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상수 PwC삼일 부대표 “한계 산업에 중국 자본이 해법”
  • 황건강 기자 (kkh@sisapress.com)
  • 승인 2016.03.25 08:21
  • 호수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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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 수준, 중국에 매력적이지 않아”
유상수 삼일PwC 부대표가 24일 중국 자본의 국내투자 활용법을 밝히고 있다. / 사진= 배동주 기자

"한계에 다다른 산업은 빨리 매각해야 한다. 국내 산업 수준이 언제까지나 중국에 매력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유상수 PwC삼일회계법인 부대표(사진)는 24일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중국 자본의 국내투자 활용법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이 성장정체증을 앓고 있다. 인구절벽과 소비절벽도 다가온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유상스 부대표는 중국 자본을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즉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국내 산업에 중국 자본 투자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유 부대표는 제조업 등 전통적인 산업에 중국 투자가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기 때문이다.

"몇년 지나면 중국이 한국에 더이상 투자할 곳이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지금도 로봇과 드론 산업에선 한국에 투자할 곳이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 올해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가 발표한 8대 중점 과제가 있는데 그중 2번째가 공급 측면에서 구조조정이다. 이미 중국도 공급과잉 산업을 조정하고 질적 성장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중국은 이미 로봇과 드론 산업에서 전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철강 산업은 중국도 상당히 공급이 과잉된 상태다.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자본의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매각을 타진했던 동부제철은 원매자를 찾지 못했고 지난 1월말 매각절차가 중단됐다. 즉 중국이 관심을 가진 산업이 바뀌었다. 

"중국도 소비의 질적향상이 상당히 진행돼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는 국내 기업을 인수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다. 대신 하이테크나 브랜드나 엔터테인먼트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유 부대표는 중국과 투자를 고려할 때 양국의 규정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열린 시장이라 제한이 거의 없다. 여전히 금융이나 국가 기간산업에 대해서는 투자가 제한돼 있지만, 최근 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당국에서 승인한 것만 봐도 이제 열린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해외투자를 늘리다보니 당국으로부터 승인절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반도체 등 중국 정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하이테크 기업에서는 관련 절차가 지연되지 않는다."

그는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는 투자와 관련된 승인 절차에서도 빠르게 진행되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에서 관심이 높은 분야는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비롯해 3D, CG, VFX 등 특수효과 전문 회사다. 또 유아/아동/캐릭터. 브랜드/소비재 등 무형자산이 강조돼 단기간 성장이 어려운 분야와 반도체 등 기술력이 높은 회사 등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완다 그룹을 비롯해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영화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또 반도체를 포함한 기술산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한국은 현재 이러한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앞으로 수년간 중국의 해외투자 역시 과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거다."

중국에게 한국은 지난해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인수·합병(M&A) 투자액을 기록한 나라다. 지난 2014년에 기록한 16위에서 8계단 상향됐다. 안방보험이 1조1000억원을 들여 동양생명을 인수한 영향이 컸다. 

유 부대표는 게임 같은 일부 산업에서는 이미 중국의 투자가 크게 줄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한국의 우수한 게임업체를 인수한 점도 작용했지만 중국내 게임 업체의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투자 이후 자국의 기술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과감하게 발을 빼는 경향이 있다. 근래 자본이 움직이는 속도도 느려졌다. 또 중국 자본은 세계 시장을 보고 움직인다. 한국에서 필요한 수준의 투자대상이 없다면 투자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그는 최근 중국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 중 하나로 성형수술과 미용에 관련된 의료업체를 꼽았다.

"국내 의료업체는 주로 비영리법인이다 보니 해외 자본인 중국에서 직접 인수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따라서 의료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 대신 병원경영지원회사(MSO)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MSO는 병원을 대상으로 의료행위와 관계없이 마케팅과 홍보, 구매 등은 물론 시술자에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회사다. 의료행위를 직접 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에서도 제한이 없다.

유 부대표는 영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부분은 산업의 생명력 측면에서 다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최근 태양의 후예를 비롯해 국내 드라마가 중국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높다. 콘텐츠의 생명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돼야 한다. 드라마 따로 배우가 따로 중국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보다 드라마는 물론 관련 의류, 게임 출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연계가 이뤄지는 게 좋다."

한편 유상수 부대표는 오는 30일 시사저널과 시사비즈가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주최하는 중국 경제 포럼에 참석해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 현황 및 전망’이란 주제로 차이나머니 활용법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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