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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중공업 간부 ‘황제 골프·성접대’ 파문

“나는 현금이 좋다”...협력사 대표에게 뇌물 및 성상납 요구

박성의 기자 ㅣ sincerity@sisapress.com | 승인 2016.03.24(Thu) 17:13:04 | 1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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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시사비즈

현대중공업 간부들이 뇌물을 제공한 협력사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성(性) 접대 등 온갖 향응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중공업 협력사 대표들은 “2년 전부터 현대중공업 부장단에 성접대를 해왔다”며 “현대중공업 차장급 간부 수명에게는 주기적으로 뇌물을 상납했고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골프채까지 줬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현대중공업은 뒤늦게 사태수습에 나섰다. 비리혐의가 불거진 간부는 골프채를 돌려줬고 사측은 자체 내부감사에 나섰다. 이미 지난달 현대중공업은 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비리자진신고를 받은 적이 있지만 이 같은 사건을 적발해내지 못했다. 

협력사 대표들은 현대중공업 비리에 고위 간부까지 연루돼 있다고 밝히고 있어 파문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황제골프부터 풀살롱까지...“현대중 간부 왕노릇했다”

현대중공업 의장부문 부서장인 J부장은 지난해 협력사 대표 H씨에게 전화해 술값 대납을 요구하고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풀살롱 접대’를 강제했다. H씨는 J부장의 요구가 점차 노골적으로 변해갔다고 말한다.

H씨는 “접대는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다. 주기적이고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자신이 먼저 술집에 가서 술을 먹고 새벽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러면 자다가도 달려가 돈을 내줘야했다”며 “부장이 성매매 여성과 모텔로 들어가는 것까지 보고 돈을 지불하고서야 집에 올 수 있었다. 굴욕적이었지만 거래가 끊길까 두려워 접대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2014년 현대중공업 하계휴가 기간에는 외업부문 전장공사과 간부 2명과 운영과 간부 등이 협력사 대표 N씨에게 해외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N씨는 현대중공업 간부들과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동남아로 이동했으며, 현지에서 향응을 제공했다. 낮에는 골프를 치고 저녁에는 룸살롱을 가는 이른바 ‘황제골프 접대’였다. 5일에 걸쳐 향응비만 간부 1인당 400만원 이상 썼다. 

이밖에 드릴쉽의장부 소속 I차장은 매달 협력업체를 돌며 “본사에 FM(정석)대로 잘 하고 있다고 말해주겠다”며 100만원 상당 상품권을 받아 챙겼다. 외업부문 L부장은 협력업체로부터 수차례 성접대를 받고 500만원 상당의 골프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L부장의 경우 명절 소고기를 들고 찾아간 협력사 간부에게 “나는 현금을 좋아한다”며 노골적으로 상납을 요구하기도 했다.

◇ 성접대 주지역 ‘정동로 76번길’ 

23일 울산광역시 남구 삼산동에 위치한 정동로 76번길. 협력업체 대표들은 이곳 유흥업소에서 접대가 주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 사진=박성의 기자

현대중공업 성접대가 이루어진 곳은 울산광역시 남구 삼산동에 위치한 정동로 76번길이다. 이 일대는 술집, 안마시술소, 룸살롱, 모텔 등이 밀집한 지역이다. 특히 이 지역에는 1층은 일반음식점 2층은 룸살롱 형태의 상가가 즐비했다. 협력사 대표들은 이런 형태의 상가가 접대 주장소로 활용됐다고 말한다.

성접대는 수요일과 금요일에 집중됐다. 현대중공업은 매주 수요일을 '문화·가정의 날'로 지정해 임직원이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퇴근해 동료, 가족과 취미, 문화생활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몇몇 간부들이 이 날을 악용해, 이른 시간부터 향응을 즐겼다.

지난해 폐업한 협력사 전 대표 K씨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은 삼산동 일대 유흥가의 대목이다. 현대중공업 간부들은 이 일대 귀빈(VIP)로 통한다. 그들이 있는 자리에 항상 협력사 대표들이 있기 마련이고, 보통 한 번 접대하면 수십에서 수백만 원씩 쓰고 간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산업재해 은폐와 뇌물수수 사실을 고발하겠다며 자수 형태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이재왕 전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 대표는 현대중공업 간부 비리가 매우 조직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협력사 대표 10명 중 7명은 접대했다고 보면 된다. 현대중공업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지만 매우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비리다. 본청 간부들은 기성을 미끼로 뇌물을 요구했다. 수년에 걸쳐 너가 하는 것에 따라 5억원을 줄 것도 5억5000만원으로 늘려줄 수 있다는 식으로 협박했다”고 말했다.

◇ 현대중공업 내부감사 들어가 

익명을 요구한 협력사 대표가 2012년 작성한 뇌물장부. 장부에는 2명의 간부에게 주기적으로 300~500만원씩 상납했다는 내용이 적혀있으며 간부 2명 중 1명은 뇌물수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 해고됐다. / 사진=박성의 기자

본지가 입수한 현대중공업 비리 명단에는 현대중공업 부장 2명, 차장 3명, 기장 2명 등 실명이 적혀있다. 명단을 작성한 건 2012년부터 접대해왔다는 협력사 7곳의 대표다. 한 협력사 대표는 2012년 자기 수첩에 적은 간부 2명에 대한 구체적인 향응 내역을 공개했다.

이중 부장 1명은 현대중공업 자체 조사 결과 뇌물 수수 등 혐의로 대리 1명과 함께 징계·해고됐지만 또 다른 간부는 통장거래 내역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현직에 있는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9일까지 비리 자진 신고제를 실시, 자진 신고 기간이 지난 후 비리 적발시 중징계 및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 기간 자진신고 건수는 전무했다. 결국 협력사 대표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취재가 시작돼서야 이번 주부터 내부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외업부문 L부장은 자신이 받았던 골프채를 다시 돌려주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관련자들 통장내역 등을 확인하고 대면 또는 서면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관련자들이 혐의를 인정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달 비리 자진신고 기간을 설정하긴 했지만, 비리에 관해서는 상시감시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내부 감사 등도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감사 과정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임직원에 대한 비리 척결 의지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폭로의 시발점이 된 이재왕 전 대표를 비롯한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대표 대책위원회를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 1억원을 연대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로 나선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 간부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다.

◇ “비리폭로, 빙산의 일각이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대표 대책위원회는 이번에 드러난 현대중공업 비리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한다. 과거 뇌물을 수수했던 차장, 부장급 간부 중 일부가 상무와 전무 등으로 진급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간부가 산업재해를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뇌물을 주고받은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간부들의 비리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왕 대표가 협력사 대표들의 증언과 자신의 진술을 들어 지난달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지만, 성매매나 뇌물수수 모두 현금거래로 이루어져 통장 거래내역 등을 통해 증빙이 불가하다. 상납도 컨테이너박스 등에서 이루어져 CCTV 등의 영상을 확보할 수 없었다. 또 몇몇 협력사 대표가 용기를 내 진술을 한 상태지만, 정작 수사가 시작되면 입을 닫는 대표들도 부지기수다.

대책위는 최근 들어 양심선언에 동참하겠다는 협력사 대표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과거 원청의 보복이 두려워 쉬쉬하던 현대중공업 협력사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자신들의 폭로가 변화를 이끌어낼 때까지 양심선언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김종이 협력사대책위 본부장은 “처음에는 기성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덮기에 급급했다. 시위하는 이유는 듣지 않고 자신들 명예를 훼손했다며 대형 로펌을 내세웠다”며 “대기업과 싸우며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대책위는 이제 현대중공업 갑질에 피해를 입은 이들의 신문고가 됐기에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는 현대중공업이 망하기를 원치 않는다. 미래에 더 나은 기업으로 다시 서기위해서는 적폐를 끊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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