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이사장 퇴진, 전생의 업(業)이구나 생각”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3.31 17:58
  • 호수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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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이 밝히는 지난 1년간의 ‘동국대 사태’와 ‘탱화 절도 의혹’

꽃샘추위가 한창이던 3월14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조계사 인근에 위치한 ‘생명나눔실천본부’(생명나눔) 사무실에서 일면 스님을 만났다. 일면 스님은 2006년부터 10년 넘게 이 단체의 이사장을 맡아왔다. 1994년 불교의 자비사상을 실천하기 위해 설립된 생명나눔은 장기 기증 희망등록을 비롯해 조혈모세포 희망등록, 환자 치료비 지원, 자살예방센터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가장 크게 중점을 둬온 나눔 자비의 실천은 장기 기증이다. 일면 스님은 “뇌사 판정을 받으면 2주를 넘기기 힘들다. 그리고 몸은 자연스럽게 썩는다. 이때 본인이 서명을 했거나 가족이 허락을 하면 장기를 나눠줄 수 있다. 한 사람의 장기 기증자가 최대 9명의 새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면 스님은 젊은 시절 ‘기운 자랑’을 할 정도로 건강했다고 한다. 하지만 간이 나빠져 1998년부터 2년 동안 16차례나 병원에 입원했다. 복수가 차고 황달이 왔다. 정신을 잃어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 2000년 1월 간 이식을 받아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간을 이식해준 분이 어떤 분인지 모르지만 그분 몫까지 더 좋은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 절에 위패를 모셨는데 이름을 몰라 착하고 착한 영가라는 뜻으로 ‘선재영가’라는 이름을 붙였다. 간 이식을 받은 후 덤으로 삶을 살아온 셈인데, 그런 만큼 주위에 어려운 사람이 없나 더 열심히 살피겠다.”

 

ⓒ 시사저널 임준선

 


“당시 보광 스님이 총장 하는 게 맞다고 생각”

 

지난 한 해 동안 일면 스님은 갖가지 고초를 겪었다. 지난해 2월23일 동국대 이사장으로 선출되면서부터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동국대는 한국 유일의 불교종립대학이다. 당시 이사장이던 정련 스님이 후임 이사장 선출 없이 폐회를 선언하자 이에 반대하는 이사들이 다시 모여 일면 스님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이를 인정하지 않은 정련 스님이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영담 스님을 임명하면서 양측이 법적 대응에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영담 스님과는 친한 사이다. 동국대를 같이 다녔다. 내가 학교를 늦게 들어가 영담 스님이 1년 선배다. ‘석림회’라는 장학회가 있는데 영담 스님이 회장이고 내가 부회장이다. 영담 스님은 내가 이사장이 되는 걸 반대한 게 아니었다. 내가 이사장이 되면 총장은 보광 스님이 될 거라며 반대한 것이다. 보광 스님을 총장으로 뽑지만 않으면 물러가겠다고 여러 번 말했는데, 내가 대답을 안 해줬다. 당시 분위기라든가 모든 걸 놓고 봤을 때 보광 스님이 총장이 되는 게 맞는다고 봤다.”

 

당시 종단과 학교 안팎에서는 일면 스님을 이사장으로 앉힌 게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과 가까운 보광 스님에게 총장직을 맡기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말들이 나돌았다. 종단 지도부 내에서 “스님 총장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총장직에 출마한 3명의 후보 가운데 스님 후보였던 보광 스님만 남고 두 후보는 사퇴를 했다. 그런데 보광 스님마저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보광 스님은 총장직에 네 번째 도전하는 거였다. 그런 만큼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자신의 역량을 다 발휘했을 것이다. 총장직을 맡아 학교가 잘되도록 해보겠다는 원이 있었을 거다. 논문 표절 이야기가 나왔는데, 난 논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석사도 박사도 아니고, 논문을 써보지 않았다. 그런데 불똥이 나한테 튀었다.”

 

동국대 총학생회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 등이 2015년 3월12일 이사장실에서 차기 총장 선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물건 팔아먹을 위인 아니라는 것 다들 알아”

 

보광 스님의 ‘논문 표절’ 의혹과 함께 일면 스님의 ‘탱화 절도’ 의혹이 제기됐다. 일면 스님이 흥국사 주지로 있을 때 조선시대 탱화를 한 비구니 스님에게 유출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탱화는 불교의 신앙 내용을 그린 그림으로, 벽에 거는 불상으로도 불린다. 흥국사 탱화의 경우 저승사자의 모습을 담은 그림으로 알려졌다. “흥국사 주지를 14년 동안 맡았다. 흥국사 탱화가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 탱화 그리는 분은 흥국사 출신이라야 알아줄 정도다. 스님은 아니고 ‘불모’(佛母·불상을 그리는 사람)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흥국사로 가기 전에도 6점인가 7점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런 게 많았다. 내가 가서도 2점을 잃어버린 것이다.”

 

절도나 유출이 아니라 분실을 했다는 얘기다. 일면 스님은 “동국대 이사장이 되니까 탱화를 훔쳐 팔아먹었다고 하는데, 얼마나 할지는 몰라도 팔아먹을 정도는 아닌 걸로 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물건을 훔쳐 팔아먹을 위인이 아니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탱화를 잃어버린 후 왜 신고를 하지 않았을까. “1994년 불교 개혁에 앞장섰을 때다. 당시 의현 스님의 (총무원장) 3선을 반대했다. 소장파 7인방이 있었는데 3선에 반대하며 각자 소임을 맡았다. 영담 스님과 정우 스님은 재야와 손잡고 승려대회 등을 열었고, 법등 스님과 나는 종회를 해산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다 보니 흥국사로 갔는데도 주지 임명을 안 해줬다. 그런 상황에서 탱화를 잃어버렸다고 신고할 수는 없었다.”

 

일면 스님은 “어쨌든 간에 탱화를 잃어버린 것도 잘못한 거고 신고를 안 한 것도 잘못한 거다. 그런 것은 인정을 한다”며 “하지만 탱화 문제를 갖고 이사장을 그만두라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종단적으로 징계를 받을 수는 있지만 동국대 이사장직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미 조사 받은 게 다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면 스님은 이사장 임기 만료 하루 전인 지난해 12월18일 성타 스님을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지명한 후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올해 3월3일에는 약속대로 이사직도 사퇴했다. 모교인 동국대에서 보낸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서 그는 어떤 생각이 들까.

 

“인간이니까 섭섭하지 않을 순 없지만, 그냥 내 전생의 업(業)이구나 여긴다. 불교에서는 전생의 업을 금생에 받는다고 한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전생에 내가 저 사람을 많이 괴롭혔구나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1년 동안 동국대에만 출근했는데 참 할 게 많더라. 잘할 수 있었는데 인연이 거기까지니까….”

 

일면 스님은 “요즘 아주 편안하다. 시간이 생기니까 할 일도 많아졌다”고 밝혔다. 일단 현재 주어진 생명나눔 일을 더 열심히 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1993년부터 이사장을 맡아온 광동학원을 더 좋은 교육기관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학교법인 광동학원은 고등학교 2개와 중학교 1개를 운영하고 있다. “의정부에 노인복지회관이 있는데 접수한 노인분들이 4000분 정도 된다. 거기도 좀 더 신경 써야 된다. 또 주위에서 법회 해달라, 주례 해달라 요청이 많다. 1년 동안 못한 것 이제는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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