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버이연합, 세월호 반대 집회에 알바 1200명 동원 확인
  • 조해수∙조유빈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04.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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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 집회 회계장부 단독 입수…6개월 동안 1200명 동원해 2500만원 지급
어버이연합이 2014년 7월30일 동아일보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 선동 세력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위 사진은 어버이 연합의 2014년 집회 회계장부. © 뉴시스 & 시사저널 임준선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이 개최한 세월호 반대 집회에 ‘일당 알바’가 대규모로 동원된 사실이 밝혀졌다. 그동안 세월호 반대 집회에서 돈을 받고 고용된 인원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의혹은 제기됐지만 입증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어버이연합 집회 회계장부’에는 어떤 집회에 누가, 얼마의 돈을 받고 참여했는지 낱낱이 기록돼 있다. 어버이연합은 탈북자들을 일당 2만원에 세월호 반대집회에 투입했는데, 한 집회에 최대 200여명을 고용하기도 했다.

동원된 알바 수는 세월호 반대 집회가 최고조에 이른 2014년 한 해에만 1200명이 넘었고, 이들에게 지급된 돈 역시 2500만원 이상이었다. 그동안 어버이연합은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선동 세력이 있다며 ‘선동꾼은 지옥으로’라는 구호를 공공연히 사용해왔다. 그러나 세월호 반대 집회 알바 고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오히려 어버이연합이 머릿수를 불려 여론을 선동하고 과격 시위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세월호 반대 집회 알바비로만 2500만원 지급

2005년 5월 출범한 어버이연합은 ‘아스팔트 보수’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말 그대로 거리에서 집회와 시국강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치행동에 나선다는 뜻이다. 세월호 반대 집회 역시 어버이연합이 주도했다. 세월호 반대 집회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5월께 시작돼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맞물려 연말까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렸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어버이연합 회계장부는 세월호 반대 집회가 본격화된 이 시기의 집회 내역을 담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어버이연합이 돈을 주고 집회에 동원한 탈북자들의 내역이 기록돼 있는 것이다. 장부에는 집회에 동원된 탈북자의 전체 수는 물론 개개인의 이름과 계좌번호, 지급된 일당까지 날짜별로 상세히 기록돼 있다.

어버이연합은 2014년 4월부터 11월까지 모두 39회의 세월호 반대 집회를 가졌다. 이때 일당 2만원을 받고 고용된 탈북자 수는 1259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지급된 돈은 모두 2518만원이다. 같은 기간 어버이연합이 참여한 집회는 102회로, 세월호 반대 집회가 약 40%에 이르고 있다. 어버이연합이 세월호 반대 집회를 얼마나 중대하게 여겼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집회에 고용된 탈북자는 평균 50~80명 수준인데, 2014년 5월10일 동아일보 앞에서 열린 세월호 선동 세력 규탄 집회에는 193명이 동원되기도 했다. 5월 초 시작된 세월호 반대 집회는 갈수록 빈번해졌다. 5월의 경우 5건에 그쳤지만,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7월께에는 9건으로 늘어났고 9월에는 15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비례해 반대 집회의 폭력성도 짙어졌다. 반대 집회에 수시로 참석했던 한 탈북자는 “시위가 갈수록 험악해져갔다. 광화문에 있는 유가족 농성장에 들어가 강제 철거를 시도하기도 했는데, 이를 저지하던 경찰관을 때려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반대 집회를 통해 세월호 이슈가 점차 정치화되면서 참사의 본질이 왜곡·변질돼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유족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지만, 어버이연합이 개최한 집회에서는 ‘세월호 유족만이 국민이 아니다. 선동꾼 등쌀에 5000만 국민 못 살겠다’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세월호 참사가 보수·진보의 진영 싸움과 권력투쟁으로 변모되면서 결국 사후 처리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릴 수밖에 없었다.

월 최대 1700만원 알바비, 자금원은 어디일까

어버이연합은 크게 회장, 고문, 부회장, 공동대표, 사무총장, 실무 국장 아래 2000여 명의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회장은 심인섭씨가 맡고 있지만 실무는 추선희 사무총장이 대부분 처리하고 있다. 추 사무총장은 과거 자유네티즌구국연합과 박정희 대통령 바로 알기 등의 단체에서 활동했다.

세월호 반대 집회 알바 모집 역시 추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가장 위에는 추 사무총장이 있고 그 아래 탈북자들을 모집하고 일당을 지급하는 이른바 ‘총책’이 있다. 총책 밑에는 지부장 6~7명이 있는데 탈북자들이 모여 있는 인천·광명·송파·가양·양천·상계·중계 등을 관리한다. 총책과 지부장은 모두 탈북자 출신들이 맡았다. 지도부가 집회에 동원할 인원수를 총책에게 전달하면 총책의 책임 아래 탈북자들을 모집한다. 장부에는 각 지역별로 동원된 인원도 집계돼 있다. 알바 동원이 상시화되면서 정산은 월말에 한꺼번에 이뤄졌는데, 많을 경우 40만~50만원을 받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한 사람이 한 달에 20회 이상의 집회에 고용된 것이다.

집회가 한두 건이 아니다 보니 월말에 알바 비용으로만 지급되는 돈이 많게는 1700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장부를 보면 세월호 반대 집회를 비롯한 모든 집회의 알바비는 4월 480만원, 5월 1698만원, 6월 1684만원, 7월 1466만원, 8월 1000만원, 9월 664만원, 10월 484만원, 11월 638만원으로 나타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어버이연합 핵심 관계자는 “모든 돈은 어버이연합 지도부가 총책에게 전달했는데, 대부분 현금이고 일부는 차명계좌를 이용하기도 했다. 현금으로 전달되다 보니 이 돈이 어떻게 마련됐는지, 자금 출처가 어딘지는 지도부만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2년 자유총연맹이 어버이연합 상임고문 조 아무개씨의 100세 잔치에 1400만원을 지원해 이 중 934만원이 급식비로 지출됐다”며 “두 단체의 주요 집회 내용과 시점이 일치하는 점으로 보아 자유총연맹이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종문 어버이연합 부회장은 “자금과 관련한 일은 추 사무총장이 전담하고 있다. 심 회장도 이에 대해 알지 못한다. 집회에 탈북자들을 동원한 일도 추 사무총장만이 답변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현재 추 사무총장은 휴가를 떠나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밝혔다. 시사저널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4월8일 현재까지 추 사무총장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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