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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없는 ‘독일대안당’의 위험한 대약진

이슬람 혐오 부추긴 독일대안당, 지방선거 의회 진출

강성운 독일 통신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24(Thu) 21:26:05 | 1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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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3일 독일의 3개 주(州)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2013년 창당한 독일대안당(AfD)이 바덴-뷔르템베르크, 라인란트-팔츠, 작센-안할트 등 3개 주에서 모두 의회 진출에 성공하면서 파란을 일으킨 것. 하지만 신생 정당의 대약진에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독일어협회(GfdS)는 매년 그해의 사회상을 잘 반영하는 단어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다. 2010년에는 ‘부트뷔르거(Wutburger)’, 우리말로 ‘분노한 시민’이라는 뜻의 신조어가 뽑혔다. 이 단어를 유행시킨 시사주간지 ‘슈피겔(Spiegel)’의 디어크 쿠어뷰바이트 정치주간은 에세이를 통해 “분노한 시민은 정치뿐만 아니라 내적으로도 중립, 즉 여유와 침착함을 지킨다는 전통에서 벗어난다. 그는 야유하고 소리를 지르며 증오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노후의 불안을 느끼게 된 시민계급이 정치에 불만을 품고 거리로 몰려나온 당시의 사회상이 반영된 단어가 바로 ‘부트뷔르거’였다.

 

유권자의 ‘분노’를 등에 업은 독일대안당(AfD)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독일대안당 프라우케 페트리 총재가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 AP 연합

 


분노한 시민, 독일대안당 만들다

 

분노한 시민은 이후 선거철마다 ‘이변’을 일으켰다. 기성 정치와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이 깊어지면서 기독민주연합(CDU)과 사회민주당(SPD), 자유민주당(FDP)의 3강 체제가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2011년 보수 성향이 강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독일 역사상 최초로 녹색당 출신의 주 장관이 탄생했을 때도, 같은 해 해적당이 여러 주 의회에 입성했을 때도, 2013년 FDP가 2차 대전 종전 후 최초로 연방의회 진출에 실패하면서 추락했을 때도 그 배경으로 분노한 시민들이 지목됐다.

 

그런데 유로존 위기와 난민 정국을 거치면서 분노의 양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기성 정치인과 금융권을 향하던 분노가 외국인 혐오 정서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2013년 4월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 유로존 위기 국가에 대한 지원 반대를 내건 AfD가 세워졌다. 독일대안당의 이름은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서 유래했다. 그리스 재정 위기 당시 “(나의 해법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며 반대 의견을 일축하자 분노한 시민들이 ‘대안’을 찾아 나선 것이다. 분노를 넘어선 혐오를 원동력으로 삼은 문제적 정당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3월14일 독일 베를린 지방선거 결과를 접한 독일대안당 지지자가 환호하고 있다. ⓒ AP 연합

 


우경화할수록 공고해지는 독일대안당 지지층

 

AfD는 처음부터 극우주의 정당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시민계급의 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과거 네오나치 정당인 독일국가민주당(NPD)에 몸을 담았던 이들이 AfD에 가입하거나 고위 AfD 당원이 극우파의 행사에 모습을 비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AfD와 극우파의 불명확한 경계는 당내에서도 갈등의 원인이 됐고, 급기야 지난해 7월에는 베른트 루케 총재가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방송에서 난민을 ‘사회복지 시스템의 찌꺼기’라 부르던 그가 “당이 자유주의와 개방이라는 애초의 목표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할 정도로 AfD의 급격한 우경화가 진행됐다.

 

당에서 유일하게 전국적으로 얼굴이 알려졌던 루케의 탈당으로 AfD는 위기를 맞은 듯했다. 게다가 메르켈 총리를 필두로 “이슬람국가(IS)로부터 도망쳐 온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AfD의 혐오 선동은 잠시 주춤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AfD에 뜻밖의 ‘호재’가 찾아왔다. 바로 2016년 새해 첫날 쾰른과 함부르크, 슈투트가르트 등 독일 대도시에서 벌어진 대규모 성폭력 사건이다.

 

이 소식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메르켈의 난민 포용 정책에는 실패의 낙인이 찍혔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교를 믿는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반감이 급격히 커지면서 AfD의 지지도는 9~15% 이상 폭등했다. 이 정당의 지지도가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AfD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피해 여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무차별적으로 퍼뜨렸고, “흑인 난민이 금발 독일 여성을 추행한다”는 혐오 선동을 벌였다. 성폭력 피해 여성이 겪을 2차 피해는 관심 밖의 일이었다.

 

이슬람 혐오 정서를 부추겨 톡톡히 재미를 본 AfD는 점점 과격한 수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2월에는 프라우케 페트리 AfD 총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사시에는 총기를 사용해서라도 난민이 국경을 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말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페트리 총재는 문제가 된 표현을 취소했지만 그녀의 지지자들은 오히려 환호했다. 지방선거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었다.

 

처음 지방선거에 참여한 AfD는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15.1%, 라인란트-팔츠에서 12.6%의 지지를 얻으며 제3당으로 깜짝 등장했다. 심지어 옛 동독 지역에 속하는 작센-안할트주에서는 무려 24.2%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SPD와 좌파당을 밀어내고 제2당의 자리를 차지했다. 2차 대전 이후 독일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독일의 선거 전문 여론조사 기관인 인프라테스트 디마프(infratest dimap)의 분석에 따르면, AfD는 ‘비(非)투표자’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끌어왔다. 즉, 선거에 무관심했던 유권자가 현재 정치에 대한 반발심으로 AfD에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3개 주의 투표율은 2011년에 비해 적게는 4%에서 많게는 10%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독일대안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유권자들은 이 정당이 난민 문제라는 의제를 장악하고는 있으나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없다고 본다. 또한 당의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서도 기성 정당이 0~1점을 받은 반면 AfD는 -2~-3점을 받았다. 즉 유권자들도 AfD가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 당을 기성 정당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정치에 대한 환멸과 분노 때문에 표를 던졌다는 말이다.

 

독일대안당은 시민들에게 대안 대신 혐오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판을 벌였다. 혐오를 지지율로 흡수하면서 성장한 셈이다. 이런 수법은 최근 미국과 한국에서도 부쩍 눈에 띈다. 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극우’의 바람이 유행처럼 전 세계에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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