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이번에도 귀중한 한 표를 버리실 건가요?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6.03.31 17:45
  • 호수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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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국은 정치가 문제구나.’

 

‘옥새 전쟁’으로 불린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덕분에 이 글도 보통 때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쓰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 나와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여당만 그런 건 아닙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 이름만 다를 뿐 하는 짓은 똑같습니다. 이럴 땐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군요.

 

2년 가까이 와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건희 삼성 회장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는 1995년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정치 수준은 사류, 관료는 삼류, 기업은 이류”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2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한국 기업은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 회장이 이류라고 평가했던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일류 기업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관료와 정치인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관료들은 수준이 예전보다 못합니다. 이들의 스펙이 외국보다 못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 관료들의 스펙은 세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들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능력이 이웃나라 중국·일본보다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한국 정치인들은 사류(四流)라는 평가도 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사회는 갈등이 심한 편입니다. 그래서 정치력이 더 필요한 나라인데, 정작 정치인들은 그럴 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생각을 달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 정치인들을 욕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일입니다. 이 정치인들을 뽑은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시스템입니다. 유능하고 의식 있는 사람도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사람이 이상하게 되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당장 이번 총선에서 일꾼을 잘 뽑으십시오. 당보다 인물 위주로 한 표를 행사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로 국회를 구성해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미국식 4년 중임제로 바꾸든지 내각제로 바꾸든지 해야 합니다. 선거구제도도 지금처럼 소선거구제로 할 게 아니라 중선거구제로 해서 한 지역구에 여러 정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통령제는 미국에서만 잘 운영되는 제도이고, 양당제는 미국에서도 존립이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정치 엘리트 양성 코스도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이래 국가주석 양성 코스를 확립해 잘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G2 중국’입니다. 우리는 만날 정치인 욕만 하고 정작 필요한 법적·제도적 개선에는 무관심합니다. 계속 이런 식이면 대한민국은 가망(可望)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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