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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유럽은 테러를 저지할 수 있는가”

유럽사회 통합 문제가 테러 양성하는 환경 됐다는 분석

최정민│프랑스 통신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3.31(Thu) 18:41:50 | 13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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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2일 저녁, 에펠탑은 평소와 달리 황색·적색·흑색으로 점등됐다. 다름 아닌 벨기에 국기의 색상으로 야간 조명을 한 것이다. 벨기에를 강타한 테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조명이었다. 지난해 유럽을 뒤흔든 ‘파리 테러’ 이후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올해 3월22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은 3건의 자살폭탄 테러로 화염에 휩싸였다. 오전 8시, 지벤템 국제공항과 말베이크 지하철역에서 1시간의 시차를 두고 일어난 세 번의 연쇄 테러로 23일까지 31명의 사망자와 26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테러가 더 충격적인 것은 먼저 유럽연합(EU) 본부가 위치한 브뤼셀이 표적이 됐다는 점 때문이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번 테러 발생 직후 “유럽이 표적이 된 것”이라고 즉각적으로 규정한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에서다. 더구나 두 번째 테러가 발생한 말베이크 지하철역은 유럽연합 본부 건물에서 불과 수백 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유럽연합 본부 건물이 테러의 목표였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벨기에 테러’ 발생 이틀 후인 3월24일 벨기에 브뤼셀의 부르스 광장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운집해 있다. ⓒ AP 연합

유럽의 심장부를 노렸다는 것보다 더 대담한 것은 이번 테러가 지난 파리 테러 주동자 중 유일하게 생존했던 살라 압데슬람이 벨기에에서 총격 끝에 검거된 지 나흘 만에 벌어진 테러라는 점이다. 암데슬람 검거 직후 프랑스까지도 눈에 띄게 경계가 강화된 모습이었다. 더구나 벨기에의 내무장관 얌 안본이 ‘보복 테러의 가능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테러를 막지 못한 것이다.

 

‘보복 테러 가능성’ 예견됐으나 막지 못해


프랑스의 재정장관인 미셀 샤르팽은 사건 당일 오후 프랑스 보도 채널인 ‘LCI’에 출연해 테러리스트의 온상이 된 벨기에의 정책적 실패에 대해 “테러리스트를 척결하기 위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정면으로 비판하며 “벨기에 정부가 순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상자가 증가하며 상황이 심각해지자 다음 날인 3월23일 내각 수반인 마뉘엘 발스 총리는 브뤼셀을 방문한 자리에서 “벨기에 정부의 안일함을 나는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하며 서둘러 프랑스 정부의 입장을 조정했다.

 

그러나 이번 테러 용의자들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벨기에 보안망의 오점들이 속속 드러났다. 3월23일 3명의 자살폭탄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이 터키로부터 추방된 것이 확인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지난해 6월 벨기에로 추방할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자라는 정보를 벨기에 정부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쿤 긴스 벨기에 법무장관은 “벨기에가 아니라 네덜란드로 추방됐던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테러리스트 전문가인 안 기디셀리는 보도채널인 ‘아이텔레(iTele)’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조사 과정에서 브뤼셀 공항을 타깃으로 한 테러가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이미 인지됐었다”고 지적하며 벨기에의 대응이 안일했다는 비판에 힘을 실었다.

 

더구나 지난 파리 테러로 유럽의 테러 양성소라는 ‘오명’을 썼던 브뤼셀의 몰렌베이크는 이제 오명이 아닌 ‘악명’을 더하고 있다.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2’에 따르면, 현재 129명으로 파악되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중 95명이 몰렌베이크 출신이며, 지난 10년간 유럽 테러의 주범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몰렌베이크를 거쳐간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은 물론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자 몰렌베이크의 주민들은 언론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다. 프랑스 공영방송의 아스트리스 메즈모리안 기자가 어렵게 접근해 만난 몰렌베이크의 한 아랍계 주민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의 본모습이 아니다”고 말하며, 이번 테러의 원인에 대해 “실업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이민자를 외국인 취급하는 분위기를 지적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사회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통합 문제가 테러를 양성하는 환경이 됐다는 분석에 설득력을 실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벨기에, 테러로 “모두 함께” 외치며 일치단결


프랑스 정부를 비롯한 유럽연합 차원에서 “과연 유럽이 방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과 우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의 베르나르 카즈네브 내무장관은 파리 샤를 드골 공항을 순시한 자리에서 ‘여행객 예약 정보(PNR)’의 필요성을 들고나왔다. 항공기 탑승객의 성별과 수하물의 무게, 항공 좌석 등의 내용을 담은 이 정보의 사용은 유럽연합에선 2011년 이후부터 금지돼 있다.

 

프랑스 녹색당 인사로서 유럽연합 의회 의원이며 2012년 대선 후보이기도 했던 에바 졸리는 “2차 대전 당시의 대중 감시를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같은 유럽의회의 사회당 출신 의원인 실비 기욤은 솅겐 조약과 각국 비자의 ‘중복’을 지적하며 “새로운 정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테러로 새로운 화두가 된 것은 대규모 국제 경기에 대한 안전 문제다. 이미 3월29일 브뤼셀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던 포르투갈과 벨기에의 친선 축구 경기는 취소됐으며, 장소마저도 포르투갈의 레이리아로 변경됐다고 벨기에 축구협회는 발표했다. 반면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프랑스의 축제와 국제 스포츠 행사는 모두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고 못 박았다. 프랑스는 ‘2016 유로’ 개최국이다. 오는 6월10일부터 한 달간 프랑스 전역에서 열리게 된다. 프랑스 축구연맹은 지난해 테러 목표이기도 했던 생드니 경기장을 비롯한 축구 경기장의 경우 3중의 보안검색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유로 축구대회 이전인 4월에 파리 마라톤이 예정돼 있다. 42.195km에 이르는 방대한 구간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프랑스의 연례 행사로 인기가 높은 ‘투르 드 프랑스’는 프랑스 전국을 질주하는 사이클 경기다. 경기 구간이 무려 3만5000km에 이른다. 테러 위협의 원천봉쇄가 불가능하다고 프랑스 언론은 우려하고 있다.

 

두 개의 민족이 세 개의 언어를 갖고 있고 내분이 끊이지 않았던 벨기에는 이번 테러로 하나가 된 모습이다. 브뤼셀 중심가의 광장에는 시민들이 운집해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모두 함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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