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상호 의원 “대기업 방송통신 시장 독점 막는 규제 미련해야”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6.03.25 10:15
  • 호수 138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 미방위 간사 "“통합방송법 개정 마친 뒤 승인 여부 논의해야”
국회 미방위 관사 우상호 의원은 24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은 통합방송법 개정 작업을 마친뒤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 사진=우상호 의원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는 임기 내내 이동통신 관련 이슈로 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불법 보조금, 요금 차별을 없애겠다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도입했지만 휴대전화 값만 끌어올렸다고 비난 받으면 개정 내지 폐지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통신업계가 시끌시끌하다.

미방위 간사 우상호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통신 서비스 관련 전문가로 손꼽힌다. 2년간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 대표를 지내며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만들어냈다.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법안을 발의하는가 하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관련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본지는 22일 우상호 의원을 만나 통신업계 최대 이슈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논란에 대해 물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 관련 심사보고서를 조만간 제출하고 빠른 시일 내에 심사를 마무리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합병 시 시장 독점 우려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합병 뒤 SK텔레콤이 방송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휴대전화 시장을 왜곡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규제 기관이 해야 할 일이다. 언제 보고서를 내느냐보다 어떻게 방송·통신 시장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느냐가 중요하다.

방송시장 실정에 맞는 통합방송법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방송법 개정 작업이 완료한 뒤 새 법체계 하에서 해당 사안을 검토해야 한다. 물론 통합방송법이 개정되면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합병할 수 없게 된다(통합방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인터넷TV(IPTV) 사업자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지분 33% 이상을 소유할 수 없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을 반대하나.

SK텔레콤 가입자가 너무 많은 게 문제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엄청난 수의 가입자를 상대로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면 자기 소유 유선방송의 가입자를 크게 늘릴 수 있다. 특정 사업자가 방송·통신 시장을 독점할까 우려스럽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더라도 지역채널은 보도기능이 없어 여론을 장악할 우려는 없는 것 아닌가.

정부는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할 때 우려할 일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결과는 어땠나. 방송 내용이 보수 일변도로 치우쳤다. 정치권이나 시민사회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대기업이 방송을 장악하면 2가지 측면에서 위험하다. 여론 장악 못지않게 방송의 상업화가 큰 문제다. 기업은 이윤동기에 의해 움직인다. 대기업이 방송을 장악하면 콘텐츠를 만들 때 상업화를 최우선으로 한다. 간접광고, 가상광고가 넘쳐난다.

언론이 기업을 비판하기도 어려워진다. 일단 허가하고 나면 제어할 수 없다. 홈쇼핑도 허가받기 전과 후가 얼마나 달라졌나. 인허가 기관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외부 인사를 심사위원장으로 초빙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사안을 맡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동의할 수 없다. 방통위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결정하는 인허가 승인 결정에 사전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이다. 정부가 방송정책을 밀어붙이면 견제해야할 붙이면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방통위에 방송법 내 유료방송사업자 사전 동의권을 부여했다.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여야가 추천한 방송전문 상임위원이 방통위에 있다. 이 마당에 외부 인사를 앉히면 여야가 방송통신 전문가를 추천해 상임위원 만들어 놓은 취지가 훼손된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합병이 정체기에 빠져든 케이블 업계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측면은 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합병하면 초기 투자를 벌일 수밖에 없다. 작은 케이블 업체들은 돈이 없어 투자하지 못했다. 합병 초기 혜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기업의 방송장악과 통신시장 독점 강화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국민 생활과 여론에 방송이 차지하는 힘은 막강하다. 미디어의 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사업자가 방송과 통신을 독점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공정위가 심사보고서를 제출한다면 공이 미래부로 넘어가는데.

대기업이 방송을 장악하고 상업화 하는 걸 막아야한다는 정책목표를 방기하지 말아야 한다. 방송장악과 시장독점을 막을 제도적 장치 없이 그냥 통과시키면 시장에 재앙이 될 거이다. 정책은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다.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단통법 개정 내지 폐지 여론이 상당하다.

단통법이 휴대전화 가격을 잡아준 효과는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법이 판치지만 전체 시장은 상당히 개선됐다. 단통법은 원래 통신요금을 낮추는데 입법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이동통신사 입장을 너무 옹호하다보니 국민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요금이 줄지 않고 있다. 이 덕분에 이동통신 3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여 이익만 늘렸다.

통신업계와 사사건건 대립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동통신사들을 망하게 하려한 게 아니다. 기술 혁신 관련해선 연구개발 예산도 늘려줬다. 줄곧 독려하고 잘되도록 해주려 애썼다. 하지만 국민에게 부담을 안기면서 비싼 통신요금 받아가며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는 방식엔 동의 못한다. 그건 혁신이 아니다.

우리가 통신 강국이 된 건 끊임없이 기술혁신을 선도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기업이 기술혁신으로 성장해야한다. 비싼 통신요금에 의존해 마케팅에만 몰두하면 그 기업은 오래 못 간다. 우리 기업들 잘 되게 하려면 5세대(5G) 통신 환경을 구현하는 등 시장을 선도하게 해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