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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의 음식인류학] “O형이라고? 과일이 잘 맞겠네”

음식에 대한 기호와 혈액형의 상관관계

이진아 | 환경·생명 저술가 ㅣ . | 승인 2016.03.24(Thu) 21:36:00 | 1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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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되는 주제 중 하나가 혈액형이다. 정말 혈액형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다른 걸까? 성격도 성격이지만, 혈액형별로 음식 소화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살펴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주장이 있다. 처음 이런 주장을 내놓은 이는 미국 내과전문의 다다모 박사(Dr. Peter D’Adamo)다. 그는 <혈액형 식이요법 백과사전>(Blood Type Diet Encyclopedia, 1996)이라는 책을 통해 각 혈액형이 발달해온 인류학적 배경을 설명하면서 혈액형에 맞는 음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설명한다.

 

원시시대에 원래 인간은 모두 O형이었다고 한다. 이때 가장 흔한 식물성 먹거리는 산딸기·오디 등 야생에서 채취한 알칼리성 과일과 들소·사슴 같은 야생 육류, 그리고 굴·조개 등 해산물이었다고 한다. 원시인들은 주로 바닷가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곳에서 경작하는 것이 아니라 야생에 흩어져 있는 것을 채취해야 했기 때문에 근육을 많이 쓰면서 살아야 했고, 먹잇감이 자연에서 무상으로 주어지므로 어느 누구의 것으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어서 함께 잡거나 따서 함께 나누어 먹었다. 이런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수렵채취인’(hunter-gatherer)이라고 한다.

 

농사의 시작으로 등장한 혈액형 돌연변이


수렵채취인인 O형은 비교적 골격이 크고 근육의 힘이 강하며 몸을 많이 써도 잘 지치지 않는 방향으로 발달해왔다. 또한 내 것 네 것 따지기보다는 공동체 지향적인 방향으로 성격이 발달했다. 과일·견과류·쇠고기·해산물 등을 좋아하며 잘 소화시키는데 이런 먹거리들은 대개 알칼리성이어서 O형의 위장 내부는 강한 산성을 띠어 중화시키도록 발달해왔다.

 

ⓒ 시사저널 포토

 

지상의 인구가 점점 증가하자 살기 좋은 터전은 점차 포화상태가 되어갔다. 주변의 자연에서 먹을 것을 구하는 일이 어렵게 되자 인간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근대 이후 많은 역사가가 농업의 시작을 ‘진보’로 여겨왔지만, 요즘 인류학자들이나 인류학적 역사학을 하는 사람들은 농업을 오히려 먹거리 공급 방식의 ‘쇠퇴’로 본다. 생태계에서 제공되는 것을 채취하기만 하면 되었던 원시시대가 끝나고 고생하면서 밭을 일구어야 먹고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렇게 정착해서 집중적으로 먹거리를 재배하는 일이 점점 지구상에서 확대되면서 혈액형에서도 새로운 돌연변이가 등장했다.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며, 꼼꼼하고 반복적인 작업에도 싫증을 내지 않는 인내심을 갖추고, 사람보다는 자연을 상대로 살기 좋아하는 유순한 성격과 자기 손에 들어온 것을 차곡차곡 모아놓기를 잘하는 성격을 갖춘 사람이 더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되어 자식을 많이 낳게 된 것이다. ‘농부’에 알맞도록 발달한 성격을 갖춘 A형이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A형은 근육의 힘이 비교적 강하지만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자신의 자산을 축적하는 데 쓰는 편이다. 정주(定住)생활에 맞추어 먹거리에도 변화가 생겨 집중 재배하기 쉬운 곡식과 채소, 길들이기 쉬운 소형 동물(돼지·닭 같은 가축)을 주로 소비하게 되고, 해산물보다는 민물고기를 더 많이 먹게 되었다. 이런 먹거리들은 약산성이기 때문에 A형의 위장 내부 산성도는 낮아지게 되었다. 따라서 강한 알칼리성인 야생의 음식을 잘 소화하지 못하게 되었다.

 

점점 더 인간의 수가 늘어나자 인간이 먹거리를 구하기 쉬운 곳에는 더욱 많은 인간이 살게 되어 농사로 먹거리를 대는 일조차도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되었다. 우리나라같이 표토층(表土層) 흙먼지가 충분히 공급되는 생태계에서는 토양이 잘 침식되지 않지만, 대개의 경우 얼마간 경작해서 먹은 밭은 지력(地力)이 떨어지고 토양이 침식되어 농사가 잘되지 않는다. 곡식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자잘한 풀만 자라게 되면 이제 양이나 염소 같은 가축을 치게 된다. 그조차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그곳을 떠나 먹고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유목민’의 특성을 가진 B형이 생겨나는 것이다.

 

AB형이 현대 사회의 특성에 가장 잘 적응


유목민으로서 성공하려면 몸이 가벼워 쉽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직접 채취하거나 경작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근육의 힘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눈치가 빨라야 한다. 자기네 터전을 떠나와서 더부살이를 하거나 침략하는 경우가 많았을 테니까. 처음에는 상대방을 잘 살피다가 기회를 봐서 함께 묻어가든지 아니면 상대가 약한 틈을 타서 자기 세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지략이 뛰어나고 주변 사람을 잘 아우르며 상황의 변화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강한 성품인 사람이 성공하게 되고 자식도 많이 낳게 되므로 그런 성격으로 정착해온 경향을 보인다.

 

생활의 변화는 먹거리의 변화도 가져온다. 빨리 황폐해진 생태계에서는 갯벌도 쉽게 오염되므로 갯벌 생태계가 빈약해지고, 오히려 배를 이용해서 낚시하는 기술이 발달하므로 깊은 바다 생선을 많이 먹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B형은 참치 같은 깊은 바다 생선은 잘 먹지만 갯벌에서 나는 해물 종류는 잘 소화시키지 못한다. 삼림이 풍부한 지역에 살지도 않았을 테니 견과류나 야생 과일을 소화시키는 건 어려워도 메밀이나 옥수수처럼 약간 손상된 생태계에서도 잘 자라는 곡식 종류는 잘 먹는다. 물론 유목생활의 동반자였을 염소나 양 같은 가축의 고기나 젖, 그리고 그 젖이 발효된 요구르트나 치즈 같은 것도 잘 먹는다.

 

AB형은 인간이 밀집해 살고 도시를 형성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먹거리에 관해서는 A형의 특성과 B형의 특성이 혼합되어 있어서 쉽게 소화·흡수될 수 있는 먹거리 범위가 넓은 편이다. 근육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며 오염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또 비교적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나온 돌연변이기 때문에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하고 오염에 강하며 변화에 쉽게 적응하는 편이다. 따라서 AB형은 현재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도 현대 사회의 특성에 잘 적응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혈액형과 함께 음식에 대한 기호가 생활환경에서 형성되어왔다는 인류학의 설명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혈액형이란 주제는 100% 정확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나쁘지 않은 재미있는 얘깃거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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