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위에 선 ‘대륙의 실수’ 샤오미
  • 모종혁│중국 통신원 (.)
  • 승인 2016.03.17 20:07
  • 호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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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의문부호’ 극복할 수 있을까

2월24일(현지 시각) 오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 신제품 공개 행사장. 샤오미가 전략 스마트폰인 ‘미(Mi)5’를 처음 선보였다. 지난 2014년 7월 선보인 미4 이후 19개월 만의 후속작이었다. 휴고 바라 국제부문 부사장은 미5를 발표하면서 “중국을 시작으로 인도 등 여러 나라에서 미5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샤오미의 해외 진출 발목을 잡아온 특허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는 뜻이다.

 

미5의 스펙은 쓸 만하다. 먼저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20을 탑재했다. 4GB 램(RAM)과 5.15인치 풀HD 1080p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3000mAh 배터리, 광학식 손 떨림 방지(OIS) 기능을 탑재한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와 400만 화소 전면 카메라도 구비했다. 발표장에서 휴고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갤럭시폰과 애플의 아이폰을 비교하며 성능·디자인 등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목되는 것은 가격이다. 미5는 3월8일 중국에서 상위 버전과 일반 버전 두 모델로 출시됐다. 미5 일반 모델은 내장 메모리 용량에 따라 64GB 제품은 2299위안(약 42만6000원), 32GB 제품은 1999위안(약 37만원)이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2월24일 새로운 스마트폰 ‘미5’를 발표하고 있다. ⓒ EPA연합

 


‘미5’ 출시로 시장 장악력 높이려는 샤오미

 

그렇다면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필자는 3월1일 충칭시 다핑(大坪) 스다이톈제(時代天街)에 있는 ‘샤오미의 집’을 찾았다. 샤오미의 집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구매한 제품을 수령하거나 신제품 체험, 액세서리 구매, 애프터서비스(AS) 등을 받도록 전국 각지에 문을 열었다. 갓 출시한 미5로 인해 샤오미의 집은 ‘미팬(MiFan)’들로 북적였다. 미팬은 샤오미 상품에 열광하는 열성 소비자들을 가리킨다. 량차오하오(23)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이번에 출시된 미5를 구매하기 전 직접 체험해보고자 찾아왔다.

 

량은 “기존에 쓰고 있던 미4를 교체하려 했는데 마침 미5가 출시됐다”며 “가격이 약간 부담되긴 하지만 이 정도 스펙의 스마트폰을 2299위안에 살 수 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샤오미폰의 문제점이 개성 없는 디자인이었는데, 미5는 크게 개선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런 미팬들의 반응은 예약으로 증명되고 있다. 미5의 예약 신청자는 1600만 명을 넘어섰다.

 

최근 샤오미에는 위기의 경고음이 끊임없이 전달됐다. 외형상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지난해 샤오미는 6290만대를 판매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원래 샤오미가 목표로 했던 8000만대에는 한참 모자란다. 그 뒤를 화웨이(華爲·6290만대), 애플(5840만대), 오포(歐珀·3530만대), 비보(維沃·3510만대) 등이 이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침체기에 들어섰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 대수는 4억3410만대로 전년 대비 2.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 대수의 성장률 9.8%에도 훨씬 못 미쳤다.

 

2013년 출하 대수 5위권 안에 들었던 삼성전자, 레노버(聯想) 등은 시장에서 도태된 상태다. 이런 극적인 순위 변화가 나타난 것은 중국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인 중 경제적 여유가 있는 2030세대 여성들은 아이폰을,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1020세대 남성들은 샤오미폰을 선호한다. 이런 변화상과 더불어 중국 이동통신사업자들이 보조금을 대폭 삭감한 것도 한몫했다. 이에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업체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고가와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지만, 어느 가격대에서도 1등 상품이 없다.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부상한 업체가 화웨이다.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화웨이는 휴대폰 분야에서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그해 스마트폰 출하 대수도 300만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사실 화웨이는 이미 이동통신 장비 분야에선 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1위일 정도로 연구·개발(R&D) 능력이 뛰어나다. 또한 원천특허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각종 악재에 ‘성장’ 의문 높아져

 

반면 샤오미는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평판이 그리 좋지 않다. 이런저런 잔고장이 많아 입소문 마케팅에서 패퇴(敗退)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높은 구매력을 갖춘 2030세대 여성 소비자들이 샤오미폰을 외면하는 현실이 무엇보다 뼈아프다. 샤오미의 집을 찾은 소비자의 비율도 남성이 9할에 가까울 정도로 절대 다수였다.

 

샤오미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실패했다. 중점을 두었던 인도 진출은 노키아가 특허 소송을 제기하면서 판매량이 정체됐다. 미국 진출도 특허 문제에 발목이 잡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미5의 경우 퀄컴과 정식 계약을 맺고 수십 건의 자체 특허도 획득했다곤 하지만, 위험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샤오미는 위기를 타개하고자 스마트TV·공기청정기·생수기·드론 등 스마트폰을 벗어나 가전업체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제품에서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논란을 낳았다. 지난해 12월 ‘중국전자보’는 “공기청정기 미에어2가 국제 표준에 맞지 않는 공기청정 수치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IT(정보기술) 매체 ‘PCPOP’도 “내부 필터를 제거해 기기를 작동했는데 프로그램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샤오미는 이전에도 훙미(紅米) 노트2에 샤프 디스플레이를 쓴다고 광고했다가 품질이 낮은 톈마(天馬) 제품을 써서 스펙을 조작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현재 중국에선 샤오미가 제2의 삼성전자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샤오미는 전체 매출액의 90% 이상이 중국시장에서 나온다. 중국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샤오미는 계속 제품군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샤오미가 시장 장악력을 보이는 분야는 스마트폰뿐이다. 올해 샤오미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하고자 샤오미의 집을 20~50곳 늘릴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트업(start-up·신생 벤처기업)’ ‘기업 가치 460억 달러’ ‘대륙의 실수’ 등 각종 찬사를 받아왔던 샤오미가 앞으로도 성공 신화를 계속 쓸지, 아니면 몰락의 구렁텅이로 들어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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