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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도 인간과 사회 이해하는 틀이다"

인간 이해의 역사적 산물로 <정신의학의 탄생> 펴낸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

조철│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17(Thu) 20:30:35 | 13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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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지능지수) 테스트는 한 개인의 두뇌가 얼마나 똑똑한지 알아내는 과정으로, 직업 선택이나 진로 결정에 참고 자료로 썼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그것을 처음 개발했을 당시엔 ‘모자란 사람’만 찾아내면 그만이었다고 한다.

 

“지능 검사가 사실 머리 좋은 사람을 찾아내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지능 검사란 것을 처음 개발한 목적은 부적격자를 걸러내기 위함이었다. 대개 모든 의학·과학의 역사는 전쟁과 연관돼 있다. 군인을 징집할 때, 예전에는 아무나 뽑았는데 어느 순간 보병들도 작전을 이해해야 하고 폭탄도 던져야 하니 너무 무식한 사람들을 뽑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지능이 너무 떨어지는 사람을 가장 쉽게 골라내기 위해 만든 것이 지능 테스트다. 이것이 나중에 학교에 도입된 것인데, 인도적으로 특수한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내려고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검사를 통해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을 찾는 것은 변별력이 좋다. 반면 그 반대의 경우에는 변별력이 떨어진다. 다시 말해, IQ가 120인 사람이나 130인 사람은 비슷한데, 50인 사람과 60인 사람은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알고 있는 것이다.”

 

ⓒ 해냄 제공

 


정신의학은 모든 이의 삶과 연관된 학문

 

사회문제와 정신의학의 접점을 찾아온 건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가 200년 정신의학의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진실을 쉽게 풀어낸 <정신의학의 탄생>을 펴냈다. 정신의학은 인간의 뇌와 마음의 고장을 치료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됐다. 수많은 오해 및 편견과 투쟁한 의학자들의 치열한 연구들을 알고 나면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틀이 더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다는 게 책을 낸 취지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적 증상들이 대중에 노출되면서 정신과적 치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정신과 치료 병력이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치료제가 건강을 해친다는 등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의 벽은 여전하다. 하지현 교수는 일반인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굉장히 많다며, 광기나 미신과 분리되어 좀 더 합리적이고 유용한 과학으로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신의학의 역사를 알면 그런 것들에 대해 공정한 시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평소에 나는 ‘누가 언제부터 미쳤다는 말을 썼지?’ 하고 궁금할 때가 많았다. ‘루나틱(lunatic)’이라는 말도 있듯이 서양 사람들은 달을 보면 왜 늑대인간 혹은 미친 사람을 떠올릴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달을 보면 토끼를 떠올리는데….” 하 교수는 의학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회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현실과 앞으로 닥쳐올 미래까지 담아내 의학이 어떻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만나며, 어떻게 체계화되는지 설명한다. 정신의학이 단순히 정신병을 치료하는 전문 분야가 아니라 인류 역사와 함께한 문화의 산물로서 정상이든 비정상이든 모든 이의 삶과 연관된 학문이라는 것이다.

 

하 교수는 인간의 환경에서 적응의 문제를 보는 관점의 큰 흐름을 알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치매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노인 의료비 증가에 대한 뉴스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입원비 1위는 암이 아니라 치매다. 그 이유는 우리가 오래 살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일찍 죽었기 때문에 치매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은 오래 사는 사람이 많다 보니 치매가 굉장히 많아진 것이다. 기술이 발전해서 이제는 암도 치료하는데, 뇌가 망가져버리니 속수무책인 상황에 빠지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이다.”

 

“일상의 불편·괴로움까지 질환으로 봐서야…”


하지현 교수는 왜 식이장애가 현대 사회에 만연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설명한다. “1940년대 이후 서구 사회의 ‘날씬함에 대한 추구’가 폭식증과 거식증이 정신질환으로 자리 잡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날씬함은 독립성·자율성·절제의 상징처럼 인식되었고, 완벽한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위해 지난하게 투쟁하며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왜곡하고, 살찌는 것에 대한 병적인 공포심이 생긴다. 그래서 항상 먹는 것을 생각하는 과민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굶고 억제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억제를 감당하지 못하고 폭식의 방아쇠가 당겨진다. 그 폭식을 감당하지 못하기에 먹은 음식을 게워내고 그에 대한 죄의식이 악순환을 이루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것도 있다. 분명히 소심함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사람들을 사회부적격자로 보기 시작한다. 그러자 한쪽에서는 자기계발을 통해 이 문제를 풀고자 하고, 한쪽에서는 이것을 병이라고 보고 우울증 약을 통해 그 병을 극복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마케팅을 펼친다. “분명히 어떤 사람들에게는 있을 수 있는 긴장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병이 있다는 식으로 이를 방어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생기게 됐다. 일상에서 생기는 불편·괴로움이 주요 질환으로 인식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우려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사회의 개인주의·신자유주의·자기계발 열풍이 의학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것이 그 후 우리나라에도 등장한 것이다. 그런 개념이 머리에 들어가면서, 내가 괴로운 이유는 질환이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됐다. 이것은 한국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가 흘러가면서 나타날 수 있는 어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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