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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앞에서 기침했다가는 잘릴 수도 있어요”

기침약 부작용 호소하는 유치원 교사들, 학부모 항의에 위험성 큰 약물 만성 복용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4.06(Wed) 15: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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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정찬동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영어유치원에서 계약직 교사로 3년째 근무 중인 이승진씨. 올해 초부터 목과 허리 부근에 발갛게 발진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모직이나 오리털 등 동물성 소재로 된 옷감이 피부에 닿으면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시시때때로 얼굴에 올라오는 두드러기도 그 빈도가 갈수록 잦아졌다. 이달 초 피부과를 찾은 그는 평소 장기 복용해오던 기침약으로 인한 부작용일 수 있다는 의사 소견을 들었다.

그는 3년째 기침약을 달고 산다. 그에게 기침은 아이들을 상대로 하루 7~8시간 큰 소리로 끊임없이 말하는 직업에서 오는 일종의 직업병이다.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비스테로이드성 기침사탕은 매일같이 3~5개씩 먹고, 지난해부터는 의사 처방을 받아 좀 더 효과가 센 기침약을 달아놓고 먹고 있다.

이씨는 “처음부터 이토록 기침약에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잔기침 정도여서 일반의약품인 기침사탕을 하루 한 알 먹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진정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뿐 목 이상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었다. 약품을 오래 복용하다 보니 약 성분에 내성이 생겨서 이젠 의사 처방 약품 중에서도 소염 증상이 강한 약을 먹어야 반나절가량 기침 없이 일할 수 있다고 한다.

기침약 장기 복용 시 부작용 생길 수 있어

“그렇다고 약을 안 먹을 수가 없다. 아이들 앞에서 기침이라도 하면 학부모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심한 경우 학부모 등쌀에 유치원 측에서 기침하는 교사를 자르기도 한다.”

실제로 그와 함께 일하던 동료 교사는 아이들 앞에서 감기 증상을 보였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의 요청에 의해 계약 해지를 당하기도 했다. 그와 같은 계약직 유치원 교사에게 기침약 복용 여부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셈이다.

유치원 교사들의 건강 상태에 적신호가 켜졌다. 유치원 교사들의 직업병이라고 하면 근골격계 통증이 대표적으로 꼽히지만, 무리한 성대의 사용으로 인한 기침과 그로인한 약물 만성 복용 문제도 심각하다. 기침은 많은 경우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일시적인 증상 완화를 위해 기침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다. 부산시 한 유치원에 근무하는 유치원 교사 박진희씨는 “기침 정도로 병원에 가기는 그렇고 약을 먹으면 증상은 사라지니까 급한 대로 약을 먹고 만다”며 “동료 교사들과 어떤 약이 효과가 좋은지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침 치료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이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진해제(鎭咳劑), 일명 기침약이다. 기침의 경우 근본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증상을 억제해가며 면역력을 높여 치료하는 방식이 선호된다.

진해제는 우리 몸 안에서 기침을 유발하는 해소중추를 억제해 기침을 가라앉혀주는 식으로 작용한다. 해소중추는 호흡·심박 등 생명 현상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연수(延髓)에 있는데, 이 해소중추를 억제해주는 성분들은 크게 마약성 성분과 비(非)마약성 성분으로 나뉜다.

마약성 진해제의 경우 의사 처방이 필요하며 코데인(codeine), 지페프롤(zipeprol)등이 있다. 비마약성 진해제에는 덱스트로메토판(dextromethorphan), 노스카핀(noscapine) 등이 있다. 시중에서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진해제는 주로 덱스트로메토판, 노스카핀 그리고 항히스타민제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빠른 진정 효과’를 자랑하는 약품일수록 이들 함량이 많다.

의사의 처방 없이 시중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진해제 성분의 약품들. 장기 복용 시엔 반드시 사용법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 시사저널 이종현

기침 오래가면 약국 아닌 병원 가야

문제는 대중적인 기침 치료 제제(製劑) 가운데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부작용을 부르는 일부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요 진해 제제인 덱스트로메토판은 마약 ‘러미라’의 성분으로 소염·진통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가 큰 만큼 부작용도 우려된다.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 독극물 통제 시스템은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덱스트로메토판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가 1999년에서 2004년까지 매년 50%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고된 부작용은 심장박동수의 증가, 혈압 상승, 흥분, 근육 조절 상실, 정신과적 반응 등을 포함하고 있다.

콧물, 재채기,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등 증상 완화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 역시 졸음, 발진, 입 마름 등의 부작용을 동반하는 경우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는 약물이다. 1세대에서 2·3세대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부작용이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복용에는 여전히 위험이 뒤따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울시 영등포구 한 유치원에서 단기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최은영씨는 기침약 장기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 그가 애용하는 건 코에 뿌리는 스테로이드 제제. 스테로이드는 강한 항염증성 약물로, 진통이나 가려움증 등 증상을 빠르게 가라앉혀주는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의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는 약물 중 하나다. 지난 2년간 이 약물을 사용해온 최씨는 “식욕이 감퇴하는 등 도무지 삶의 즐거움을 못찾겠다”며 우울 증상까지 호소했다.

항염증성의 스테로이드 성분은 그야말로 양날의 검과 같은 제제로 알려져 있다. 확실한 효과만큼 큰 부작용의 위험성도 따르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실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스테로이드와 관련된 부작용은 고혈압, 당뇨, 백내장, 골절 등으로 매우 광범위했다. 또 비만·골다공증의 발생 증가, 출혈 경향의 증가, 위궤양, 위장출혈 등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식’은 곧 ‘퇴사’ 의미

“쉬면 목도 낫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 선택이겠는가. 휴직이라는 게 있을 수 없고, 쉬겠다고 하면 그건 바로 퇴사를 의미한다.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아이들 돌보는 게 일이기 때문에 유치원의 입장도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끼는 건 사실이다.”

의학 전문가들은 무리한 목 사용으로 인한 기침 발생에 가장 좋은 약은 ‘휴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약물 복용은 의사 지시나 약사 처방에 따라 조심스럽게 사용하면 큰 문제가 없지만, 이 역시도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최창진 교수(가정의학과)는 “어떤 약이든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기 마련이다”며 “교사들이 기침약에 의존하는 것은 일시적 증상 완화일 뿐 근본적 처방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유치원 교사들은 “소염제나 기침약 복용 없이 직장생활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고 말한다. 유치원 교사 박진희씨도 이 말에 동의한다. “병원에 가면 ‘목 상태를 회복하려면 일정 기간 목을 쓰면 안 된다’고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 같은 계약직 교사들은 직장을 그만두는 방법밖에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기침을 참아야 하는 유치원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병리학적 증상을 물리적으로 억제하는 데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만성적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감내하는 것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데 문제의 방점이 찍혀 있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일이다 보니 손이 부족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유치원 교사들에게 초과 근무는 일상이고 근무 중 휴식은커녕 화장실 갈 시간도 쪼개서 가는 형편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보육학회장인 이미정 여주대 교수(보육학과)는 “유치원 교사들은 목 정도가 아니라 온몸이 다 아프다”며 “짧은 휴가 기간을 제외하고는 건강을 회복할 만한 충분한 휴식기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게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장기 복용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최창진 교수는 “같은 약을 장기 복용하게 될 경우 반드시 포장지 겉면의 복용법을 따라야 한다”며 “’별일 아니겠지’하고 증상완화만 해서는 오히려 진짜 병을 키울 수도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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