스북의 손을 잘 잡은 듯하다.


사실 주커버그 입장에서 봐도 삼성이 너무 좋은 파트너다. 페이스북 입장에선 삼성이야말로 자신들이 원하는 최적의 하드웨어 인프라를 갖춰주지만, 플랫폼으로 직접 치고 나와서 자신을 위협하는 경쟁 상대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플랫폼이 강한 애플과는 절대 손을 잡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라인업이 도니까 경쟁사인 구글 입장에선 LG를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삼성과 페이스북 조합의 견제를 위해 구글이 LG와 손을 잡는다?


LG와 구글은 이미 협업에 대해 얘기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VR은 생태계 게임이다. 하드웨어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어떻게 탄탄하게 잘 구축하느냐 하는 게임이다. 그러니까 페이스북이든 구글이든 애플이든, 또 삼성이든 LG든 누군가와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 이런 글로벌 기업끼리의 합종연횡에 따라서 VR의 지형은 굉장히 재미있게 형성될 것이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이은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을 VR이 이을 것으로 기대해도 될까.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사실 VR이 아니면 이제 소비자들이 새로운 스마트폰을 살 만한 유인책이 없다. 무슨 얘기냐 하면, 스마트폰의 화소 수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화소가 13메가, 16메가 넘어간다고 해서 고객들은 지금 쓰고 있는 멀쩡한 휴대폰 안 바꾼다. 육안으로는 차별화가 안 되니까. 영상 처리 칩 또한 HD는 되는데, UHD는 안 된다? 이런 게 실감 나게 와 닿지 않는다. 그런데 VR은 명확하다. VR이 되는 스마트폰과 안 되는 스마트폰으로 확연히 양분되는 것이다. 삼성을 예로 들면,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주력인데, 그걸 팔기 위한 수단이 지금은 다 떨어졌다. 중국의 샤오미 등 후발 주자와도 차별화가 안 된다. 그런데 VR은 소비자가 지갑을 열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다. 계속 업그레이드된 스마트폰을 팔 수 있는 유인책으로 VR만 한 게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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