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스타트업 CEO열전]②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 “재활 치료 국내 최고"
  • 윤민화 기자 (minflo@sisapress.com)
  • 승인 2016.04.0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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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산업 분야서 정부 규제 심각..."정부, 산업 이해 부족"
본지는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와 죽전 단국대학교 본사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 사진=윤민화 기자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게 우리 일이다. 재활 치료에선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병원에서 강요해도 본인이 거부하면 소용없다. 게임을 통해 환자에게 작은 동기라도 부여하는게 우리의 목표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네오펙트의 반호영(39)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반호영 대표는 2010년 6월 네오펙트를 설립해 2011년 7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서 약 5년간 근무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로 넘어가 창업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네오펙트는 새로움이라는 라틴어와 효과라는 영어 단어를 합친 말이다. 네오펙트는 게임을 재활의료기기에 접목한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네오펙트의 주력 제품은 라파엘스마트글러브다. 센서가 장착된 글러브를 끼고 게임을 즐기다보면 재활 운동은 덤으로 된다.

본지는 지난 3월 말 죽전 단국대학교에서 반호영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삼성전자에서 약 5년간 근무했다. 그만둔 이유는.

대기업 체질이 아니다. 회사에서 인정 받으며 재밌게 생활했지만 그곳에선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서 기술 연구, 개발, 로드맵 계획 등에 주력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IPTV 사업을 시작했다. IPTV는 인터넷 프로토콜을 이용한 텔레비전 서비스다. 이 사업은 2년만에 실패로 끝났다.

실패로 끝났지만 그때 경험을 통해 창업엔 핵심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핵심 기술과 그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그려놔야 한다. 핵심 기술이 잘 정리돼야만 판매로 직결된다.

네오펙트는 어떻게 시작됐나.

회사 최고기술경영자(CTO)와 인연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KAIST 선배다. 첫 창업에 실패한 뒤 미국 동부서 MBA를 공부했다. 당시 선배와 연락이 닿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선배는 미국 남가주대학(USC)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중이었다.

선배는 뇌졸중 재활 로보틱스 알고리듬 기술을 연구했다. 상품화에는 어려워 보였지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뇌졸중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가족, 친척 중 뇌졸중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뇌졸중 환자 중 치료를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능력, 현 의료 시스템 한계, 기술 한계 탓이다. 앞으로 뇌졸중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가 라파엘스마트글러브를 착용해 직접 게임을 설명 중이다. / 사진=윤민화 기자

회사를 이끌어 가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가장 어려운 건 사람이다. 좋은 사람을 찾기가 가장 힘들다. 전문성도 갖춰야 하지만 회사와도 잘 맞아야 한다. 무엇보다 같은 비전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행히 네오펙트엔 좋은 사람들이 많다.

인원 중 반은 해외파다. 카이스트 출신 인원도 회사 전체의 10% 이상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곳에서 일 할 수 있는 분들이다. 같은 비전을 갖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것 같다.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네오펙트의 사명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주자(We inspire hope)다. 세상에 나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라는 말이 있다. 네오펙트가 재활 치료에 빛과 소금이 되고싶다.

경쟁업체와 비교해 네오펙트만의 강점은.

첫째,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개발에도 집중한다. 타 회사 경우 소프트웨어 위주로만 생산한다. 게임은 대부분 외주 제작사를 통해 개발한다.네오펙트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융합해 제품의 질을 높인다. 게임의 질도 해외 경쟁사를 압도한다.  

둘째, 네오펙트만의 독특한 인공지능 기술로 홈케어가 가능하다. 네오펙트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아직 그리 높지 않다. 환자들의 자료를 기반으로 해 알고리듬을 개선 중이다. 현재 병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가진 고민 중 하나가 정부 규제라고 한다.

의료산업에 대한 정부 규제는 더 심하다. 라파엘스마트글로브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정처의 인증 받기까지 굉장히 어려웠다. 한국 정부는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새로운 제품, 첨단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비교적 낮다. 규제에 맞춰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 해외 경우 유해성이 없는 한 사소한 변경도 가능하다. 한국에선 색깔을 바꾸는 작업도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 합리적 규제가 부족하다.

대기업과의 협업할 생각은 없나.

협업 제안은 여러 곳에서 들어왔다. 네오펙트는 재활 분야에 있어 국내 최고다. 협업없이 누구보다 잘 할 자신있다.

대기업은 현장에 없다. 제품을 팔기 위해선 해당 제품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아야 한다. 의사들의 의견도 최대한 많이 수렴해야 한다. 판매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게이트키퍼(gatekeeper, 문지기)를 설득하는 일이다. 판매 전략은 의료진,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빚만 내지 말아라. 창업에 도전하는 후배가 찾아오면 이 말을 꼭 해준다. 망해도 빚만 없다면 괜찮다. 젊을 때 한 고생은 인생의 중요한 자산이다. 나도 과거 실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첫번째 창업 실패 후 배운게 많았다. 당시 대표는 아니였지만 대표와 거의 모든 일을 같이했다. 경영학 석사 과정 때보다 배운게 더 많았다. 최고경영자가 되려면 직접 경험해야 한다. 그 누구도 가르쳐줄 수 없다. 책, 강연으로도 배울 수 없는게 수두룩하다.

대학생 창업은 권하지 않는다. 창업하기 위해선 사회 경험은 필수다. 대학생이나 대기업 임원이나 창업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위험을 무릎쓰는 것과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건 다르다. 창업하고싶다면 작은 스타트업에서 먼저 경험을 쌓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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