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영업·위약금·로열티 과감히 없앴다”
  • 김지영 시사비즈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24 21:23
  • 호수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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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행복 꿈꾸는 편의점업계 이단아, 윤명규 신세계 위드미 대표 인터뷰

바야흐로 편의점 전성시대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편의점만 성업 중이다. 1인 가구와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꼭 필요한 품목만 소량 매입하는 소비문화가 확산된 영향이 크다. 그러다 보니 자고 나면 편의점이 새로 생긴다는 말까지 나온다. ‘유통공룡’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3년 12월 위드미를 인수하며 뒤늦게 편의점업계에 뛰어들었다. 현재 국내 편의점 시장은 BGF리테일 ‘CU’(9468개), GS리테일 ‘GS25’(9395개), 롯데 ‘세븐일레븐’(8100개)이 삼분하고 있다.

 

윤명규 위드미 대표는 2014년 말 취임했다. 그는 신세계그룹 기업윤리실천사무국 임원, 이마트 물류담당 상무를 지내 편의점 사업에 적합한 인물로 꼽혔다. 그가 취임하면서 위드미는 틀에서 벗어났다. 상생 편의점을 표방하고 24시간 영업, 위약금, 로열티 등을 없앴다. 편의점주들은 ‘3무(無)’를 표방한 위드미 정책에 호응했다. 위드미는 지난해 말 1000호점을 돌파했다. 올 2월말 기준으로는 1170개 점포가 문을 열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윤명규 대표는 9인승 카니발을 타고 다닌다. 대표이사에 어울리는 고급 세단 차량을 버리고 밴을 택했다. 지방 곳곳을 다니며 점주를 만나다 보니 고속도로 주행이 용이한 차량을 택한 것이다. 차 내부를 개조해 TV도 걸었다. 차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뉴스·영화 등 프로그램을 본다. 3월18일 오후 2시 서울 성수동 소재 위드미 본사 대표이사실에서 윤명규 대표를 만났다.

 

최근 편의점 업황은 어떤가.

 

편의점산업은 호황이다. 전망도 밝다. 국내에서 편의점 사업은 1980~90년대에 시작됐다. 25년가량이 흐르는 동안 수차례 성장의 기회를 맞았다. 편의점업계는 경제가 어려워질 때마다 성장의 변곡점을 맞았다. 2005~06년 카드대란, 2010년 세계 경제위기 등이 편의점업계엔 오히려 기회였다. 전체 점포 수가 2005년 1만개에서, 2011년 2만개, 그리고 지난해에 3만개를 넘어섰다. 경제와 사회가 어려울 때마다 편의점이 성장했다. 자영업자가 많아지는 시기에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업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1인 가구 증가,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고령화 진행 등 사회적 분위기는 편의점 사업에 긍정적이다.

 

편의점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있다.

 

점포별 차별화 전략이 없다 보니 나오는 지적이다. 편의점은 점포마다 근거리에 있다 보니 사업 모델, 상품 구성 등이 똑같다면 업체별 차이가 별로 없다. 지금 3만개 점포가 차이점 없이 골목마다 들어서다 보니 시장이 꽉 찬 듯이 보일 수 있다.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편의점업체들과 점주들이 점포별 차별화를 꾀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 ‘빅3’ 업체에 도전하는 위드미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기존 편의점업계 ‘빅3’는 점포 수익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받는다. 점주에게 하루 24시간 영업을 강요한다. 점주가 계약을 해지하려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위드미는 3무(無) 정책을 채택했다. 위드미는 24시간 영업, 위약금, 로열티를 모두 없앴다. 로열티 대신 일정 회비만 매달 받는다. 영업 시간도 점주가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또 계약해지 시 점주는 위약금을 물지 않는다. 위드미는 점주를 1차 고객으로 생각하고 점주 위주의 사업을 전개한다는 전략이다. 관행이나 사업 한계를 해소하는 사업 모델이 되리라 기대한다. 또 상품 차별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껏 편의점은 ‘나 홀로 남성’이 주 소비자였으나, 최근 여성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런 경향을 반영해 커피, 디저트 상품, 신선 식품을 편의점에 맞게 상품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출점 속도는 어떤가.

 

사업 초기에 조급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위드미 점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규모가 커져야 한다. 일정 점포 수에 미달하면 수입·국산 담배나 주류 등을 공급하기 어렵다. 그러면 매장에서는 결품이 생긴다. 따라서 사업 초기엔 점포 수 늘리기가 시급했다. 일각에선 출점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위드미는 편의점 사업을 개시한 지 1년 6개월 만에 1000개 점포를 돌파했다. 다른 편의점업체들이 1000개 점포를 돌파하는 데 10여 년 걸렸다. 이것과 비교하면 위드미는 비교적 출점 속도가 빠르다. 점주들 다수가 위드미의 상생사업 모델과 3무 정책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위드미라는 이름만 내세우다 보니 신세계 계열사라는 점이 잘 부각되지 않는데.

 

이름만 내세우기보다 내실을 채우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신세계 계열사임을 내세우면 마케팅과 광고하기엔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신세계가 편의점 사업을 한다고 해서 가봤더니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면 안 된다. 이에 따라 일단 내부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에 걸맞은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다만 노브랜드, 피코크, 자주 등 이마트 프라이빗브랜드(PB) 상품을 위드미 점포에서도 팔고 있다. 서로 다른 채널 간 교차 판매를 통해 고객 저변을 넓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양사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부분이다.

 

최고경영자로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월 회비제, 영업시간 선택제, 위약금 폐지 등 상생형 편의점 모델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외부적으로는 1차 고객인 점주들과 소통을 늘리며 제품의 내실을 다지고자 한다. 내부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늘리면서 회사 고유의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후발 주자로서의 한계를 빠르게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 상다수가 위드미의 성장성과 미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겸손한 마음으로 선발 업체들을 보면서 배우고 있다.

 

끝으로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행복이다. 자기만의 이기적 행복보다 더 넓은 개념의 행복을 그리고 싶다. 베이비붐 세대의 내 동년배들은 이제 직업이나 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요즘 청년들 형편은 베이붐 세대보다 결코 낫지 않다. 그런 분들이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다. 이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위드미가 성장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상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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