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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류 수평선 끝에 드리울 검은 먹구름”

국내외 인공지능 분야 대표적 석학, 크리스토프 코흐 앨런뇌과학연구소장·최승진 포스텍 교수 인터뷰

윤민화 시사비즈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24(Thu) 21:04:27 | 1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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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사(社)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한국 사회에 ‘스푸트니크 충격(Sputnik Shock)’에 견줄 만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소련(지금의 러시아)이 1957년 10월4일 미국보다 앞서 인류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자 당시 미국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이른바 스푸트니크 충격이다. 알파고가 인간 대표 이세돌 9단과 벌인 바둑 다섯 번의 대국에서 4-1 완승을 거두자 한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가장 어려운 보드게임이라고 평가받는 바둑에서 인간계 최고수를 간단히 제압한 인공지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이번 대국을 계기로 인공지능에 관한 윤리적 이슈를 정리하고 지혜로운 인공지능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사저널의 디지털 경제매체인 ‘시사비즈’는 국내외 인공지능 분야의 대표적인 석학 2인에게 인공지능의 현황과 지혜로운 이용 방안에 대해 물었다. 해외 석학으론 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뇌과학과 교수이자 앨런뇌과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토프 코흐 교수를, 국내에선 최승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24쪽 상자 기사 참조>를 각각 인터뷰했다.

 

크리스토프 코흐 교수 ⓒ 시사저널 임준선

세계적인 선구적 신경생물학자인 코흐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향후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며 “인간은 초(超)지능 기계장치를 다룰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코흐 교수는 지난해 11월 시사저널과 시사비즈가 국내에서 최초로 개최한 ‘AI(인공지능) 컨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다음은 코흐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알파고의 승리가 인공지능 분야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알파고 기술을 다른 게임에 적용하면 인공지능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알파고는 체스 챔피언 ‘딥블루’와 다르다. 딥블루는 체스 게임만 하지만 알파고는 비디오게임 등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알파고는 자가 학습을 통해 자신과의 대결만으로도 앞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다. 알파고는 범용 인공지능이므로 다른 영역에 활용하면 인공지능 기술 발전을 크게 앞당길 것으로 본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나.

 

어떤 원칙이나 규정도 인간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의 출현을 막을 수 없다. 공적 연구기관이나 민간기업 소속 공학자들은 더 똑똑한 기계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연구자는 특정 연구 주제에 빠지면 오로지 어떻게 연구 실적을 만들어낼지에만 몰두한다. 인공지능도 시행착오나 자기 코드 프로그래밍을 통해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 알파고는 자가 학습을 통해 아주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지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이 사실이 인공지능 설계를 방해한다. 인간의 무지 탓에 강력한 인공지능이 언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 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전문가 대다수는 지금 같은 흐름이 지속한다면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강력한 기계가 등장한다고 믿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할 만큼 똑똑해지지 않아도 인간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복잡한 수식 계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한 인공지능만으로도 전쟁이나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을 헤지(hedge·위험 분산)함으로써 수십억 달러를 쉽게 벌어들일 수 있다.


인간 뇌를 모방한 인공두뇌 개발은 가능한가.

 

이론상으론 인간보다 똑똑한 인공두뇌를 만들 수 있다.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원칙은 없다. 인간이 지구에 범하는 온갖 만행을 봐라. 인간은 똑똑하지만 멍청하기도 하다. 지능은 주관적 경험이나 의식과 다르다. 지능은 추론, 계획, 학습, 적응,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일컫는다. 원론적으로 기계는 언젠가는 인간의 의식을 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컴퓨터로는 불가능하다.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질 수도 있을까.


인공지능은 의식을 가질 수 없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딥러닝 알고리즘에선 일말의 감성적 요소도 찾을 수 없다. 인간의 의식에 의거한 행동들도 따라 할 수 없다. 현존하는 의식 이론 모델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딥러닝 기술 연결망들이 의식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인공지능은 예술을 감상하거나 창조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석양을 보고 놀라지도 않는다. 인공지능은 미완성된 외계 생명체처럼 차가운 지능체다. 딥마인드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는 “딥마인드 알고리즘은 자체 시스템 결함들을 가차 없이 찾아내는 자동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자동화 알고리즘 기술은 구글의 자율주행차, 금융 거래 등에서 널리 쓰인다. 인공지능은 역사상 최초로 지능과 의식을 분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인공지능이 향후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나.

 

동의한다. 인공지능과 관련해 심각한 문제가 많다.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인간은 지능·초(超)지능 기계장치를 다룰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계속 학습하며 똑똑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류 수평선 끝에 드리울 검은 먹구름일 수 있다. 어쩌면 인간의 마지막 창조물일지 모른다.

 

 

“인공지능이 인류 멸망 가져오려면 기술력이 엄청나게 더 진보해야”  
최승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 인터뷰


최승진 교수 ⓒ 시사비즈 제공

최승진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인류의 멸망을 가져오려면 기술력이 엄청나게 진보해야 한다”며 “지금 기술력으로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길 것으로 생각했나.


당초 인간이 이길 것으로 봤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알파고는 이기기 위해 설계됐다. 착점(着點)할 때마다 경기 끝까지 내다본다. 기계는 변칙수나 비틀기에 당황하지 않는다. 바뀐 상황 속에서 이기기 위한 최선의 수를 찾아간다. 이번 경기를 계기로 기계가 다양한 수에 대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알파고가 인공지능 연구에서 가지는 함의는 무엇일까.


알파고의 승리가 학문적으로 큰 발전은 아니다. 다만 다수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고 본다. 젊은 학생들이 이 분야 공부를 더 많이 시작할 수 있는 계기도 될 듯하다. 연구자가 좋은 연구 결과를 발표해도 대중이 유용성을 찾지 못하면 쓸모없다. 이번 경기는 이벤트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이런 작은 결과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다.

 

알파고가 더 발전한다면.


알파고가 앞으로 영상 인식, 음성 인식 기술까지 탑재한다면 상대방의 표정·행동까지 읽을 수 있게 된다. 딥러닝 기술 중 영상·음성 인식 기능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1~2년 사이 성능도 굉장히 좋아졌다. 제프리 힌튼 토론토 대학 교수는 딥러닝계의 선구자다. 힌튼 교수의 제자·동료들이 딥러닝 연구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알파고에 이들이 개발한 인공신경망 기술이 탑재되면 대결 상대에 대한 감정 인식이 충분히 가능해진다. 기존 플랫(flat) 혹은 샐로(shallow) 머신러닝은 깊이 계산하지 못했다. 굉장히 복잡한 계산을 한 번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딥러닝은 이 계산을 여러 단계로 나눈다. 사람의 뇌가 인식하는 과정을 모방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현재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on network)은 1980~90년대와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 계산 속도가 빨라졌을 뿐이다. 수십 년간 분석해야 할 양을 1시간 내에 처리할 수준까지 올라왔다. 데이터 양도 크게 늘어났다. 1990년대 후반 구글이 출현하면서 데이터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통해 데이터를 크게 확보했다. 구글은 딥마인드 외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다른 딥러닝 기업들도 인수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딥러닝의 발전 속도는 어떠한가.


사실 딥러닝이 이만큼 발전할지 몰랐다. 딥러닝 같은 프로그램은 이론적 분석이 어렵다. 분석 방법이 지나치게 무작위하다는 뜻이다. 1980~90년대에도 뉴런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가 금방 사라진 적이 있다. 가이드가 없었던 탓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지난 1~2년간 예상을 훨씬 웃도는 성과를 냈다. 기술이 발전하면 많은 연구자가 해당 분야에 뛰어든다. 같은 기술을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하다 보면 새 이론이 나올 확률도 높아진다.

 

인공지능이 인류 종말을 가져온다는 주장에 동의하나.


인공지능이 인류의 멸망을 가져오려면 기술력이 엄청나게 진보해야 한다. 지금 기술력으로는 상상하기 힘들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온다고 주장하는 스티븐 호킹 물리학 박사, 엘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주 등은 인공지능 전문가가 아니다. 연구 현실을 알면 그런 가정이 어렵다는 걸 알 것이다.

 

인류가 인공지능을 지혜롭게 이용할 방법은 무엇일까.


머신러닝(기계학습)에선 귀납적 추론(inductive inference)이 중요하다. 앞으론 방대한 데이터를 일반화하는 규칙을 찾는 데 컴퓨터가 인간보다 능숙할 것이다. 이런 기능을 헬스케어·기후변화 같은 분야에 적용하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많은 이가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를 우려한다. 사회학·법학·인지심리학·뇌과학·교육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인공지능의 윤리 이슈를 함께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본다.

 

국내 인공지능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선진국과 비교해 얼마나 뒤졌는지 추정하기 어렵다. 국내 연구가 앞서 있는 게 아닌 건 분명하다.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길어봤자 30년이다. 연구 역사가 오래된 미국·유럽 등과 비교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다만 국내 연구 수준은 굉장히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 10년 내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인공지능은 기초 연구가 가장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창의적 교육이 필요하다. 바로 수학 교육이다. 한국 학생 대다수는 수학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프로그래밍 기술은 나중에 배워도 된다. 수학을 잘해야 나중에 가서도 경쟁력이 생긴다. 소수 인재만으로도 특정 분야가 크게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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